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외국계 저비용항공사 (LCC·Low Cost Carrier) 4곳이 여객 정기노선 허가를 받아 새로 국내에 취항했거나 곧 취항한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이 국제 노선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저비용항공사도 물밀듯이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는 양상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가격경쟁력과 고객서비스를 바탕으로 시장을 방어하면서 해외진출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외국계 저비용항공사의 잇따른 국내 진출은 항공 수요가 많은 동북아와 동남아시장을 연결하는 노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올해 아시아 지역에 새로 설립되는 저비용항공사가 10개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들 대부분도 시간차를 두고 국내 취항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외국계 저비용항공사 진출이 잇따르자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티웨이·이스타항공 등 5개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외국계 항공사들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재 운항하고 있는 국제노선과 겹쳐 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외국계 저비용항공사가 운항하는 일본·중국·동남아시아 노선은 국내 저비용항공사와 대부분 중복된다. 일본노선은 도쿄(제주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오사카(제주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후쿠오카(제주항공, 에어부산, 티웨이항공)에서 경쟁이 붙었다. 중국 상하이(진에어)와 홍콩(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필리핀 세부(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와 마닐라(제주항공), 대만 타이페이(에어부산), 캄보디아 씨엠립(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역시 겹친다.
국내 5개 저비용항공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공항공사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김포공항에 전용 터미널을 만들고 항공유를 공동구매해 서비스와 가격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편리한 예약·발권과 차별화된 기내 서비스, 무료 수하물 등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다양한 이벤트와 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이 더 많이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노선을 확대하는 전략도 계속 펼친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일본·중국·대만·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캄보디아·라오스·미국령 괌 등 9개국 29개 도시를 운항하고 있다.
현재 5개국 11개 도시에 15개 정기노선을 운항하고 있는 국내 최대 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은 오는 6월1일부터 인천~홍콩노선 주7회에서 주12회로 증편한다. 확정되진 않았지만 올 하반기 국제선 신규 취항도 계획 중이다.
그동안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국제선 취항으로 경영실적 개선에 큰 도움을 받았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최초로 제주항공이 해외 노선(인천~오사카) 운항을 시작한 게 2009년 3월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국제선을 이용한 승객은 2009년 16만 명에서 지난해 490만 명으로 30배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저비용항공사 시장점유율도 0.5%에서 9.6%로 늘어났다. 올해는 10%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5개 저비용항공사들은 국제선에서 거둔 수익을 기반으로 국내선 비중도 늘려나갔다. 지난해 국내 저비용항공사 국내선 수송 분담량은 48%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같은 지역 노선을 두고 벌이는 해외 저비용항공사와 국내 저비용항공사 간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저비용항공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의 전망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길게 봤을 때 단거리 노선에서 저비용항공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아져 시장이 저비용항공 중심으로 바뀌는데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