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세월호에 사물인터넷이 연결되었다면…

SNS 마케팅 따라잡기

세월호 참사 이후 이번 같은 대참사를 막기 위한 재난 방지 대책이 잇달아 쏟아지고 있다. 국가안전처 신설 등 정부 조직 개편, 연안 여객선에 블랙박스 설치 의무화, 선박 티켓 전산화, 해사안전법· 재해구호법을 비롯한 관련 법 개정 등 대책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성에는 차지 않아 보인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그야말로 ‘침몰’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약, 세월호에 요즘 IT업계의 뜨거운 이슈로 등장한 사물인터넷이 연결되었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더욱 능동적인 대응을 할 수 있었을까.
홍덕기 SNS칼럼니스트 ceo@isocial.co.kr www.facebook.com/deockee


“선장이 직접 판단해 인명 탈출 시키세요.”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 Vessel Traffic Management System)가 침몰 중인 세월호에 지시한 내용이다. 세월호 선장도 관제 담당자도 퇴선에 대해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는 이미 50도 이상 기울어 침몰 중이라는 사실을 양쪽 모두 인지하고 있음에도 퇴선 명령을 서로 미루고 있었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에게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현재 위치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한 상태지만 구명벌(구명뗏목)을 띄울 시도조차 안하고 있다. 그들은 구명벌이 작동하지 않을 것을 미리 알고 있었을까? 승객의 탈출을 도울 구조선이 언제 도착할지 반복해서 묻고 있다.

세월호에 사물인터넷 센서가 달려 있어 선박의 위급한 상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기초로 완전 침수될 시간을 사전에 알려 주었다면, 승객을 탈출시킬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았는지 정확하게 보여주었다면 선장이나 관제 담당자가 귀중한 시간에 저리 우물쭈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박 스스로 위험의 임계치에 도달하면 선장이나 선원뿐 아니라 관제센터에 알리는 것은 물론, 승객에게도 자동으로 경고음으로 이를 알리고 선박의 상태 변화에 따른 매뉴얼에 따라 스마트폰을 통해 행동 지침을 내릴 수도 있다. 승객은 선박이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한 스마트폰의 선박 내부 지도를 보며 비상구를 찾아 나갈 수 있다.

진도 VTS는 관할 수역을 통과하는 선박을 레이더 모니터로 지켜본다. 선박의 항적이 나타나고 주변 500m에 다른 선박이나 물체가 접근하면 경고음이 울린다. 담당 관제사는 세월호의 이상 징후를 파악하지 못하고 조기 대응에 실패했다.

해경은 2년 전 지능형 해상교통 관리시스템을 구축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파악하고 정상항로 이탈, 갈지자 운항, 그리고 속도 급변경 등 이상 징후를 자동으로 감지해 선박에 통보할 뿐 아니라 구조팀에도 경보를 전파하는 시스템이다. 전자정부사업의 일환으로 도입된 이 시스템은 사고 당일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해경의 해상교통 관리시스템과 선박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이 장착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고 고장 등 기타 문제점도 상호 체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원인 중 하나가 화물 과적이다. 복원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화물보다 3배나 많이 선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적을 숨기기 위해 규정 평형수의 4분의 1만 채웠다.

선박 출항의 관리감독을 책임진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은 ‘일손 부족’ 등을 이유로 출항 전반 과정을 해운 조합에 위임하고 있다. 해운회사들이 만든 이익 단체인 해운조합은 선장이 작성한 점검보고서를 받고 출항 서면 확인을 해준다. 세월호 점검보고서의 경우 탑승 인원, 화물 적재량 등 주요 사항이 모두 엉터리였지만 아무런 별도 점검 없이 출항 승인을 받은 셈이다.

평형수를 채우는 밸러스트 탱크 등 주요 장비에 중량 센서를 장착하고 이 데이터를 선박, 선주, 해운조합이나 해경 등과 즉시 공유할 수 있다면 ‘만재흘수선(선박이 물에 잠기는 안전 수위를 선박 측면에 표시한 선)’을 육안으로 확인할 필요 없이 안전 규정을 지킬 수밖에 없다.

정부는 탑승 인원에 관해서 선박 티켓 전산화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발권 단계에서부터 탑승객의 이름, 생년월일, 연락처를 입력해야 하고 승차권에도 내용이 표시된다. 따라서 신분증을 소지해야만 여객선에 탈 수 있다. 오는 6월부터 시행될 이 티케팅 시스템에는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센서를 도입해 탑승객 인원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조난자의 위치 추적을 위해 구명조끼에 정밀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구명조끼에 완전 방수로 내장된 정밀 GPS는 조난될 경우 자동으로 전파를 발송해 위치를 알리게 된다. 태양전지를 장착하면 배터리 수명의 문제는 해결된다.

이 구명조끼는 지난 2007년 국내의 한 연구소에서 특허를 받은 바 있지만 수요를 찾지 못해 상용화하는 데 실패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를 30조 원으로 13배(2013년말 대비) 늘릴 계획이다. 공공 부문의 사물인터넷 중 전력 가스 검침 · 수자원 관리 등 에너지, 주차 ·도로 통행료 징수 등 교통, 범죄 예방 등이 우선 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도 시범 사업에 포함되어 있다. 붕괴 위험지역에 지표 변화를 측정하는 첨단 센서를 설치하고 상시 감시를 통해 산사태를 미리 예측해 이상 징후 발생 시 지역 주민에게 즉시 알려주는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공공 부문 사물인터넷 도입의 최우선 순위를 바꾸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상 재난에 대비한 사물인터넷 도입을 서둘러야 할 때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 국가안보국(NSA;National Security Agency)은 9·11테러 이후 빅데이터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고 뉴욕시는 대규모 대테러 감지시스템을 도입했다.

세월호 참사는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인재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위험을 알면서도 돈 때문에 과도하게 화물을 실었고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이를 숨기기 위해 선적 데이터를 조작했다. 선장과 선원의 책임과 의무 그리고 대피 매뉴얼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운항의 관리 감독 기관인 해양수산부와 해경은 무능을 넘어 유착의 증거를 숨기는 데 급급한 모양새다. 정부의 재난 통합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사물인터넷이 인간의 탐욕을 제어하고 인간의 불안전함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기를 기대해 본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홍덕기 대표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일간스포츠 기자를 거쳐 한국아이닷컴 프로젝트 개발부장을 역임했다. 한국대학신문 편집장을 지낸 후 SNS 사업체인 ㈜아이소셜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동덕여대에서 ‘광고론’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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