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스무 살 같은 기대감으로 산다

100세 시대 스마트라이프

‘오십 년 여생’이란 말이 과거에는 스무 살 청년에게만 허용됐지만, 이제는 쉰 살, 예순 살이 된 사람들에게도 가능하다. 은퇴자들도 스무 살 못지않은 인생을 꿈꿀 수 있다.
글 윤성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나이가 마흔이든 이미 칠순을 넘겼든 스무 살을 돌이켜 보면 누구나 아찔함을 느낀다. 스무 살이라는 나이에는 기대감, 두려움, 치열함 같은 것이 가득 담겨 있다. 지금보다 딱히 더 나을 것도 없으련만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세상에 못할 일이 없을 것 같다. 반대로 힘들게 살아온 세월을 고스란히 다시 살아낼 생각을 하면 손을 내젓고 싶기도 하다. 그래도 스무 살이 아찔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긴 여생,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기회와 위험 그리고 아직 정해지지 않은 인생 항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수명이 곧 100세를 훌쩍 넘길 전망이다. 과학의 발전에 가속도가 붙는 만큼 수명연장의 속도도 무섭게 빨라지고 있다. 인생 후반전이 전반전 이상으로 길어졌고, 갈수록 이 시기는 더 길어질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 100세 시대니 노후준비니 하는 말이 쏟아져 나온다.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꽤 오래 살겠구나, 그러려면 돈을 얼마나 모아야 할까’ 하는 막연한 걱정이 든다. 과학의 발전으로 스무 살과 같은 기회 ‘50년 여생’을 얻었지만, 결국 외면한 채 살아가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에게는 오십 년을 멋지게 살아낼 기회가 새롭게 주어졌다. 어쩌면 스무 살 때보다 풍부한 경험과 인간관계, 판단력을 동원해 더 나은 여생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여생을 맞을 수 있을까.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어떤 삶을 살 것인지를 그려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나의 능력과 주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찾아 도전해야 한다. 남은 오십 년 인생 항로 역시 같은 방법으로 찾을 수 있다. 최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은퇴준비지수 2014’를 발표했다. 은퇴 준비지수는 우리 국민들이 은퇴 후 행복한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한 지수다. 경제적인 준비뿐 아니라 건강, 일과 여가, 가족과 주변사람들과의 관계 등 총 4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은퇴 준비 정도를 측정하고 있다. 은퇴준비지수는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은 ‘양호’, 50점에서 70점은 ‘주의’, 50점 미만은 ‘위험’ 단계로 등급화해 준비 수준을 알려준다. 또 개개인이 판단하는 중요도에 따라 재무, 건강, 활동, 관계 영역의 준비 정도에 가중치를 두고 전체 준비 정도를 산출할 수 있다.

이러한 준비지수로 우리나라 국민의 은퇴준비 정도를 표본 조사한 결과,평균 56.7점에 주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역별로 살펴봐도 4가지 영역 모두 주의 단계로 전반적인 준비 수준이 미흡하다. 등급별 분포를 살펴보면, 양호에 해당하는 사람은 11%에 불과한 반면, 위험에 해당하는 사람은 27%나 된다. 영역별 등급 분포에서도 모든 영역에서 양호에 해당하는 사람이 30%를 넘지 못했다. 하루 빨리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은퇴 준비 계획을 세워야 할 필요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베이비부머의 경우 양호 집단이 12.8%로, 20~30대(양호 집단 9.1%)보다는 나은 수준이지만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을 고려했을 때 문제가 심각하다. 더 나이 들어서까지 계속 일하며 경제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은퇴 후 긴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가족과의 변화된 일상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부지런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 가지 더 눈여겨볼 점은, 경제적으로 비교적 안정된 사람일수록 ‘편히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무준비가 양호한 사람들은 나머지 은퇴준비 영역별 점수가 평균 60점대로 주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은퇴준비는 은퇴 후 ‘삶’에 대한 준비다.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이 은퇴준비의 전부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그건 마치 스무 살로 돌아가면 돈만 열심히 벌겠다고 다짐하는 것 만큼이나 어리석다. 일밖에 모르고 살았다면, 혹은 자식 뒷바라지에만 전념했다면 이쯤에서 남은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은퇴준비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사람들만의 고민이 아니며, 모든 영역에서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인생 설계이기 때문이다.

은퇴준비지수를 통해 자신의 준비수준을 파악했다면, 양호 수준과 비교해보자. 부족한 점을 메워나가기 위한 팁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양호 수준의 재무적 특징을 살펴보면, 주거비용 2억 원을 제외하고 은퇴 후 필요 자금의 100% 이상을 조달 가능하다. 또 상당수가 국민연금, 개인연금 등 평생 받을 수 있는 월 소득이 준비된 사람들이다.

양호군의 건강 특징은 건강검진, 금연이나 절주는 기본이고 주 3회 운동, 각종 건강보험 가입까지 적극적으로 은퇴 후의 건강을 준비하고 있다. 활동 영역에서는 자기계발 노력과 더불어 일주일에 13시간 정도는 3가지 이상 다채로운 활동에 심취해 여가생활을 즐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관계 영역을 살펴보면 매일 1시간 이상 부부 간에 친밀한 대화를 나눈다. 한편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사람은 6명, 어려울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5.5명 정도되며, 지인들과 교류하는 횟수도 주 1회 이상으로 빈번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특징은 연령대나 거주지역, 소득수준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중 양호 집단에 속하는이들의 특징을 참고하면 조금 더 구체적인 도움을 얻을 수있다.

부모가 스무 살 자녀에게 갖는 기대를 생각해 보자. 아마도 자녀가 건강하게 땀 흘리고 즐기며, 좋은 사람들과 여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부단히 준비하고 노력하기를 바랄 것이다. 그리고 처한 상황이 어떻든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를 기대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왜 우리 자신은그러지 못하고 있을까. 우리에게도 스무 살 자녀와 마찬가지로 오십 년이라는 길고 긴 미지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혼신을 다해 꾸려갈 여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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