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스스로 미래를 창조하는 파텍 필립

[Luxury Goods] Patek Philippe Crafts Its Future

175년 유구한 역사를 지닌 유명 시계제조업체 리더는 젊은 인물이다. ‘문 샷moon shot’ *역주: 달 탐사선을 처음 개발하듯 목표를 높게 잡는 창조적 사고를 의미한다 부서에선 전통적인 작업실과 3D 프린터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확고한 통제 경영을 추구하는 이 유한회사의 성장 전략을 공개한다.
By Stacy Perman


시계보석 박람회 바젤월드 Baselworld가 한창이었다. 매년 봄, 스위스에서 열리는 8일 간의 이 화려한 행사에는 전 세계에서 시계광, 판매상, 장인 및 애호가 등이 모여든다. 그리고 이 행사의 인기 업체도 그 이름값을 했다. 시계 제조업체 파텍 필립 Patek Philippe은 스위스 바젤 Basel의 라인 Rhine 강 근처에 위치한 중세풍의 재건축 저택 폭스하우스 Volkshaus에서 축하만찬을 열고 자사 제품 판매업체 650곳을 초대했다. 세계 최고급 시계를 만드는 명망 높은 파텍 필립이 창립 175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건물을 1839년 경의 제네바가 떠오르도록 장식했고, 웨이터도 당시의 복장을 입었다. 몇몇 배우는 회사 창립자들로 분하고 콩트를 진행했다. 연단에 서서 연설하던 젊은 사장 티에리 스턴 Thierry Stern(44)은 행사 광경을 보며 경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2009년 아버지 필립 스턴 Philippe Stern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으며 4대째 가업을 이끄는 인물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가족과 파텍의 역사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는 농담도 몇 마디 던졌다. 그리고 단호하게 “이는 열정의 문제다”라며 “빈 말이 아니다. 이것은 꿈이다. 단순히 파텍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자기 회사 제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다고 고객 앞에서 말하고 괜찮을 CEO는 거의 없다. 하지만 파텍 필립은 보통 회사가 아니다.

몇 안 되는 명품 시계 제조업체 중 파텍은 단연 돋보인다. 몇몇 경쟁업체가 대기업에 인수된 상황에서 독자적인 가업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스위스 시계 제조업체는 그 수가 그리 많지 않다(롤렉스 Rolex는 윌스도프 파운데이션 Wilsdorf Foundation 소유이며, 피아제 Piaget는 리치몬트 Richemont가 소유하고 있다). 월드 워치 리포트 World Watch Report에 따르면, 고급시계 제조업체 브랜드 파텍은 매출 12억 달러, 브랜드 관심도 점유율 23.6%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예거 르쿨트르 Jaeger LeCoultre와 바쉐론 콘스탄틴 Vacheron Constantin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가장 복잡하며, 가장 귀중한 시계 제품 일부를 제작하고 있다. 파텍 신상품의 가격은 최소 2만 5,000달러이며, 가장 잘 팔리는 제품 대부분은 수십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 또 끊임없이 경매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기도 하다. 1990년대 중반 손목시계로는 처음으로 경매가 100만 달러를 돌파했으며, 지금도 단품 시계 가운데 경매 최고가 낙찰기록을 보유하고 있다(1999년 그레이브스 슈퍼컴플리케이션 Graves Supercomplication이 1,100만 달러에 낙찰된 바 있다). 파텍 필립은 1년에 5만 5,000개의 제품만을 제작한다. 롤렉스는 같은 기간에 140만 개가량을 생산한다.

파텍의 제품은 초정밀 기계 공학기술의 정수이다. 기성 부품을 구입해 시계를 제작하는 타 브랜드와 달리 파텍은 작은 부품 하나하나를 모두 제작하고 수작업을 통해 광택을 낸다(처리하는 부품 수가 1년에 1,500만 개에 이른다). 이 부품들이 무브먼트라고 알려진 내부 장치 조립에 쓰인다. 파텍의 장인은 직접 에나멜, 보석 장식, 그리고 조각 작업까지 한다. 단 한 개의 문자반을 만드는 데 4개월의 시간과 150가지의 각기 다른 공정이 필요하다. 시계 하나를 제작하는 데 1,200가지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또모든 과정은 수작업으로 마무리 한다.

파텍 제품을 소유했던 인물의 면면을 잠깐만 살펴보면 부와 힘, 그리고 영향력을 갖춘 역사 속 인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빅토리아 여왕은 에나멜과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펜던트 모델을 구입했다(첫 무건식 용심축 제품이었다). 교황 피우스 9세도 소유한 제품이 여러 개 있었다. 1949년 조 디마지오 Joe DiMaggio는 파텍 크로노그래프로 뉴욕 양키스와의 10만 달러 계약을 기념하기도 했다(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 단위를 기록한 계약이었다). 그리고 레오 톨스토이 Leo Tolstoy,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 마리 퀴리 Marie Curie, 앤디 워홀 Andy Warhol도 모두 파텍을 구입했다. 에릭 클랩튼 Eric Clapton은 수집가에 가까우며, 잭 웰치 Jack Welch는 자신의 저서 ‘위닝 Winning’ 표지 사진에 금장 파텍 칼라트라바 Calatrava를 차고 있다. 또 요즘 같은 시기에 별로 탐나는 간접 광고는 아닐지 모르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Vladimir Putin의 소매 쪽에도 퍼페추얼 캘린더 perpetual calendar모델이 눈에 띈다(지정학적 시간을 구소련 시절로 되돌리고 싶은 그의 영원한 소망을 말해주는 듯하다).

20개의 파텍 제품(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000만 달러)을 소유하고 있는 한 헤지펀드 투자자는 “복잡하지만 눈에 띄지 않고, 오직 전문가들만 알아볼 수 있다는 점이 맘에 든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상황에 따라 착용할 시계를 정한다면서 “우리 펀드가 손해를 보기 전까지는 한 가지 모델을 계속 차고, 손해가 나면 그 모델을 바꾼다”고 밝혔다.

파텍 제품 중 가장 각광 받는 모델은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Grand Complications으로 알려져 있다. 시계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용어로 보면, 컴플리케이션이란 기본적인 시계 외의 기능이다(지금으로 따지면 스마트폰 앱에 해당한다). 시계기능 자체는 물론 천도, 대성당 종소리, 날짜 역산, 문페이즈 Moon Phase *역주: 달의 형상을 알려줌 기능 등이 있다.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의 기능 중 으뜸은 바로 미닛 리피터 minute repeater로, 1분, 15분, 60분 단위로 알람을 울려준다. 자신보다 앞서 회사를 이끌었던 조부와 부친을 따라 티에리 스턴이 꼭 직접 하는 작업이 있다. 바로 공장에서 시계를 출하하기 전, 이 미닛 리피터 기능을 갖춘 모든 제품의 소리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지난해 파텍은 역사상 가장 복잡한 시계, 레퍼런스 6002 Reference 6002를 출시했다. 스카이문 투르비용 Sky Moon Tourbillon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시계는 13개의 각기 다른 컴플리케이션을 적용했고(686개의 부품이 사용된다), 18캐럿 화이트골드 보디를 지녔다. 또 양면 문자반을 적용했는데, 한쪽은 칠보로 표면을 꾸몄다. 가격은 100만 달러를 상회한다.

그러나 돈이 많다고 해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입을 원하면 일단 신청절차를 통해 자격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스턴가 사람이 직접 승인 여부를 판단한다. 손수 구매자를 선택하는 방법을 통해 진귀한 파텍 제품이 순식간에 경매에 나오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파텍 제품을 구매한 사람이 나중에 판매 의사를 밝히는 경우, 이후 파텍으로부터 제품 구매를 거부당할 수 있다).

경매에 나온 파텍 제품은 째깍거리는 피카소 작품이다. 크리스티 Christie 시계부문을 담당하는 존 리어던 John Reardon은 최근 수년 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한 시계 중 90% 이상이 파텍 제품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 제품들은 작은 걸작”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급 시계가 여느 때 없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스위스 시계 판매량은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바로 지금, 175년 역사를 자랑하는 파텍은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우선 파텍 제품에 대한 수요를 관리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 같은 신흥 경제강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고객 수요로 인해 큰 압박을 받고 있다. 파텍 제품이 이베이 같은 곳에 자주 등장하는 것 또한 난제라 할 수 있다. 파텍이 지닌 진귀함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함께 스턴이 특히 걱정하는 문제가 또 하나 있다. 급변하는 현재 시장 상황에서 기술자를 찾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재능 있는 젊은이들에게 세계 일류 시계 제조업체에서 견습공으로 수년간 지내라고 제안하기가 예전보다 힘들어졌다고 한다. 그는 “젊은 청년에게 ‘기술이 조금이라도 숙련되려면 15년간의 견습공 시절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저렴한 쿼츠 시계가 1970년대 기계식 시계에 큰 위협이었다면, 이제는 스마트워치(컴퓨터 손목시계)를 중심으로 한 첨단기술이 기계식 시계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스턴 자신은 아직 큰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는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내게 ‘당신은 끝났어’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 건재하다”고 말했다.

앙투안 노베르 드 파텍 Antoine Norbert de Patek이 1839년 창립한 파텍 필립장 아드리안 필립 Jean Adrien Philippe이 동참한 것은 1845년부터다은 1932년 들어 근대기를 맞는다. 파브리끄 드 카드란스 스턴 프레르 Fabrique de Cadrans Stern Freres를 운영하던 찰스 스턴 Charles Stern과 장 스턴 Jean Stern 형제파텍에서 문자반을 제작한 적이 있던 인물들이다가 대공황 때 재정위기에 빠진 파텍을 인수했다. 현재 파텍 지분 100%를 여전히 스턴가가 소유하고 있으며, 회사 이사회는 단 세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티에리 스턴을 중심으로 이제는 명예사장을 맡고 있는 그의 아버지 필립 스턴, 그리고 오랜 기간 이사를 역임해온 클라우드 페니 Claude Peny가 바로 그들이다(페니의 직함은 CEO지만, 주로 재정적인 부분을 관장하며 티에리 스턴이 사실상 회사를 운영한다).

이처럼 경영 통제권이 강하기 때문에 파텍은 지금까지 수백만 달러를 연구개발에 쏟을 수 있었다. 파텍은 1996년 당시 제네바에 있던 제조공장을 제네바 남쪽 작은 마을인 플랑 레 와트 Plan-les-Ouates에 위치한 1억 4,000만 달러 규모의 최신식 단지로 옮겼다. 파텍은 서비스에도 대규모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1960년대나 1970년대 이전에 제작된 제품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시계 제조업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파텍은 1839년 이후 제작된 거의 모든 제품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500만 개에 이르는 부품을 비롯해 175년 전에 쓰던 도구까지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파텍이 자사 제품을 수리할 수 없었던 유일한 사례는 한 고객이 9/11 테러로 인해 세계무역센터 잔해 속에서 녹아버리다시피 한 제품을 가져왔던 때였다. 파텍은 그 제품을 교환해줄 수밖에 없었다).

티에리 스턴의 말을 빌리면, 그가 미래를 꿈꾸기 시작한 것은 6세 때부터다. 그 무렵 앤틱 에나멜 회중시계로 가득 찬 아버지 사무실의 서랍을 들여다 보았다. 스턴은 “그 때 내가 시계를 설계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계속 말했고, 아버지는 계속 ‘아니다, 기다려라, 먼저 학교를 마쳐라, 한번 지켜보자’고 말씀하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집안 관습에 따라 스턴도 18세 생일날 파텍 제품을 처음으로 선물 받았다. 황금과 스테인리스로 이뤄진 투톤 노틸러스 Nautilus였다. 그는 “그 전까진 이름과 그 이름의 명성을 이해할 순 있어도, 시계 속에 담긴 노력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제네바 에꼴 드 꼬메르스 Ecole de Commerce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후 제네바 시계학교(Watchmaker School)에서 실력을 닦은 스턴은 1994년 파텍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그 후 8년간 한 단계씩 승진했다. 파텍 미국지사에서 편지를 정리하는 일을 했고, 팔찌 및 케이스 제작에 참여했다. 그 뒤 독일 내 판매 및 영업부서에서 업무를 담당하다가 베네룩스 3국에서 마케팅 매니저를 역임했다. 이어 제네바 제품 개발부 수장을 맡은 뒤 2006년 36세의 나이에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스턴은 5년 전 아버지와 논의를 거쳐 경영권승계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마침내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 아버지와 나의 결정이 거의 일치하게 됐다”고 기억했다. 스턴이 물려받은 회사는 아버지 때와는 매우 다른 존재였다. 필립이 부친 앙리 Henri로부터 가업을 물려받았을 때, 파텍 직원은 150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2,000명이 넘는다. 그렇지만 아버지와 아들 모두 위기 때 가업을 물려받았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필립은 1970년대 쿼츠의 등장으로 인한 위기 때 경영권을 승계했다. 전기로 작동하는, 가격이 저렴한 시계 생산이 증가하던 시기였다. 기계식 시계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스턴이 파텍을 이끌게 된 2009년 8월은 재정위기가 한창인 시기였다. 그는 “북미처럼 큰 타격을 입은 시장에서는 사업규모가 50%정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6주 동안 미국 지역 100개 이상의 판매점을 방문하면서 지원을 약속한 스턴은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그들을 내칠 생각은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2010년이 되면서 사업규모가 다시 회복됐다.

미래의 파텍을 보고 싶다면 제네바에서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플랑 레 와트 Plan-les-Ouates한때 진기한 마을과 풀 뜯는 소로 잘 알려졌던 지역이다에 위치한 최첨단 제조공장을 방문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제조공장은 매끈한 유리와 금속으로 지은 건물로, 입구에는 압도적인 크기의 석회석 조각품이 세워져 있다. 높이가 16미터에 이르는 이 조각품은 파텍에서 가장 복잡한 무브먼트인 캘리버 89 Calibre 89를 상징하고 있다. 캘리버 89 속 33개의 컴플리케이션과 1,728개의 부품을 거대하게 본 딴 조각이다.

시계 분야에서 혁신이란 시계를 더 작고 더 가늘고 더 정확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기술이 우리 삶을 변화시킨 것처럼, 혁신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휴대용 장치인 기계식 수제시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파텍 제조공장에 들어서면 마치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00명 이상의 시계기술자가 자력방지 실험가운을 입고, 각자의 전문기술을 발휘하고 있다. 말도 안될 만큼 작은 바퀴에 끝도 없이 작은 톱니를 새기는 작업 등을 수행하는 컴퓨터 제어 기계도 400대가 있다. 단 하나의 작업 프로그래밍에 하루가 꼬박 걸리는 기계도 있다.

파텍의 연구개발부서제조공장 내부에서도 보안이 철저한 공간이다에는 80명에 이르는 공학자, 기술자, 설계자가 근무한다. 이들은 연필로 그리는 설계처럼 가장 오래된 기술에 최첨단 기술을 조합하는 식으로 새로운 무브먼트와 기능을 개발한다(설계 지원 소프트웨어, 또는 3D프린터로 만든 시제품을 떠올려보라). 전통적 예술가의 작업실과 우주시대 연구실이 섞여 있는 듯한 특이한 공간이다.

파텍에는 신기술(Nouvelle Technology) 부서라는 실험실 성격의 부서가 따로 존재한다(구글식으로 말하자면 175년 된 세계 최초의 ‘문 샷’ 부서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15세기 기술인 스프링을 개선할 21세기형 기술을 발굴하고 있다. 파텍은 여러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실리콘 기반의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이 물질은 가벼우면서도 기계식 시계의 영원한 골칫거리인 자성과 부식에 강한 성질을 지닌다.

스턴이 곧바로 강조하는 것은 이런 부서의 목적이 겉으로만 그럴듯한 장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속임수가 아니면서도 새롭고 유용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글의 필자 스테이시 퍼먼 Stacy Perman은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전설적인 시계 개발 경쟁 A Grand Complication: The Race to Build the World’s Most Legendary Watch’의 저자이다.


째깍거리는 자산 집단
An AsClass That Ticks
세계적 경기침체로 인해 소수의 감정사들만 애지중지하던 시계가 현대미술과 함께 인기 많은 대체 자산 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시에 그 가격도 상승했다.
경매에서 파텍 필립과 롤렉스는 인기 품목이다. 지난해, 크리스티는 5년 연속 판매가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콘티넨털 에어라인 Continental Airline의 CEO를 역임한 고든 베튄 Gordon Bethune은 2012년 자신의 파텍, 롤렉스, 바쉐론 콘스탄틴의 빈티지 제품을 크리스티에서 567만 달러에 매각했다. 이는 판매 최저 예상가격의 두 배였다. 그리고 18캐럿 금으로 장식된 파텍 레퍼런스 2499의 경우, 안티쿼럼 Antiquorum에서 52만 4,930달러에 낙찰됐다. 판매 최고 예상가격의 두 배였다.
피카소나 잭슨 폴록 Jackson Pollock 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엄선된 시계도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이 계속 상승했다. 칠보 문자반이 들어간 희귀 롤렉스 빈티지 제품의 경우, 10년 전이라면 3만~4만 달러에 매각됐지만 이제는 5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를 호가한다. 지난 5월 유사한 문자반을 갖춘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 Rolex Oyster Perpetual은 제네바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123만 달러에 낙찰된 바 있다.
파텍 수집가인 한 다국적 건설업체 CEO는 1920~1930년대에 제작된 빈티지 제품을 다수 소유하고 있는데, 그 가치가 총 2,000만 달러에 달한다. 2004년 14만 달러에 구입한 시계가 현재는 60만 달러를 호가한다. 이 CEO는 “10년 동안 이 만큼 가격이 올랐다”며 또 다른 이점을 언급했다. 손목시계는 세계 어디로든 옮길 수 있는 돈과 같다는 것이다. 그는 “말 그대로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자산을 내 손목에 차고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다음 세대로 물려주는 것까지 가능한데, 감시에도 걸리지 않는다. 주식도 부동산도 아닐뿐더러, 추적이 심할 정도로 주목 받는 자산 종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찌됐든 아직까지는 맞는 말이다.


시대에 따른 파텍의 변화

1 퀸 빅토리아 Queen Victoria 1851년 영국 여왕은 파랑색 에나멜과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파텍의 무건식 용심축 팬턴트 시계를 구입했다. 곧 이어 여왕은 파텍을 자신의 시계공으로 임명했고, 다른 귀족도 이를 따랐다.
2 그레이브스 슈퍼컴플리케이션 Graves Supercomplication 시계분야의 ‘모나리자’로 알려진 1933년 슈퍼컴플리케이션 제품. 별자리표(celestial chart)를 포함해 24개의 컴플리케이션을 자랑한다. 1999년 소더비 경매에서 1,100만 달러에 낙찰되며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3 칼라트라바 레퍼런스 96 Calatrava Reference 96 스턴가에서 파텍을 인수한 1932년, 파텍 필립은 칼라트라바 레퍼런스 96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눈에 띄지 않게 우아하면서도, 감정사들에게 가장 사랑받고자 하는 파텍의 이상을 상징한다.
4 레퍼런스 2499 Reference 2499 1951년부터 1986년 사이 단 349개만 제작된 모델. 수집가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2012년 에릭 클랩튼이 백금으로 된 희귀판을 크리스티 경매에서 360만 달러에 매각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5 노틸러스 레퍼런스 3700/1A Nautilus Ref. 3700/1A 쿼츠시계로 인한 위기가 한창이던 1976년에 필립 스턴이 이 스포티한 스테인리스강 손목시계를 출시했다. 당시 가격은 2,850달러(현재 시세는 1만 1,149달러에 달한다)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현명한 시계 구입 방법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투자 목적이든, 단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함이든, 파텍 필립과 같은 고급 시계를 구입하는 방법은 복잡하다. 여기 몇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빈티지 제품을 구입하든 당대 제품을 구입하든 시계의 가격이 오른다는 보장은 없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제품 대신 당신이 좋아하는 제품을 구입하라. 누구로부터 제품을 구입하는지 확인하라. 사기는 비일비재하다. 평판이 좋은 판매자라면 진품보증서와 수리보증서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훗날 제품을 다시 매입할 수 있는 판매자이기도 해야 한다. 크리스티 시계부문을 담당하는 존 리어던은 “부동산은 첫째도 위치, 둘째도 위치, 셋째도 위치다. 시계 투자는 첫째도 상태, 둘째도 상태, 셋째도 상태다”라고 강조한다. 수리로 인한 광택작업이 적고, 원래 부품이 많이 남아 있을수록 제품 가격은 더 높아진다. 제품을 구입할 때, 받은 박스와 문서 등을 보관하라. 원산지 증명서는 마치 출생신고서와 같아 제품 원산지와 진품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다시 판매하려 할 때도 가격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희귀함과 독창성을 따져봐라. 한정판 제품의 경우 경매에서 특히 가격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또 문페이즈, 투르비용 Tourbillon *역주: 중력으로 인한 오차를 방지한다, 만년 달력 등의 컴플리케이션이 포함된 제품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인기가 좋다.

티에리 스턴과의 인터뷰 영상을 확인하려면 포춘 홈페이지를 참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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