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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INTERVIEW] 임용택 한국기계연구원장

“개방과 융합이 공존하는 글로벌 기계기술 연구기관으로 도약”

“기계연이 독자 개발한 자기부상열차는 차세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친환경성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금명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가시적 성과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지난 2월 한국기계연구원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해 얼마 전 취임 100일을 맞은 임용택 원장은 기계연의 핵심 연구성과인 자기부상열차의 상용화에 이처럼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한 KAIST 교수 재직 중 축적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 선진연구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융합연구의 기틀을 마련하는 한편 효율적 연구문화 정착에도 힘써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Q. 취임 100일이 지났습니다. 그간을 자평해 주신다면?

생각보다 신속한 결정이 필요한 사안들이 많아 바쁜 일정을 보냈습니다. 돌이켜보면 국가경제에서 기계 산업의 비중이 큰 만큼 기계연의 책임과 역할도 막중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그동안 기계연이 이뤄 놓은 업적을 바탕으로 국제적 위상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저는 연구자들이 최선을 다해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려면 내부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취임 후 조직문화 개선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개방형 조직문화를 구축하여 전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목적의식을 부여, 즐겁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 목표입니다.

지난 4월 연구분야와 경영분야의 부원장 제도를 도입한 것도 그 일환입니다. 두 부문의 견제와 균형 속에서 상호 긴밀히 소통하고 공조하는 체계적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간부회의나 월례회 같은 정형화된 회의 방식을 탈피하고, 내부 토론의 장으로 활용하면서 기계연의 발전이라는 목표를 향해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Q. 창조경제시대에 기계연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창조경제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제품 및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신산업 발굴과 고용 창출을 이루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다시 과학기술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내야 합니다. 그러면 지속가능한 국가 성장동력 시스템이 만들어집니다.

이 대전제 하에서 기계연은 크게 3가지 부분에서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국가와 시장이 필요로 하는 핵심 원천기술 개발, 기존기술에 아이디어를 더해 융합·발전시킴으로써 부가가치와 시장성 제고, 그리고 우수 연구 성과의 기술이전에 의한 강소기업 육성이 그것입니다.

Q. 그중 융합연구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시는지요.

융합연구는 과학기술 연구의 거스를 수 없는 패러다임이자, 혁신 키워드입니다. 기계라는 이미지가 고전적·전통적 기술분야로 인식될 수 있지만 현재 기계연이 수행 중인 연구개발을 분류해 보면 기계 이외의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에 이를 만큼 융합연구의 기반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기계연은 예전부터 자연스럽게 다양한 협력·융합 연구를 선도해 왔습니다.

최근에만 해도 출연연, 대학 등 11개 기관의 장비·소자·재료 관련 전문가가 협력해 반도체 칩을 적층시켜 많은 양의 정보를 동시에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개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출연연 연구성과 중 우수사례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이외에 현재 바이오원유 제조·활용 고도화 기술, 화학물질 사고 피해 예측·대응 기술, 달 탐사 선행 연구 등 다양한 융합연구과제들을 추진 중입니다.

Q. 중소기업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기계연은 기업의 성장 사이클에 최적화된 전주기적 파트너십을 구축, 중소·중견기업들의 연구개발 전진기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지원 효과를 창출하여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을 이루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 기계연은 기술자문을 통한 기업들의 애로기술 해결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시험검사지원, 기업 간 교류지원, 정보지원과 같은 다양한 제도를 운용 중이며 대전지역 중소기업지원통합센터 운영, 권역별 기업지원 시스템 구축 등 기업밀착형 지원에 힘을 쏟고 있는 상태입니다.

중소기업 전담인력 운용, 대구 융합기술 연구센터, 부산 레이저 기술 지원센터, 각 권역별 기술교류회 등도 이런 노력의 일환입니다. 기계연은 특히 기업의 성장 지원에도 관심이 큽니다. 이와 관련 현재 운영 중인 프로그램들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한편 운영의 체계성을 향상시켜 나갈 방침입니다. 고객기업 가운데 파트너(KIMM-Partner) 기업을 선정, 지속가능하고 심층적으로 지원·육성할 계획도 가지고 있으며 강소전문기업 육성을 위한 체계와 지원제도도 보완·강화할 예정입니다.

덧붙여 기업참여형 기술상용화 연구 사업을 확대하고자 시장지향형 성과창출과 확산체계를 구축했고, 기계연의 강점기술과 기업의 수요를 연계한 브릿지 프로그램을 기획·시행하는 등 맞춤형 기술이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혁신역량 강화에 더해 기계연의 연구생산성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Q. 평소 국제협력에 큰 관심을 갖고 계신데.

향후 세계 신흥 기술시장을 개척할 뛰어난 기계기술들이 기계연에서 개발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이러한 기술들을 중점과제로 선정, 기계연의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가 될 수 있도록 국제협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도시형 자기부상열차입니다. 기계연이 100% 국내 기술로 개발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는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으며, 러시아 레닌그라드로의 수출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가스터빈 기술입니다. 캐나다 국가연구위원회(NRC)와 협력해 지난해부터 공동연구 및 성능 시험을 수행 중입니다. 이를 기회로 기계연이 보유한 ‘희박 예혼합 연소기 배출물 저감 및 화염 안정성 성능 향상 기술’을 발전시켜 가스복합화력 발전시스템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간다는 복안입니다. 이밖에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 산하 레이저기술연구소(ILT) 등과도 공동연구, 인력교류에 관한 실질적 협력 협약 체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특히 기계연은 해외 기술이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과학기술혁신청, 독일 AMO 등에서 기계연의 우수기술을 이전받기를 원하고 있는데,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기술료 수익을 창출해 선진 연구기관으로서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힘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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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도시형 자기부상열차의 상용화는 언제쯤으로 예견하시는지요?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는 기계연이 지난 1989년부터 25년간의 연구 끝에 결실을 맺은 핵심 연구성과입니다. 기계연은 설계속도 시속 110㎞로 운행 가능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의 부상 및 추진제어 기술을 비롯해 전력변환 설비설계 기술, 차량 및 주행선로 설계·제작 기술 등을 확보한 바 있습니다. 이의 상용화는 국가가 주도한 대형 국책연구사업의 실용화라는 점에서 큰 상징성을 갖는다고 봅니다.

현재 기계연이 국토교통부의 도시형자기부상열차 실용화 사업을 총괄 관리하고 있으며, 올해 9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용유역까지 6.1㎞ 구간의 시범노선 상용운행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몇 차례 개통이 연기되기는 했지만 현재 기술적인 부분의 성능인증을 모두 완료해 신뢰성을 확보한 상황이며, 운영 주체인 인천시 및 인천공항공사로의 인수인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운영주체 측이 인수 후 2개월간의 시운전을 마치는 데로 본격 상용화가 이뤄질 것입니다. 향후 이 시범노선에서 안정적으로 영업운행이 전개된다면 대전시를 포함해 국내 지자체의 도시철도차량이나 러시아 등지로의 해외수출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자기부상열차 외에도 주목할 만한 연구성과들이 많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물론입니다. 기계연은 그동안 공작기계 국산화 개발을 시작으로 무수한 혁신 성과들을 창출해냈습니다.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세계적 연구 성과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의 산업용 로봇 독자기술인 6축 다관절 로봇, 생활폐기물 재생해 연료로 활용하는 폐기물 고형연료화 플랜트, 출력과 연비를 디젤엔진 수준으로 향상시킨 저공해 LPGi엔진, 적외선 탐지기의 핵심 부품인 초소형 극저온 냉동기, 반도체 공정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나노 임프린트 공정장비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최근의 성과로는 2012년의 원자로 냉각재펌프(RCP) 국산화를 꼽고 싶습니다. RCP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핵연료에서 발생한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기 위해 냉각재를 순환시키는 원자로 1차 계통의 핵심 부품입니다.

기계연은 독자기술인 특수용도 펌프설계기법 및 전산유동해석기법을 적용, RCP의 수력설계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특히 원전 플랜트용 핵심 기자재의 경우 해외기술 도입 후 설계기술의 자립까지는 보통 20년이 걸리는 반면 기계연은 두산중공업과의 협력연구로 단 5년 만에 기술자립을 달성해냈습니다.

이로써 신고리 원전 7, 8호기를 위시해 향후 국내에서 개발되는 원자로의 RCP는 100%국내 설계가 가능해졌으며, 원전 1기당 약 1,0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예상됩니다.

Q. 최근의 기술사업화 성공사례로는 무엇이 있습니까?

대전 소재 제이피이에 기술이전한 ‘초정밀 미세 패턴 롤 금형제조 기술’이 생각납니다. 이는 LCD, LED로 대변되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고기능성 광학필름 제조의 필수 기반기술입니다. 국산화를 목표로 지난 2006년부터 연구개발을 시작해 2007년 원천기술 특허를 확보했으며, 2008년 기술출자를 통해 연구소기업 제이피이를 설립해 본격적인 기술사업화에 돌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이피이는 기계연의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사업장과 장비, 기술 자문, 경영정보 등을 지원받았습니다. 또 2009년, 2011년에는 상용화 및 후속연구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노하우를 추가 이전받아 기술적 완성도를 높인 바 있습니다.

이렇게 제이피이는 2013년 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는 2008년 대비 무려 30배 이상 증가한 실적입니다.

Q. 기계연의 당면 과제를 꼽아주신다면.

최근 출연연들은 사회 안전과 산업 발전에 필요한 과학기술의 연구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민간기업이나 대학과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면서 공공기관에 걸맞은 고유의 기능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기술연도 사회가 요구하는 임무와 기능을 찾아 우수성과를 창출, 정체성을 확고히 정립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봅니다. 구체적 방안으로 자기부상열차, 가스터빈, 제조·의료용 로봇 등 기업들이 진입하기에는 기술완성도나 시장 성숙도가 낮은 고위험·고부가 가치형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할 것입니다.

또한 출연연으로서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 국방기술과 원자력산업기기, 기계류 부품의 신뢰성 향상 등 사회 안전기술의 개발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기관 본연의 임무와 관련해서는 해당분야의 전문 인재를 대폭 확대해 나가는 것이 선결해야할 사항입니다. 기존의 내생적 역량에 의존하기보다 개방성을 모태로 타 기관과의 융합과 협력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조속히 완비할 계획입니다.

해외 유수기관과의 개방형 연구를 위해서는 기계연의 국제적 위성도 중요한 만큼 해외협력 및 인력교류 채널을 확대하면서 국제포럼을 주기적으로 개최해 나갈 생각입니다.

Q. 임기 중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싶은 사안은 무엇입니까?

과학기술 실현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기계기술의 특성에 맞춰 융합연구기반의 선도형 연구를 수행, 기초에 충실한 글로벌 기관으로의 성장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연구 관점에서는 출연연의 중점 목표인 미래사회에 대응하는 도전기술의 확보를 위해 ‘기관중점과제’를 설정하고 역량을 집중하고자 합니다. 또 조직적 관점에서 대내·외 소통과 협력체계를 강화해 산·학·연의 고리를 이어주는 출연연 고유의 임무에도 부응할 것입니다.

창조경제에 기여하는 글로벌 기계기술 연구기관으로 도약 중인 기계연을 애정 어린 마음으로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임용택 원장 프로필
1978 서울대 공과대학 기계설계학 학사
1980 서울대 대학원 기계공학 석사
1985 미국 U.C버클리 대학원 기계공학 박사
1986~1989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조교수
1989~현재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1991~1993 KAIST 기획부처장, 국제협력실장
2007~2011 KAIST 홍보국제처장, 대외협력처장, 글로벌협력본부장
2014~현재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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