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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속의 시계] 국내 최고가 판매 시계는 얼마?

국내에서 판매된 최고가 시계는 어떤 모델이며 또 가격은 얼마일까? 업계에선 모 그룹 창업자가 구입했다고 전해지는 파르미지아니의 35억 원짜리 시계가 최고가 모델일 것으로 추측해왔다. 하지만 포춘코리아가 취재한 결과, 더 고가의 시계도 팔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고급 시계시장은 꽤 은밀한 편이다. 하이엔드 브랜드 시계가 증여나 상속, 뇌물 등의 수단으로도 많이 이용되기 때문이다. 이들 시계는 환금성이 뛰어난 데다가 오트 오롤로지 Haute Horologerie급 이상, 혹은 한정판급 정도가 되면 감가상각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들은 오히려 가격이 뛰는 경우도 많아 재테크의 수단으로 활용되기까지 한다. 게다가 일단 매장에서 팔려나간 시계는 추적이 거의 불가능해 뒤탈도 거의 없다. 여러모로 검은 거래에 안성맞춤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급 시계 브랜드들은 매매된 시계 내역의 공개를 극도로 꺼린다. 1년에 몇 피스가 팔렸는지, 어떤 모델이 팔렸는지, 가장 비싸게 팔린 모델이 무엇인지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선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가격이 10억 원대가 넘는 초고가 모델들은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가 극히 한정적이라 경우에 따라선 이들 모델의 국내 판매 뉴스가 고객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로 번지기까지 한다.

때문에 국내에서 팔린 가장 비싼 시계가 어떤 모델인가에 대한 답변은 매우 어렵다. 또 시계 종류에 따라선 휴대용 시계로 볼 수 없는 것들도 있고, 세팅된 보석의 가격 때문에 수십억 원대의 가격이 책정된 모델들도 있어 정확한 기준을 정해놓지 않으면 큰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위의 두 경우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팔린 가장 비싼 시계는 파르미지아니 Parmigiani 브랜드의 35억 원짜리 시계가 꼽힌다. ‘시계 마니아였던 모 그룹 창업주가 35억 원짜리 시계를 주문해놓고 잔금 완납 전에 작고해 인계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비교적 상세한 내용의 루머가 배경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이 루머에 등장한 35억 원짜리 파르미지아니 시계가 국내 최고가 판매 모델일 것으로 추측해 왔다.

이 루머의 진위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루머에 등장한 시계가 국내 판매 최고가 모델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현숙 파르미지아니 브랜드 매니저는 말한다. “모 그룹 창업주가 파르미지아니 시계 애호가였던 것은 맞지만,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루머에 나온 시계가 파르미지아니가 국내에서 판 최고가 모델은 아닙니다. 40억 원짜리 시계도 나간 적이 있거든요.”

이 매니저가 이야기한 시계는 피보나치 Fibonacci 회중시계다. 실제 판매 금액은 40억 원에 약간 못 미치는 30억 원 후반대 가격이였다. 단 1개만 제작된 이 모델은 파르미지아니 브랜드의 창립자 미셸 파르미지아니 Michel Parmigiani가 10여 년에 걸쳐 직접 제작한 모델로, 퍼페추얼 캘린더와 미닛 리피터 기능을 탑재했다. 론칭 당시 ‘피보나치의 황금 비율을 예술과 시계의 경이로운 조화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판매 시기와 매입자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파텍필립을 비롯한 여러 최고가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에 문의해본 결과, 파르미지아니의 피보나치 회중시계가 국내 최고가 판매 모델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파르미지아니가 국내 최고의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로 평가받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계 컬렉터 가문으로 유명한 몇몇 재벌가가 의지만 가진다면 최고가 시계 판매 경신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 고가 라인업 시계의 판매 빈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임을 고려하면, 새로운 기록 경신도 머지않았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새로운 기록을 쓰게 될 시계는 어떤 브랜드의 어떤 시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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