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석탄의 ‘마지막 저항’

BIG COAL'S LAST STAND

윤리적 연료사용에 대한 대중의 의식이 강화되는 가운데 피바디 Peabody는 아시아 수출 확대에 필요한 서부 해안 터미널 건설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BY RICHARD MARTIN
PHOTOGRAPH BY KENJAOKI


어느 청명한 아침 미동부 와이오밍 Wyoming의 높은 평야 지대에서 빌 빌 Bill Veal은 여느 때처럼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해오던 일을 하고 있었다. 바로 땅에서 에너지를 채취하는 일이다. 피바디 에너지 Peabody Energy의 베테랑 광부인 빌은 질레트 Gillette의 남쪽방향으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남 NARM이라고 알려진 노스 엔틸로프 로셸 North Antelope Rochelle 광산에서 거대한 굴착기를 운전하며 석탄 광석을 대형 트럭에 싣는다. 빌은 12시간 교대근무 중 이제 반 정도 일했다. 올해 61세의 빌은 광산에서 거의 40년 가까이 일 해왔다.

19년이나 굴착기를 운전해온 빌이 두 개의 조이스틱과 두 개의 페달로 능숙하게 운전하자, 너비 21피트의 톱니 버킷이 달린 7층 높이의 굴착기가 채굴을 시작했다. 버킷-경차 다섯 대는 족히 들어갈 정도로 크다-은 이 일렬로 서 있는 대형 트럭에 석탄 광물을 퍼 넣는다. 트럭은 석탄과 돌 400톤을 실을 수 있는 크기였다. 픽스 Fixx의 ‘하나가 다른 하나로 이어진다(One Thing Leads to Another)’라는 제목의 노래가 운전석 스테레오에서 흘러 나왔다.

1분에 한 번씩 석탄을 퍼 나르고, 그렇게 세 번 하면 트럭 한 대가 꽉 찬다. 6~8분마다 한 대씩 트럭이 떠난다. 이곳은 365일 24시간 운영된다. 거대한 기계가 마치 군무하는 코끼리처럼 육중하지만 복잡한 춤을 추고 있는 듯하다. 절대 멈추거나 느려지지 않는 춤을 추며 값싼 에너지를 향한 사람들의 끝없는 갈증을 채워준다. 매일 이 광산의 쌍둥이 적하 시설에서 석탄을 가득 실은 트레인 20대가 동쪽, 서쪽 및 남쪽 지점으로 떠난다. 트레인당 약 125개의 칸이 있고 칸당 110톤의 석탄을 실을 수 있다. 매일 석탄 약 30만 톤이 이 광산에서 운반된다. 남은 파워 리버 베이슨 Power River Basin에서 가장 큰 광산이지만, 다른 광산 역시 생산성이 매우 높다. 총 70개의 트레인이 거의 100만 톤의 석탄을 싣고 매일 이곳을 떠난다.

어떻게 보나 석탄 산업은 현재 침체기를 겪고 있다. 2012년 미국의 석탄 소비량은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가가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관심을 두면서, 광산 기업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풍부한 천연가스를 두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저렴하다는 석탄의 가장 큰 장점도 힘을 잃게 됐고, 화력 발전소의 탄소배출에 EPA가 규제를 가하면서 125년간 이어온 석탄 시대가 막을 내릴 위험에 처했다. 그러나 환경주의자와 규제당국이 승리했다고 믿는 사람들과 소위 ‘석탄과의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남에 반드시 가봐야 한다. 남은 이 분지를 수놓는 12개의 노천 광산 중 하나다.

다른 거대 석탄 기업과 마찬가지로 피바디 에너지-남이 속한 기업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민간부문 석탄 기업이다 -는 미국이 석탄 의존도를 낮추려는 와중에도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가장 더러운 연료인 석탄에 대한 갈증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 최소한 아직까지는- 석탄 소비량이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이는 인도나 중국 등 아시아 개도국에서 더 두드러진다. 가솔린 값이 회복되면서, 미국도 전기 생산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율이 다시 커져 1월에는 44%라는 역사적 수치를 기록했다.

피바디의 회장이자 CEO인 그레그 보이스 Greg Boyce는 “인구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와 중국에는 해안가를 따라 신규 석탄 화력 발전소와 철강회사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발전소들은 바다를 통해 들어온 수입 석탄을 이용한다. 즉, 파워 리버 베이슨은 특히 태평양 북서부지역을 이용해 새로운 수출로를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철도를 이용해 석탄을 미 중서부지역 까지 운반한 후, 미시시피를 건너 멕시코만으로 가서 화물선에 옮겨 싣고, 파나마 운하를 건너 광저우 Guangzhou나 콜카타 Kolkata로 가려면 거리가 너무 멀어 마진을 거의 남기지 못한다.

피바디는 아시아 시장을 새로이 개척하길 원한다. 아시아 시장에 석탄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먼저 서부 해안에 새로운 수출 터미널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대중들의 반발로 이어졌다. 미국의 환경운동 단체 시에라 클럽 Sierra Club의 ‘석탄을 넘어서(Beyond Coal)’라는 캠페인을 총괄하는 브루스 닐스 Bruce Nilles는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철도회사, 여타 석탄 생산업체, 지역 및 주 기업개발기관 등과 함께 피바디는 아시아로의 석탄 수출을 강화하고자 만들어진 ‘북서부의 일자리 및 수출을 위한 동맹(Alliance for Northwest Jobs and Exports)’을 지지한다.

인디언 부족들과 목장주들, 그리고 환경주의자들과 지역 공무원 등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강경주의 연합체는 서부 해안에 신규 수출 터미널을 건설하는 것에 반대했다. 항구 건설 제안 여섯 건 중 세 건이 이미 철회됐고, 최근 몇 달간 이 지역에서 공청회가 열려 열띤 공방이 오갔다. 이 공청회를 통해 환경주의자들과 지역 공무원들은 아시아에 미국 석탄을 수출하는 것과 관련한 경제적·윤리적 문제를 대중들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석탄 매장량이 가장 많은 국가이고, 파워 리버 베이슨은 미국에서 석탄 보유량이 가장 많은 회사다. 미국이 개도국에 석탄을 공급함으로써 이들 국가의 경제가 발전하는 데 ‘연료’가 돼주고 동시에 탄소배출이 늘어나는 데 일조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비단 와이오밍뿐만 아니라 서부 해안가 도시 및 미 의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닐스는 “이는 우리가 절대 건널 수 없는 모래 위의 선”이라고 말한다. 미국은 진정 세계 1위의 석탄 수출국이 되고 싶은가? 1980년대 벌목꾼들과 도시 거주민들이 멸종위기의 점박이 올빼미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인 이후, 태평양 북서부 지역의 환경단체가 이렇게 역동적으로 행동에 나선 적은 없었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 위치한 클라이밋 설루션스 Climate Solution의 상임고문 로스 맥팔레인 Ross McFarlane은 석탄 반대 운동에 대해 “각양각색의 관점과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먼저 교통 혼잡이 문제다. 이미 철도가 수용 한계점에 다다랐거나 초과했는데 거기에 1.5마일 길이의 석탄 트레인이 다니면 철도 교통량이 두 배 이상 늘 것이다.” 그것 외에도 도덕적 문제가 남아 있다. “이제 지역사회와 개인은 더 넓은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이것이 우리 주와 경제 그리고 지구를 위해 올바른 일일까?’를 생각한다. 그리고 ‘아니다’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레그 보이스가 2006년 피바디 에너지의 CEO에 올랐을 때, 그는 자신의 회사가 돈을 찍어내는 기계가 될 것이란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중국 본토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원자재 붐이 일어나면서 에너지 소비가 기록을 경신했고, 2008년 석탄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해 톤당 거의 140달러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피바디의 국내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선적회사는 치솟는 석탄 수출량을 감당하느라 고군분투했다. 노포크 Norfolk에 위치한 북미 최대 석탄 수출 터미널인 람베르트 포인트 Lambert’s Point에서 연안에 정박해 있는 빈 배가 마치 버스 정류장에서 초조하게 버스를 기다리는 통근자처럼 화물을 기다리고 있었다. 베테랑 광산 엔지니어인 보이스는 회사 경영진 위치에서 이제는 세계 광산업계의 가장 강력하고 돈을 많이 버는 경영인이 됐다. 그는 1990년대 5년간 켄네콧 에너지 Kennecott Energy의 CEO를 역임했다. 이 회사는 리오 틴토 Rio Tinto-피바디의 라이벌 기업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광산 기업 중 하나다-의 자회사다. 그 후 그는 리오 틴토에서 국제 에너지 사업을 이끌었다.

2006년 보이스가 호주 최대 야금용 석탄 *역주: 금속 제련에 쓰이는 석탄 생산업체인 엑셀 콜 Excel Coal을 15억 달러에 인수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면서 급성장하는 아시아 시장 진출의 문을 활짝 열었다. 5년 후에 그는 더 큰 인수에 성공했다. 브리즈번 Brisbane에 위치한 호주의 마지막 남은 독립 석탄 기업 중 하나인 맥아더 콜 Macarthur Coal을 거의 5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피바디는 맥아더 콜을 인수한 덕분에 미국에서 가장 강력하고 가장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석탄 공급업체가 됐다. 1880년대 피바디는 주변 광산에서 석탄을 공급받아 시카고의 가정과 기업에 판매하는 소규모 기업으로 시작했다. 2011년 3월 회사의 주가는 거의 73달러에 이르렀다(현재는 주당 17달러에 거래된다). 오늘날 피바디의 석탄은 미국의 총 전기 생산량에서 약 10%, 전 세계에서는 약 2%를 차지하게 됐다. 직원 수 8,300명의 피바디는 25개가 넘는 국가에서 발전소 및 공장 260곳에 석탄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까지 입증됐거나 가능성이 있는 피바디의 석탄 매장량은 80억 톤 이상으로 추정된다.

2008년에 닥친 금융위기의 여파가 지속되면서 그 영향이 마침내 세계 원자재 시장에도 미치기 시작했다. 중국 경제의 과열현상이 식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이 위기 전 수준으로 쉽게 회복되리라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더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보이스같은 에너지 기업 경영인들은 날마다 놀랍고도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과 마주했다. 특히 개도국에서 두드러졌던 에너지 수요 증가의 둔화가 불가피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BP에 따르면 세계의 주요 에너지 소비량은 2011년과 2012년 사이에 겨우 1.8% 늘었다. 이는 역대 가장 낮은 수치였던 2.5~3%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이고, OECD 국가에서는 실제로 에너지 소비량이 감소했다. 산업화 이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사상 처음으로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감소한 것이다.

2013년 피바디의 매출은 2012년 매출액과 비교해 17억 달러 감소한 70억 1,000만 달러였고, Ebitda *역주: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도 18억 4,000만 달러에서 10억 500만 달러로 급감했다. 피바디는 지난 5년간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과 판매를 해외시장으로 옮기면서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 피바디는 2011년과 2012년 수출량 기록을 달성했고, 호주에서 생산된 석탄만 해도 30%나 증가했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이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셰일 가스 붐이 일어나면서 전 세계 에너지 분야의 역학 구도가 변했다. 천연가스의 에너지 단위당 탄소 배출량은 석탄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 가격을 포함해 모든 조건이 동일하면, 전력회사는 석탄 대신 가스를 태우기 시작했다. ‘석탄의 대체 에너지(coal substitution)’는 전력회사 이사회에서 자주 거론되는 용어가 됐다.

동시에 기후변화가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분명히 드러나면서, 대중들의 의견에도 미세하지만 강력한 변화가 확립됐다. 전에 담배가 그랬던 것처럼 석탄은 현대 삶에서 용인되고 도처에 존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제는 피해야 할, 심지어는 기피하는 무언가가 됐다. 시에라 클럽의 환경주의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공언-지속가능한 자원을 기반으로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세우겠다-에 힘입어 충분한 자금을 투자해 ‘악마의 바위(demon rock)’라 불리는 석탄에 반대하는 공공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피바디는 수년 동안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데 앞장섰다. 피바디의 수석 로비스트로 불같은 성격을 지닌 프레드 파머 Fred Palmer는 90년대 말 인터뷰에서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는 화석연료를 태우고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방출하는 것은 “신의 업무를 대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늘날 피바디는 기후 변화를 둘러싼 싸움을 대부분 포기했다. 보이스는 프레드와 입장이 달랐다. 석탄이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빛, 열 및 전력을 공급하여 거의 200년 동안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가장 많이 향상시켰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피바디 타워 14층 사무실에서 보이스는 “21세기 우리가 처한 가장 큰 위기는 컴퓨터 모델이 예측한 미래의 환경 위기가 아니라, 당면한 인류의 위기이다. 그런데 이 위기는 우리의 힘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일단 우리가 역동적이고 견실한 세계 경제를 구축해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제공하고 이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럴 때만이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한 다양한 환경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대담한 발언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채굴회사의 이익과 고통을 겪고 있는 아시아 및 아프리카 사람들의 이익이 연관돼 있다고 말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도국이 저렴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셰일 가스 붐, 태양열 에너지 값의 빠른 하락 및 오랜 지연 끝에 시작된 ‘원자력 에너지 르네상스’에도 석탄은 여전히 세계 여러 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남아 있다. 이는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동아시아와 남아시아 같은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비영리기업 사이트라인 인스티튜트 Sightline Institute의 추산에 따르면 만약 석탄 산업이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가면서 수출 확대 계획이 결실을 맺으면, 매년 1억 4,500만 톤의 석탄이 아시아로 수출된다. 또 이 덕분에 연간 2억 6,2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추가로 배출된다. 보이스와 그의 동료들은 이를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아시아가 미국에서 석탄을 수입하지 않으면 어차피 다른 국가에서 수입할 것이고, 특히 훨씬 더 더러운 석탄을 생산하는 동남아시아 광산에서 석탄을 수입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보이스는 “문제는 아시아가 석탄 수입을 늘릴 것인가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당연히 늘릴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것이 미국이나 다른 국가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적 혜택을 줄 것이냐”라고 강조했다.

물론 호주와 중국 역시 혜택을 볼 것이다. 피바디는 이미 호주에서 석탄 매출의 거의 절반, 수익의 1/3을 거두고 있다(대부분 중국 철강회사들에게 석탄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에서 피바디는 시진핑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극서 지역에서 대규모 석탄 광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급속히 성장하는 해안 도시에 연간 5,000만 톤의 석탄을 공급할 것이다. 파바디는 또 몽골에서 타반 톨고이 Tavan Tolgoi의 대규모 광산을 개발하는 주요 서구 기업들 중 하나다.

피바디의 투자관계 총괄 부사장 빅 스벡 Vic Svec은 호주의 석탄 수출, 국내 프로젝트, 피바디 산하 중개 기업 콜 트레이딩 그룹 Coal Trading Group을 통한 석탄 무역, 그리고 미 서부해안에서의 석탄 수출 확대 사업 등에 대해 “신흥 시장 공략을 위한 전방위적 전략”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태평양 북서부 지역을 통해 석탄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석탄은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채굴하고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어떤 지역에는 수출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을 합당한 근거는 없다.”

전방위적 전략의 기반이 된 중요한 추세가 있다. 바로 중국의 석탄 사용량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것도 무한정 말이다. 하지만 모두 이런 추세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2010년 세계 석탄 수요의 46%를 차지했던 중국은 올해 초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지난해 여름 골드만 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바다를 통한 석탄 수출 수요가 급감할 것-연간 성장률이 2007~2012년 7%에서 2013~2017년 1%로 낮아졌다-이라고 예상하며 “석탄 채굴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시티 리서치 Citi Research는 ‘상상하기 힘든 일들: 중국의 석탄 수요의 정점(The Unimaginable: Peak Coal in China)’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여러 가지 요인들-위기수준인 중국의 공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 강화, 경제성장 둔화, 에너지 집약도(GDP 1,000달러 생산을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의 양) 저하, 기존 발전소의 효율성 향상-때문에 발전용 연료탄(thermal coal)의 수요가 2020년까지 침체되거나 더 이상 발전하지 않게 될 것이다.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하면 피바디의 전략뿐만 아니라 호주나 인도네시아의 거대 석탄 수출 기업들의 전략 역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광산 기업 BHP 빌리언 BHP Billion-피바디와 달리 알루미늄, 석유 및 구리 채굴 등 다각적인 사업을 추진한다-은 호주 동북부 해안 퀸즐랜드 Queensland에 대규모 신규 석탄 터미널을 건설하겠다는 계획과 석탄을 바다로 운반하기 위한 철도 건설 프로젝트를 철회했다. 이 회사에서 석탄과 철강 사업을 담당하는 마커스 랜돌프 Marcus Randolph는 호주 파이낸셜 리뷰 Australian Financial Review 지를 통해 연료탄의 미래는 “굉장히 어둡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에 대출을 해줬던 국제기구들의 수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오바마 대통령이 특정 상황을 제외하고 미국 수출입은행 (Export-Import Bank)이 해외 석탄 화력 발전소에 지금을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한 후, 지난 10년 동안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던 세계 은행 (World Bank)과 유럽 투자 은행 (European Investment Bank)도 투자를 철회했다.

거시적 경제 상황 역시 석탄에 유리하지 않다. 경제 체제가 점차 고도화되면서, 현대 국가의 에너지 집약도가 낮아지고 GDP 성장이 야기하는 환경오염도 줄어든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추세를 ‘환경 쿠즈네츠 곡선 (Environmental Kuznets Curve)’ *역주: 경제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성장할수록 환경이 오염되다가, 소득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오염이 줄고 환경이 개선되는 점을 보여 준다이라 부른다. 중국도 산업 체계가 점차 성숙해지고 에너지 분야도 대기오염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에 반응하기 시작하면서, 환경 쿠즈네츠 곡선을 따르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행기 부품을 만드는 것보다 석탄이 덜 필요한 아이폰 조립 쪽을 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린다. 단기적으로 중국 경제-성장률이 연 7%로 낮아지고 있지만-는 석탄을 동력으로 삼을 것이다. 때문에 투자자 중심 연구 보고서의 암울한 전망에도 월가에서는 석탄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말이다. 지난해 11월 골드만 삭스는 피바디의 호수 사업이 발전하고 있고, 야금용 석탄 가격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피바디의 주식을 매수 (Buy) 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파워 리버 베이슨의 아시아 신흥 시장 진출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먼저 남의 선적시설에서 해안가까지 철도로 1,600마일을 가야 한다(파워 리버 베이슨에 있는 피바디 소유의 다른 광산 카바로 Caballo와 로하이드 Rawhide에서는 50마일 정도 더 가깝다). 그런 다음 석탄은 석탄 터미널에서 배로 옮겨진다. 2011년 2월 피바디는 워싱턴 벨링햄 Bellingham 북서부에 건설된 예정인 게이트웨이 퍼시픽 터미널 Gateway Pacific Terminal의 개발자와 계약을 맺고 연간 2,600톤의 석탄을 아시아에 수출하기로 했다. 개발업체 SSM 마린 SSM Marine에 따르면, 석탄 선적 시설 건설 계획에서 규모가 가장 큰 이 프로젝트는 건설에 6억 6,500만 달러가 들고, 완공되면 연간 약 5,400만 톤의 석탄을 선적할 수 있다. 피바디는 단지 이 프로젝트의 지원업체를 넘어 ‘핵심 입주 기업 (anchor tenant)’이 될 것이다.

라이벌기업 아치 콜 Arch Coal은 워싱턴 롱뷰 Longview에 위치한 컬럼비아 리버 Columbia River에서 이보다 약간 규모가 작은 밀레니엄 터미널 Millennium Terminal 건설을 위해 피바디와 협력하고 있다. 개발자들은 태평양 북서부에 석탄 수출 설비를 건설하는 데 총 20억 달러 가량의 자금을 투자할 것이다. 문제는 피바디와 다른 석탄 수출업체들이 태평양을 가로질러 석탄을 선적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16만 5,000톤 이상의 석탄을 적재할 수 있는 케이프 사이즈 cape size 화물선이 태평양을 가로질러 4,500마일을 가게 될 것이다. 남에서 석탄을 채굴하고 생산해 아시아 항구까지 선적하는 데 톤당 65달러가 들것이다. 2월 초 기준으로 파워 리버 베이슨이 생산한 석탄 1톤의 현물가는 12.35달러였다. 피바디는 에너지에 굶주린 아시아 시장에 석탄을 판매하면서 그보다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지만, 호주와 인도 수출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사이트라인 인스티튜트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피바디는 톤(1,000 kg)당 8~10달러의 손실-미국 톤(약 907kg)당 7~9달러-를 입게 될’ 전망이다.

그레그 보이스 같은 베테랑 석탄 전문가들은 이러한 단편적인 관점은 이 업계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순환주기를 간과 한데서 생긴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는 석탄이 초과 공급되고 있는 시기다. 이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미 신규 프로젝트 중 상당수가 철회되고 있다. 지금처럼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면 어느 시점부터는 과잉공급이 상쇄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계획이 상승 주기에 어떤 효과를 내는지 보게 될 것이다.”

모두 터미널 건설이 완성돼야 가능한 일이다. 에너지와 관련한 의사결정이 대부분 그렇듯, 석탄 수출에 대한 문제도 태평양 북서부를 넘어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Michael Bloomberg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석탄 수출은 기후변화 위기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재 C40 시티스 클라이밋 리더십 그룹 C40 Cities Climate Leadership Group의 의장이자 도시와 기후변화 부분 UN 특별 대사인 블룸버그는 “사실 석탄을 수출하면 개도국이 앞으로도 몇 년 동안이나 더 석탄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위기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경제발전과 더불어 사회기반을 닦으면서 더 깨끗한 대체에너지를 쓰려는 노력을 게을리할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파워 리버 베이슨으로 돌아가 보자. 피바디에서 18년 일해온 스콧 더긴 Scott Durgin은 이 거대한 탄광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커다란 위성 사진을 펼쳐 보였다. 피바디는 노스 엔틸로프 로셸 광산 NARM에서 약 24억 톤의 석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현재 생산 속도로 약 25년간 사용할 수 있는 수치다. 그레그 보이스부터 트럭 기술자들까지 다른 피바디 직원들처럼 다긴도 석탄의 종말을 일축했다.

“우리는 아시아가 좋은 시장이 되길 바란다. 그러나 모두 우리가 건설하는 항구에 달려 있다. 우리가 아시아 시장에 의존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다’이다. 아시아가 우리의 시장이 될 수 있다면, 그에 대한 준비를 할 것이다. 그러나 회사의 미래에 필수적인 사업은 아니다. 남 NARM은 현재 총력을 다해 운영되고 있고, 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곳은 석탄을 채굴하기 적절한 곳이고 시기도 좋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파워 리버의 석탄을 필요로 할 것이다.”

후에 더긴은 회사 SUV를 몰고 트레인에 석탄을 적재하는 장소인 쌍둥이 선적시설에 갔다. 무언가 잘못됐다. 트레인이 움직이지 않는다. 순간 석탄층부터 기동차 (rail car) *역주: 가솔린기관 또는 디젤기관 등의 내연기관을 장치하고 그 기관의 동력을 이용하여 운행할 수 있는 철도차량까지 복합단지의 모든 것이 멈췄다. “이러면 안 되는데”라며 더긴이 중얼거렸다. 하역지점에서 트럭이 밀렸다.

그러나 이는 단지 일시적인 문제일 뿐이다. 한 시간 정도 지나면 활송 장치 *역주: 사람들이나 물건들을 미끄러뜨리듯 이동시키는 장치가 열리고, 트레인이 덜컹 소리를 내며 작동하고 선적을 시작할 것이다. 석탄 생산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어둠이 찾아오면 분지를 가로질러 광산을 환하게 비추는 거대한 조명등 천천히 작동할 것이다. 질레트, 더글러스 Douglas, 라이트 Wright 및 다른 광산마을에서 노동자들이 야간 근무를 하기 위해 회사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넓은 평야에 밤이 찾아왔지만, 석탄의 하루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은 아니다.


리처드 마틴 Richard Martin은 내비건트 리서치 Navigant Research의 편집장이다. 세계 석탄 산업의 미래를 다룬 저서가 2015년 초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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