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6세가 된 마르코 탄타르디니는 턱수염을 수북이 기른 채 가죽재킷 차림으로 모터사이클을 타고 다닌다. 그의 첫인상은 결코 우주공학자 같지 않지만 그는 분명 우주공학 석사 학위자이며 미 항공우주국(NASA), 미국 행성협회(Planetary Society) 등의 유수 기관에서 인턴십을 이수하면서 나름 나쁘지 않은 스펙을 쌓았다.
그러나 그는 일반적인 우주공학 전공자들이 걷는 길을 걷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탈리아 북부 크레모나에 있는 부모님 집에 머물며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소행성을 붙잡는 것이었다. ‘시시포스의 승리(Sisyphus Victorious)’라고 명명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류 우주탐사의 새 역사가 쓰일 거라고 그는 믿고 있다.
그리스 신화 속 시시포스는 산꼭대기로 커다란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았다. 정상에 다다르면 바위가 굴러 떨어져 다시 올려야하는 고행을 영원히 반복해야한다. 하지만 시시포스와 달리 탄타르디니는 우주를 떠도는 돌덩이, 즉 소행성을 원하는 곳으로 정확히 옮길 방법이 있다고 믿는다. 직경 10m 이하의 소행성에 우주선을 보내서 그물 등을 이용해 포획한 뒤 지구 근처의 안정적궤도에 풀어놓는 메커니즘이다.
“유인 우주선으로 4일 정도 거리에 소행성을 가져다 놓으면 역사상 최초로 인간이 소행성을 직접 만져보고, 연구할 기회가 열리게 됩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한 몽상가의 허무맹랑한 주장처럼 들리나? 믿기지 않겠지만 유수의 항공우주기관과 연구자들도 이와 유사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일례로 NASA는 오는 2016년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 렉스(OSIRIS-REx)’를 발사할 계획이다. 직경 500m의 ‘벤누(Bennu)’ 소행성에 착륙, 토양과 암석 표본을 채취해 지구로 귀환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 2010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25년까지 소행성 유인탐사를 수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덧붙여 다수의 연구팀이 지구에 잠재적 위협이 될 소행성을 찾아내 사전에 궤도를 바꾸기 위한 무인우주선을 개발 중이며, 얼마 전에는 소행성에 묻혀있을 고부가가치 자원에 주목한 기업가 그룹들이 소행성 자원 채굴 기업을 설립했다. 구글에 투자해 대박을 터뜨린 실리콘 밸리의 유명 벤처투자자 K. 램 시리램은 이렇게 전했다.
“구글이 초창기였을 때와 동일한 가능성을 봤습니다. 이것이 제가 소행성 자원 채굴 기업에 투자한 이유입니다.”
물론 이러한 소행성 관련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파급력이 큰 것은 소행성의 궤도 변경이다. 이는 지구의 미래, 다시 말해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 방지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행성을 지구 근처로 가져와 직접 관찰토록 한다면 소행성에 대한 과학자와 광산업자들의 이해를 높여 실제 시도에서 성공률을 대폭 높일 수 있다. 탄타르디니의 시‘ 시포스의 승리’는 우주공학계가 본격적으로 이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려는 최적의 시기에 세상에 나온 셈이다.
“이런 종류의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는 실현 가능성은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믿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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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서부의 첼랴빈스크는 트랙터 생산과 하키로 유명한 도시였다. 2013년 2월 15일 아침 직경 19m의 유성이 도시 상공으로 날아와 폭발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태양보다 몇 배나 밝은 불덩어리를 만들어낸 이 유성의 폭발력은 히로시마 원폭의 31배에 해당하는 TNT 500킬로톤(50만톤)급이었다. 충격파로 인해 건물 유리창이 박살났고, 1,2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첼랴빈스크 유성은 지난 100년간 지구에 떨어진 우주 물체 중 가장 큰 것이었지만 과학자들은 이 녀석이 지구로 오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당시 우주과학자들의 모든 관심은 ‘2012 DA14’라는 소행성에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직경 45m의 이 소행성은 첼랴빈스크 유성이 폭발한 바로 그날 지구와 2만8,000㎞ 거리를 두고 스쳐지나갔다. 지구와 달의 거리와 비교해 10분의 1에 불과한 초근접 궤도였다.
과학계에게 있어 2012 DA14는 소행성의 위협이 가정이 아닌 현실임을 새삼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됐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저런 광물과 금속으로 이뤄진 온갖 모양의 소행성들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 크기도 직경 수m에서 160㎞가 넘는 것까지 다양하다. NASA의 손꼽히는 소행성 추적가 돈 요만스 박사에 따르면 이 소행성들은 46억년 전 내(內)태양계가 형성될 때 행성의 일부로 응집되지 못한 잔해물로 이미 확인된 것만 200만개 이상이다.
이들 중 지구와 4,500만㎞ 이내의 거리에 있는 소행성을 지구근접천체(NEO)라 칭한다. 대부분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 위치해 있는데 이따금씩 지구로 날아와 충돌하기도 한다. 6500만년 전 공룡을 멸종시켰고, 1908년에는 시베리아 퉁구스카에 떨어져 2,000㎢ 면적을 초토화시켰다.
상황이 이럼에도 천문학자들이 NEO를 본격 발견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1898년 ‘에로스(Eros)’를 시작으로 1960년까지 찾아낸 숫자는 겨우 20개에 뿐이었다. 1990년대 후반이 돼서야 디지털 이미징 및 컴퓨터 보조 탐색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발견 숫자가 급격히 늘었다. 지금은 매주 약 20개의 NEO를 추가로 찾아내는 수준으로 작년 6월 1만개를 돌파해 올해 4월초까지 총 1만817개가 발견됐다.
NASA를 포함한 과학자들은 직경 1㎞ 이상의 NEO와 지구가 충돌하면 인류 문명의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 우주에 약 950개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까지 90% 이상을 발견해 이동궤적을 면밀히 추적·관찰하고 있다. 하지만 1만5,000여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직경 140m급 소행성은 약 40%만 발견된 상황이다. 이 정도만 돼도 대도시 하나쯤은 거뜬히 날려버릴 수 있다. 직경 30m 이하의 경우 추정치 50만개 중 발견률이 1%에 불과하다. 직경 30m급이면 소도시 하나를 지도에서 없애는 게 가능하다. NASA NEO프로그램 사무국의 폴 추다스 박사는 NEO의 위협을 받는 지구를 이렇게 표현했다.
“총알이 마구 날아다니는 사격장 한가운데 서 있는 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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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무능력 덕분에 인류는 너무나 오랜 기간 NEO의 위협을 체감하지 못한 채 마냥 행복한 나날을 보냈지만 과거에도 소행성 방어 계획의 필요성을 인식한 선각자들은 있었다. 예를 들어 1967년 MIT 학생들은 핵무기를 활용, 지구로 돌진해 오는 직경 640m급 소행성을 파괴하는 방안을 수업 과제물로 내놓았다. 6발의 핵폭탄을 연속해서 터뜨리는 방식이었다. 영화에도 자주 언급되는 방식이지만 이는 대형 소행성을 다수의 소형 소행성으로 바꿔놓을 뿐 위험성을 제거하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그래서 지난해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소행성연구센터(ADRC) 봉 위 박사팀은 NASA로부터 60만 달러의 연구자금을 지원받아 좀더 실효성 높은 해법을 제시했다. 우주선을 초속 10㎞ 속도로 소행성에 충돌시켜 깊은 크레이터를 만든 뒤 핵폭탄을 크레이터 속에 투하하는 것이다.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 이렇게 하면 표면에서 폭발시키는 것에 비해 핵폭탄의 파괴력이 최대 20배 커져 직경 50~300m의 소행성을 5m 이하의 무해한 파편들로 산산 조각낼 수 있다.
텍사스A&M대학 데이비드 하이랜드 박사팀의 페인팅 기법은 이보다 덜 파괴적이다.
“소행성 표면에 밝은 색 또는 어두운 색의 줄무늬를 그려 넣는 겁니다. 이 줄무늬가 소행성의 빛 반사율을 변화시키고, 이는 열 광자(thermal photons) 방출로 이어지죠. 그로 인해 미세한 궤도 변경이 촉발됩니다.”
스코틀랜드 스트래스클라이드대학과 글래스고대학 공동연구팀의 경우 레이저 장치를 내장한 소형 우주선 ‘레이저 꿀벌(Laser Bees)’들을 소행성으로 보내는 콘셉트를 연구 중이다. 이들이 소행성의 특정 지점에 레이저를 집중 발사하면 그 지점에서 마치 로켓엔진처럼 가스가 분출되면서 진로 변경을 꾀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전직 NASA 우주비행사이자 소행성의 지구 충돌 방지에 힘쓰는 B612 재단의 공동설립자 에드 루 박사는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있어도 NEO를 제때 발견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 강조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현재 우리가 가진 최고의 소행성 탐색 장비는 NASA의 광역적외선탐사(WISE) 우주망원경이다. 은하와 항성을 포함해 우주의 모든 천체를 탐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3년 동안 NEO만 전문 탐색하는 임무에 최근 돌입했다. 그런데 이미 적외선 센서 4개 중 2개가 작동불능 상태다.
이 기술적 빈틈을 메우고자 B612 재단은 우주항공기업 볼에어로스 페이스와 함께 2018년 발사를 목표로 민간 우주망원경 ‘센티넬(Sentinel)’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예정대로 발사가 이뤄지면 금성과 유사한 궤도를 돌며 적외선 센서를 활용, NEO들이 내뿜는 태양에너지 복사열을 감지하게 된다.
루 박사는 센티넬이 다른 모든 관측시스템을 합쳐놓은 것보다 100배는 더 효과적일 것이라 강조한다. 문제가 있다면 발사와 운용에 필요한 자금이 4억5,000만 달러나 되지만 올해까지 모은 자금은 2,000만 달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지난 100년간 소행성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면서 굳이 거금을 쏟아 부을 필요가 있느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NEO 탐사와 충돌방지 연구는 도박꾼들의 확률게임이 아닙니다. 확률이 낮다고 도외시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대가를 치를 수 있어요. 중규모 토목공사비 수준의 자금을 투자해 소행성으로부터 인류문명을 지켜낼 수 있다면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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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타르디니의 방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크레모나성당의 종탑이 보인다. 14세기에 벽돌로 건설된 높이 112m의 이 종탑 안에는 대형 천문시계가 있는데 이 시계의 제작자는 인류가 우주탐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탄타르디니가 시시포스의 승리 프로젝트를 처음 떠올렸을 때 받았던 느낌도 이와 비슷했다. 손에 잡히지 않는 꿈같은 것이었다. 친구들조차 관련논문을 써서 학회에 발표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손을 떼라며 충고했다. 하지만 그는 꿈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현실세계에서 뭔가를 진짜로 이뤄내고 싶었다.
그러던 2010년 여름 탄타르디니는 자신을 도와줄 엔지니어들을 모집하기로 결심했다. 혼자서 시시포스의 승리를 구체화하기에는 전문기술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과거 인턴십으로 인연을 맺었던 기관의 지인들에게 연락을 취했고, 구글링을 통해 NASA 고위층의 이메일 주소를 찾아내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무반응으로 일관했지만 일부의 호기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우주선 궤도 전문가인 마틴 로 박사와 미국행성협회의 공동설립자 루이스 프리드먼 박사가 바로 그랬다. 프리드먼 박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의견을 접하고 처음 든 생각은 ‘소행성을 옮긴다고?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만!’이었죠.”
돌이켜보면 1970년대 이후 소행성의 궤도 변경을 표방한 다양한 콘셉트들이 제시됐다. 태양 돛(solar sail)을 이용하는 방안, 전자기 캐터펄트로 소행성 자체를 추진시키는 방안, 심지어 당구의 콤비네이션 샷을 모방해 거대한 물체를 소행성에 충돌시키자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탄타르디니가 매료된 것은 이보다 훨씬 가능성 높은 전략이었다.
2002년 로 박사가 우주선 궤도 연구과정에서 저에너지 궤도에 대해 계산해낸 결과가 그것이었다. 탄타르디니는 이를 응용해 우주선의 추력에 달과 같은 천체의 중력도움(gravity assist)을 결합하면 소행성을 지구 근처의 안정적 지점까지 견인해 올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 독특한 개념에 강한 흥미를 느낀 프리드먼 박사는 JPL과 캘리포니아공대의 연구자들 앞에서 자세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도록 했고, 미래 우주임무 설정과 관련기술 개발을 위해 JPL과 캘리포니아공대가 공동 설립한 켁 우주연구소(KISS)에 타당성 연구 자금을 요청했다. 그로부터 오래지 않아 KISS가 자금지원을 승인했으며, 프리드먼 박사를 수장으로 30명의 패널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꾸려졌다. 패널에는 탄타르디니와 돈 요만스 박사, 다양한 분야의 NASA 연구자, 하버드대학 및 캘리포니아공대의 학자, 전직 우주비행사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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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우선적으로 3~5년간 우주를 날아가서 타깃 NEO에 도착하는 무인우주선 발사계획을 완성했다. 그리고 2단계로 소행성을 포획할 방법을 구상해냈다. 무인우주선이 소행성의 진로 앞쪽에 직경 15m의 원통형 포획낭을 전개해 뱀이 쥐를 삼키듯 천천히 포획낭 내부로 소행성을 받아내는 메커니즘이다. 소행성이 포획낭에 완전히 들어오면 케이블로 고정해 지구로 가져오게 된다.
이처럼 수백 톤이나 나가는 소행성을 품에 안고 태양계를 여행하려면 무수한 기술적 난제를 극복해야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연구팀은 무인우주선에 장착될 적절한 추진기관을 찾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봤다. 그래서 JPL의 로켓과학자 존 브로피 박사를 공동 연구책임자로 영입했다. 그는 2007년부터 소행성 궤도 변경 연구를 해오면서 ‘태양전기추진(SEP)’이라는 이온 추진시스템을 설계한 장본인이다.
“SEP 시스템은 태양전지 패널이 생산한 전기로 크세논(Xe) 가스를 이온화하고, 이 이온들을 가속시켜 초당 최대 30㎞의 속도로 분출함으로써 추진력을 얻습니다. 기존 화학연료 로켓에 비해 10배가량 빠른 배기속도에요.”
2007년 발사돼 소행성대에 위치한 왜소행성 ‘세레스(Ceres)’를 향하고 있는 NASA의 ‘다운(Dawn)’ 탐사선에 채용된 SEP 시스템이 브로피 박사의 작품이며, 지금은 이보다 20배나 강력한 차세대 SEP 시스템 개발을 돕고 있다.
그렇게 브로피 박사와 NASA 연구자들은 지난 2010년 SEP 시스템을 장착한 무인우주선으로 10톤급 소행성을 포획해 지구 근처로 견인해오기 위한 연구를 본격화했다. 당초 국제우주정거장(ISS) 근처를 목적지로 삼았는데 탄타르디니가 달 근처의 라그랑주 점으로 옮길 것을 제안했다. 브로피 박사가 계산해보니 그것이 한층 실용적이었다.
“지구의 중력이 조금이라도 미치는 곳보다는 역학적으로 안정된 라그랑주 점이나 달의 고(高)궤도로 소행성을 가져올 때 우주선의 동력 소모가 적습니다. 동일한 에너지로 더 큰 소행성을 옮길 수 있다는 얘기죠. 최대 1,000톤까지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작은 소행성보다는 큰 소행성이 발견도 쉽고, 특성파악도 용이한 만큼 상당한 메리트를 누릴 수 있어요.”
연구팀은 2012년 4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타당성 연구를 완료했다. 보고서를 본 NASA는 상당한 감명을 받았고, 자체 연구팀을 구성해 기술적 부분을 철저히 추가 조사했다. 이윽고 2013년 초 백악관에 ‘소행성 방향전환 미션(ARM)’의 프로젝트안이 제출됐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NASA 예산 중 1억500만 달러를 배정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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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행성 연구의 선구자들 가운데 포획이나 궤도 변경에 관심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보다는 소행성에서의 자원 채굴에 훨씬 열광했다. 1903년 러시아의 유명 로켓과학자인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는 이미 1903년에 장거리 우주탐사를 위해선 소행성에서의 자원 채굴이 필수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활용, 유인 탐사의 시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소행성에서 물을 얻을 수 있다면 식수는 물론 산소와 연료 걱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산소와 수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행성의 희귀광물은 엄청난 부의 축적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2010년 설립된 소행성 자원 채굴 기업인 플래너테리 리소시즈는 직경 500m급 소행성에 묻혀있는 이리듐(Ir), 팔라듐(Pd) 등 백금족 원소가 전 세계 매장량의 1.5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일 수분이 풍부한 직경 500m급 소행성이라면 초대형 유조선 80척을 가득 채울 물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엄청난 보물창고를 선점하고자 지난해 또 다른 소행성 자원 채굴 기업인 딥 스페이스 인더스트리즈가 출범하기도 했다.
현재 플래너테리 리소시즈는 다수의 우주망원경을 지구궤도에 올려 채굴 대상 소행성을 찾을 계획이다. 최초 모델인 ‘아키드-100(Arkyd-100)’은 주반사경의 직경이 23㎝로 허블 우주망원경의 2.4m에 비해 성능이 월등히 떨어지지만 아키드-200, 아키드-300 등 차기모델은 이보다 향상된 성능을 지닐 것이다. 이 회사의 크리스 르위키 사장은 아키드 망원경이 새로운 산업혁명의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소행성 자원 채굴은 인터넷, 자동차, 항공, 철도 등의 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21세기의 거대 산업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한계가 있다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소행성 궤도조차 수백만 ㎞나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채굴비용을 감안할 때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경제성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ARM이 성공해 소행성을 달 옆으로 가져올 수 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에 르위키 사장을 포함한 소행성 채굴 기업 관계자들은 ARM의 추이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ARM이야말로 진정한 우주탐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인 달 착륙을 위한 아폴로 프로그램이후 가장 흥분되는 모험이 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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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의 ARM이 공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중에는 회의론자들도 섞여 있다. 은퇴한 NASA의 소행성 전문가 알 해리스 박사도 그중 한사람이다. 그는 ARM이 ‘기본적으로 낙관적 사고에 근거한 프로젝트’라 일축한다. 적절한 타깃이 있어야 하고, 그 타깃을 제시간에 찾아내야 하며, 타깃에 다가가서 포획한 뒤 견인해와야만 성공하는 극히 희박한 확률의 임무라는 것이다.
미 의회라고 논란이 없었을 리는 만무했다. 미시시피주 스티븐 팔라조 하원의원은 ARM을 ‘엄청난 돈이 드는 복잡한 놀이’라고 폄하했고, 연구예산 승인을 막겠다고 위협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결국은 예산안 통과가 이뤄졌지만 말이다.
ARM 연구팀은 이런 분위기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공상과학소설 같아 보이는 개념에만 치중해 판단한 것일 뿐 ARM이 충분한 기술적 타당성을 갖췄음을 이해하지 못했던 탓이라 여긴다. 긍정론자들은 또 ARM이 향후 더 원대한 우주탐사 프로그램을 위한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고 피력한다. 유인 화성탐사로 가는 길목에서 가교 역할을 할 프로젝트 중 현존하는 것은 ARM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근래의 일들을 상기해보자. 지난 2009년 미 대통령 직속 어거스틴 위원회는 미국의 유인 우주비행 프로그램이 지속 불가능한 상황이며, 현재 할당된 자원으로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듬해 오바마 대통령은 달과 화성의 유인 탐사를 표방한 NASA의 ‘컨스털레이션 프로그램(Constellation Program)’을 폐기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NASA를 필두로 한 우주과학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NASA 케네디우주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2025년까지 소행성, 2030년까지 화성에 인간을 보내는 새로운 우주탐사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 대통령의 발언과는 상관 없이 안타깝게도 2025년 소행성 유인탐사는 사실상 우리의 능력 밖이다.
NASA가 개발 중인 우주발사시스템과 차세대 유인 우주선 ‘오리온(Orion)’은 기껏해야 달보다 조금 먼 곳을 갈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로는 결코 사람을 보낼 수 없다.
탄타르디니의 아이디어를 처음 접하고 NASA나 미국행성협회의 프리드먼 박사가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것도 이 같은 현실에 기인했다. 인간이 소행성에 갈 수 없다면 소행성을 인간에게 가져 오면 된다! 그들에게 이는 막혔던 숨통을 일거에 틔워줄 혁신적 발상이었다.
“시시포스의 승리에서 비롯된 ARM은 유인 우주탐사계획이 안고 있는 자금 문제에 대한 해답을 던져줍니다. 더 없이 과학적이고, 흥미로우며, 유용하기까지 하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 능력으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작년 여름 NASA는 ‘소행성 이니셔티브’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 이니셔티브에는 ARM은 물론 NEO의 탐색에 주안점을 둔 소‘ 행성 그랜드 챌린지(AGC)’도 포함돼 있다. 지난 3월 공표된 제1회 AGC의 주제는 ‘데이터 사냥꾼’으로 지상망원경의 소행성 탐지 효율을 높여줄 알고리즘을 개발한 팀에게 3만5,000달러의 상금이 지급된다.
또한 NASA는 NEO프로그램의 일환으로 ARM의 목표 소행성(포획 및 방향변경이 용이한 직경 4~10m의 소행성)을 찾기 위해 세계 각지의 망원경들을 유기적으로 연계 운용할 시스템을 개발했다. NEO프로그램 사무국 추다스 박사의 전언으로는 2013년 3월 가동을 개시한 이래 10여개의 후보가 발견됐다. 이외에 NASA 존슨우주센터 산하 중성부력연구소(NBL)에서는 우주비행사들이 거대한 물탱크 속에서 소행성 표면 보행 훈련을 받고 있다.
NASA의 유인 우주탐사 계획을 총지휘하는 윌리엄 게르슈텐마이어 박사는 ARM 덕분에 인간과 우주의 상관관계에 혁신적 변화가 초래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ARM의 성공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주공간의 천체를 점령해서 다른 장소로 옮겼다는 뜻이 됩니다. 인간의 이익을 위해 우주에 변화를 가하는 시대가 열리는 겁니다.”
제1단계 / 소행성 탐색
과학자들이 지금껏 발견해낸 NEO는 고작 1만개 정도다. 하지만 현재 개발 중인 고성능 우주·지상망원경들이 상용 배치되면 탐색 속도와 정확도가 크게 배가될 것이다.
NEO 캠 (NEOCam)
개발자: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목표: 직경 140m 이상 NEO의 3분의 2 발견.
진척도: 적외선 센서의 상세 설계검사에 통과했다. NASA의 ‘2016년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에 채택되면 2020년쯤 발사가 이뤄진다.
운용계획: 라그랑주 점에서 궤도 운동을 하면서 적외선 망원경으로 2가지 파장의 소행성 열 방출을 탐색. 현재 소행성 탐색에 투입된 WISE 우주망원경보다 몇 배나 큰 14도의 화각을 지녔다.
소행성 충돌 경보시스템 (ATLAS)
개발자: 하와이대학
목표: 소행성 충돌 1일~3주일 전조기 경보 발령.
진척도: 하와이에 건설 중. 2016년 상용가동 예정.
운용계획: 110메가픽셀급 카메라들이 장착된 구경 20인치(50.8㎝) 망원경 2대로 매일 2차례 밤하늘을 탐색.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의 성냥불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민감하다.
아키드-100 (Arkyd-100)
개발자: 플래너테리 리소시즈
목표: 소행성을 관찰해 위치와 성분, 크기, 자전속도 파악.
진척도: 올 하반기 발사될 초소형 인공위성 ‘A3’를 통해 핵심 기술 테스트 예정.
운용계획: 매 90분마다 지구를 공전하면서 광학망원경으로 소행성을 관측하고, 레이저 통신 시스템이 관측된 이미지를 지구로 송신한다. 중량은 15㎏이며, 소형냉장고 크기다.
제2단계 / 소행성 퇴치
작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폭발한 유성의 파괴력은 TNT 50만톤에 달했다. 또 다른 NEO와의 충돌을 막기 위해 다각적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레이저 꿀벌 (Laser Bees)
개발자: 미국행성협회/ 스트래스클라이드대학/글래스고대학
목표: 직경 2~400m의 소행성 진로 변경
진척도: 실험실 테스트와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가 좋으면 5~10년 내 시험비행 추진.
운용계획: 다수의 소형 우주선을 소행성으로 보내 수개월~수년간 특정 표면에 레이저를 발사. 레이저에 의해 암석이 기화돼 초고열의 기체가 분출되면서 소행성 궤도가 변경된다.
초고속 소행성 방어 우주선 (HAIV)
개발자: 아이오와주립대/NASA
목표: 직경 1㎞급 소행성 파괴
진척도: 올 9월 2단계 연구 종료 예정. 10년 내 실증연구 돌입 전망.
운용계획: 소행성에 접근한 HAIV가 두 부분으로 분리된 뒤 앞부분이 표면에 충돌해 크레이터를 형성. 이후 300~1,000㎏급 핵폭탄을 장착한 뒷부분이 크레이터 내부로 들어가 폭발하여 소행성을 산산 조각낸다.
소행성 충돌·방향전환 평가 (AIDA)
개발자: 유럽우주기구(ESA)/NASA/ 존스홉킨스대학
목표: 2개의 소행성으로 이뤄진 ‘디디모스(Didymos)’ 소행성에 우주선 충돌.
진척도: NASA와 ESA가 사전연구 수행 중. 2020년과 2021년에 각 1대의 우주선 발사 예정.
운용계획: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의 우주선이 충돌을 통해 소행성의 궤도를 변경. ESA의 우주선과 지구의 지상망원경은 그 충돌의 실효성을 관측·평가.
소행성 포획 메커니즘
NASA는 화성유인탐사에 이어 소행성에도 우주비행사를 보낼 계획이다. 이를 현실화할 ‘소행성 방향전환 미션(ARM)’을 소개한다.
1. 발사
이르면 2018년 소행성 포획용 무인우주선을 실은 아틀라스 V 로켓이 발사된다. 지구저궤도에서 방출된 무인우주선은 출력 40㎾의 태양전기추진(SEP) 시스템을 가동, 지구고궤도로 상승한다. 여기서 달 중력의 도움을 받아 가속하여 소행성을 향해 출발한다. 목표 소행성은 중량 500톤, 직경 6.7m급이다.
2. 접근
4년 후 우주선이 목표 소행성에 접근한다. 거리가 50m 이내로 좁혀졌을 때 팽창식 외골격을 전개, 고강도 섬유 소재의 원통형 포획낭을 펼친다.
3. 포획
소행성이 포획낭 속으로 완전히 들어오는데 90여일이 소요된다. 만일 소행성이 빠르게 회전하고 있을 경우 포획낭 내부의 에어백을 전개해 회전속도를 낮추면서 포획을 한다. 이후 외골격을 축소시켜 소행성을 확실히 결박한다.
4. 견인
소행성 품은 우주선이 3~5년에 걸쳐 달까지 날아온다. 여기서 재차 달의 중력도움을 받아 라그랑주 점 또는 달의 고(高)궤도로 이동한다. 소행성은 이곳에서 우주선과 함께 보관된다.
5. 유인탐사
2025년경 NASA의 차세대 유인우주선 ‘오리온’이 소행성을 품고 있는 우주선과 도킹한다. 우주비행사 2명이 포획낭으로 이동해 소행성의 표본을 수집하고, 연구를 수행한다.
5.5㎞ 지구에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있는 NEO 중 직경이 가장 큰 소행성. 출처: NASA
100톤 하루 동안 지구에 떨어지는 소행성 및 혜성 입자들의 중량. 출처: NASA
10~14㎞ 6,500만년전 유타카 반도에 떨어져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의 예상 직경.
지구근접천제 (Near Earth Object) 지구 공전 궤도의 4,500만㎞ 이내에 위치해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는 소행성.
ARM Asteroid Redirect Mission.
라그랑주 점 (Lagrangian point) 서로 공전하는 두 천체 사이의 인력이 제로(0)가 되어 역학적으로 안정된 지점. 지구와 달 사이에 L1에서 L5까지 총 5개의 포인트가 있다.
화각 (angle of view, 畵角) 카메라가 이미지를 담을 수 있는 각도.
ATLAS Asteroid Terrestrial-impact Last Alert System.
HAIV Hypervelocity Asteroid Intercept Vehicle.
AIDA Asteroid Impact and Deflection Assessment.
WISE Wide-Field Infrared Survey Explorer.
SEP Solar Electric Propul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