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게임업계, 해외시장에 사활 건다

[GAME] ‘신데렐라 법’ 합헌 결정으로 국내 시장 위축

“창조경제의 핵심을 정부가 짓밟았다(게임업계).”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 및 보호를 지향하는 헌법이념 및 공공의 가치를 재차 확인했다(여성가족부).” 게임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신데렐라 법’, 이른바 ‘강제적 셧다운제(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이하 청소년들의 게임이용을 제한하는 제도)’에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이를 바라보는 게임업계와 정부의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하지만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게임업계는 셧다운제라는 장애물을 넘기 위해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지난 4월 24일 헌법재판소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시간 인터넷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게임업계는 이 같은 결정에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이후 줄기차게 “게임 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이 큰 창조경제의 핵심”이라고 밝혀왔기 때문에 규제완화를 기대했던 게임 업계에겐 찬물을 끼얹은 격이었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전 게임산업협회)는 합헌 결정이 내려진 직후 “규제완화 논의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이 같은 결정이 나와 게임 산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면 여성가족부는 헌재 결정을 환영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청소년의 인터넷게임과 스마트폰 과다 이용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국민적 우려가 심각하다”며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보호를 지향하는 헌법 이념과 공공의 가치를 재차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의 합헌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셧다운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셧다운제 합헌결정으로 게임을 마약으로 간주하는 이른바 ‘게임중독법’ 입법화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타개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선 게임업계는 국내 시장의 위축을 만회하기 위해 해외시장 진출을 더욱 적극적으로 시도할 예정이다. 국내 대표 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는 올해를 시작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사활을 건다. 중국과 북미시장에서 호조를 보인 온라인 게임 ‘블레이드앤소울’와 ‘길드워2’가 그 중심이다. 김택진 대표 역시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국내 게임 산업의 어려움을 혁신으로 이겨내겠다”는 목표를 밝히며 해외시장 공략 의지를 우회적으로 나타낸 바 있다.

블레이드앤소울은 중국 출시 당시 동시 접속자 수 150만 명 이상을 기록하며 초기 흥행에 성공한 온라인게임이다. 특히 중국 게임시장의 성공 열쇠로 꼽히는 무협장르, 맞춤형 그래픽, 캐릭터가 블레이드앤소울의 성공을 견인한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북미와 유럽시장에서 성공신화를 쓴 온라인 다중접속역할수행(MMORPG)게임 길드워2(중국명 격전2)는 지난 5월 15일 정식 중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2012년 8월 북미·유럽 시장에 출시된 길드워2는 게임 패키지만 무려 350만 장 이상 판매되며 밀리언셀러에 오른 인기작이다. 길드워2는 중국 내 정식서비스 시작 전부터 온라인 게임 기대 순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넥슨은 2014년을 해외시장 개척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셧다운제 등 국내 게임시장의 악재를 해외시장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김태환 넥슨 부사장은 “올해 룩셈부르크 현지법인을 기반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게 될 것”이라며 “메이플스토리2 등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콘텐츠를 앞세워 글로벌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도 국내 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한 15~20종의 게임을 발표할 계획이다. 일본 시장에서는 네이버의 라인과 협업을 지속하고 중국에서도 현지 파트너사를 발굴해 협력관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PC온라인 게임업계와는 달리 모바일게임업계는 이번 셧다운제 합헌 결정의 직격탄을 피했다. 모바일 게임에 대한 셧다운제 적용은 오는 2015년 5월 19일까지 유예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가족부는 모바일 게임에 대한 셧다운제 적용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는 합헌 결정 직후,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에 셧다운제를 모바일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게임 업계도 이 같은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해외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최근 컴투스를 인수하며 모바일 게임업계의 맹주로 떠오른 게임빌도 글로벌 시장 개척에 집중할 예정이다. 컴투스 인수로 자체 게임 개발력이 높아진 만큼, 게임과 기존 강점이었던 퍼블리싱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게임빌은 지난해 공격적인 글로벌 시장 투자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지난해 게임빌은 아시아, 유럽, 남미 지역에서 전년 대비 2배가량의 상승세를 기록했고, 중화권에선 전년 대비 무려 300% 성장이라는 기록적인 실적을 올린 바 있다. 게임빌 측은 “지난해 강도 높은 투자의 결실이 올해 드러날 것”이라며 “올해는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북미·유럽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대다수 중소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은 셧다운제 적용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본 없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승부를 거는 신생 벤처 개발사들의 경우, 해외시장 진출이 결코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 모바일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에 대한 셧다운제가 시행되면 자본이 부족한 벤처는 결국 대형회사에 인수되고 말 것”이라며 “게임을 넘어 벤처시장의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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