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넥슨의 창의적 DNA를 복원시켜라”

[GAME] 박지원 넥슨코리아 대표의 혁신 전략

“넥슨의 창의적 DNA를 되살릴 것이다.”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코리아의 새 수장에 오른 박지원 대표는 ‘젊은 피’다. 37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넥슨의 대표에 오르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의 행보에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박 대표가 보유한 ‘혁신성’ 때문이다. 그가 보인 취임 후 첫 행보도 그의 혁신 코드와 맞닿아 있다. 외형적 성장에 집중해온 넥슨에 창의적 DNA를 주입해 치열한 경쟁으로 점철되었던 2000년대 초반의 넥슨, 이른바 ‘살아있는 넥슨’을 복원시키겠다는 것이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지난 5월 말 경기도 판교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4(NDC 2014)’에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 NXC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은둔형 CEO로 잘 알려진 김 회장의 깜짝 등장에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IT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동안 물밑에서 넥슨의 글로벌화를 진두지휘해온 김 회장이었기에 그가 밝힐 또 다른 계획에 관심이 모아졌다.

김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초심으로의 복귀’를 강조했다. 초심의 뜻은 단순했다. 게임회사로서의 본분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넥슨은 단 한 번의 마이너스 성장 없이 승승장구해왔다. 넥슨의 성장을 이끈 게임은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 캐주얼게임*이다.

문제는 이 같은 성공작들이 대부분 2000년대 초반 출시된 작품이라는 점이다. 물론 카운터 스트라이크, 피파온라인3 등 성공을 거둔 작품도 있었지만, 이들은 대부분 퍼블리싱이거나 이전 작품에 비해 성공 수위가 낮았다.

김 회장은 “지난 10년간 넥슨에는 새로운 게임이 없었다”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게임을 만들어 이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김 회장의 의지를 현실로 옮겨야 하는 박지원 넥슨 신임 대표에게 관심이 모아졌다. 3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국내 최대 게임업체 수장에 오른 박 대표가 과연 김 회장의 의중을 경영에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 궁금증이 증폭됐다.

박 대표는 넥슨 그룹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글로벌통이다. 지난 2003년 넥슨에 입사한 박 대표는 넥슨 일본법인 경영기획실장과 등기임원으로 활동하며 넥슨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해왔다.

박 대표에 대한 업계의 평가도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의 역량이 글로벌 사업 확대와 자체 개발력 강화를 노리는 넥슨의 향후 경영전략에 최적이라는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해외시장 확대를 노리는 김 회장의 의중이 가장 잘 반영된 대표적 인사”라며 “젊은 피 수혈을 통해 라이브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도 반영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박 대표는 취임 직후 강도 높은 조직개편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메이플스토리’, ‘피파온라인3’ 등 핵심 게임 위주로 자원이 집중돼온 개발조직을 ‘신규개발-라이브-신사업본부’로 재편성했다.

신규개발본부는 신사업본부, N스퀘어본부, 게임기술연구소 등으로 분산됐던 신규 개발인력들을 통합했다. 박 대표가 강조한 ‘창의적 DNA’ 주입에 핵심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이 개발본부를 이끌게 된 주인공은 넥슨의 창업멤버로 과거 바람의 나라, 카트라이더 등 다수의 인기게임을 제작한 정상원 신임 부사장이다. 지난 2004년 넥슨을 떠났다가 지난해 복귀한 정 부사장은 최근까지 사내 인큐베이션팀을 운영하며 차별화된 창의력을 이끌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 보여왔다.

신규개발본부의 임무는 막중하다. 과거 넥슨이 게임업계 트렌드를 이끌던 2000년대 초반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콘텐츠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한때 도전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게임콘텐츠 강자로 불렸던 넥슨은 업계 1위에 오른 이후 이미지 가 추락해왔다. 게임 유료화와 아이템 판매 등 새로운 매출 연계 콘텐츠를 선보였지만 사용자들은 ‘넥슨이 돈에 미쳤다’며 ‘돈슨’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업계에선 실질적으로 사용자들을 만족시킬만한 새로운 게임의 출시 없이 기존 게임에 유료모델을 강화해온 전략이 반감을 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박 대표 역시 “돈슨이라는 이미지를 단기간에 없애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반성할 건 반성하면서 넥슨의 강점이었던 ‘남이 하지 않는 시도’를 통해 이미지를 씻어내겠다”고 말했다.

우선 넥슨은 대작 온라인게임부터 캐주얼한 모바일게임까지 다양한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지지부진했던 모바일 분야는 기존 지적재산권(IP)에 의존하는 개발방식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과거에는 기존 게임의 매출을 올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신작게임 개발 같은 새로운 도전도 함께 진행하며 무게중심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사업부문에서는 피파온라인3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이정헌 본부장이 선봉에 선다. 과거 던전앤파이터의 성공을 이끈 이 본부장은 영국 프리미어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해온 박지성, 손흥민을 모델로 활용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으로 피파온라인3 사업을 이끌어왔다. 이 본부장이 피파온라인3에서 넥슨 전체 게임으로 활동범위를 넓히게 된 만큼, 그동안 다소 소극적 행보를 보였던 넥슨의 게임 마케팅과 사업전개가 한층 속도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해외시장 공략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미 중국 시장에서는 인기게임 ‘던전앤파이터’가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자회사 등을 통해 북미·유럽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 밖에도 넥슨의 장점 중 하나인 M&A에 대한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그동안 넥슨의 외형적 성장을 이끈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 M&A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밸브, 일렉트로닉아츠(EA) 같은 대형 기업이 피인수 업체로 거론될 만큼 M&A 여력도 충분한 편이다.

박 대표 역시 회사의 성장에 M&A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취임 이후에 좋은 회사만 있다면 적극적으로 M&A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넥슨이 아직까지 모바일 게임회사에 대한 M&A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대형 M&A 를 예상케 하는 한 요인이다.

박 대표가 이끄는 넥슨의 미래에 물음표를 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경험이 풍부했던 서민 전 대표에 비해 젊은 경영진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불안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하지만 넥슨 창사 이래 최대 조직개편의 정중앙에 서 있는 박 대표는 안정보다 혁신적 도전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박 대표는 최근 공식 석상에서 “10년 전과 달리 한국 게임업계의 선두 기업이 된 넥슨은 그에 따른 책임과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각종 규제로 국내 게임 산업의 위기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기본에 충실한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통해 1등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얘기다. ‘젊은 피’ 박 대표가 글로벌 공룡 기업을 꿈꾸는 넥슨에게 날개를 달아 줄지 앞으로의 역할이 궁금해진다.


* 캐주얼게임: 자투리시간을 이용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을 말한다. 카트라이더, 승마, 농구, 야구, 레이싱처럼 비교적 간단히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여기에 속한다. 웹보드게임에 비해 시간이나 편의성, 비용 측면에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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