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베풂의 미학과 상생협력의 가치

고현숙의 ‘리더십 코칭’

협력과 네트워크의 시대에는 베푸는 사람, 먼저 도와주는 사람이 비지니스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글 고현숙 국민대 교수 겸 코칭경영원 대표코치 helenko@kookmin.ac.kr


베풂은 행운을 부르는 습관

한 성공한 사업가의 어렸을 적 얘기다. 이분의 할머니는 매일 새벽 마당에 물을 떠놓고 하나뿐인 손자를 위해 빌었다고 한다. 특이한 건 동네 사람을 하나하나 거명하며 그들이 잘되게 해달라고 모두 축원한 다음, 맨 나중에야 손자를 위해 빌었다는 것이다. 기원하는 내용도 특이했다. 손자가 성공하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남들 눈에 꽃으로 보이게 해달라’고 빌었다는 것이다.

참 지혜로운 분이 아닌가 싶다. 그분은 주위 사람들은 안 되고 나 혼자만 잘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복 없는 일인지 아는 게 분명하다. 또 이 이야기에는 잘되는 건 본인이 잘나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잘 보아준 덕분이라는 세상살이의 근본이 잘 드러나 있다, 인생의 이치를 깨친 지혜가 느껴진다.

또 다른 CEO의 예를 들어보자. 늘 유쾌해 보이는 이분은 자칭 ‘운 좋은 사나이’다. 그는 늘 운이 좋아서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고 사업도 잘 된다고 말한다.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는 걸 본 적이 없다. 필자는 이분의 지인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저 사람이 운이 좋은 이유가 뭔지 아세요? 저분에겐 조금만 좋은 일이 있어도 늘 주위에 베푸는 습관이 있어요. 한번은 골프 치다가 홀인원을 하니까 앞 뒤 팀 모두에게 선물까지 하더군요. 고향 어르신들께는 명절에 꼬박꼬박 선물도 합니다. 그러니 주위 모든 사람이 저 사람 잘되기를 바라는 건 당연하지요.”

물론 경제적 여유도 중요하다. 하지만 여유 있다고 모두가 베풀며 살지는 않는다. 나누는 가치를 알고 자주 행동으로 옮겨야 그런 습관이 형성된다. 이제는 혼자 잘 살려는 사람이 아니라 베푸는 사람, 먼저 도와주는 사람이 성공하는 협력과 네트워크의 시대가 되었다.

NFL 사례에서 얻는 교훈

많은 사람들은 한국이 질적으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남보다 빨리,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앞선 경쟁자를 따라잡는 데 필요한 역량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창의성과 협력이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 새로운 시대에서 앞서 가려면 과거의 승리와 패배, 즉 내가 이기기 위해 상대가 져야 하는 윈- 루즈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서로 함께 이기는 윈-윈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꾀해야 한다. 상생과 네트워킹이 가지는 가치를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미식축구리그(NFL)의 운영방식은 윈-윈 패러다임이 얼마나 강력한 경쟁력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NFL 소속 32개 구단은 포브스지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50개 스포츠구단 명단에 모두 올라 있다. 그중 하나인 댈러스 카우보이의 구단 가치는 21억 달러로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16억 달러, 프리미어리그 아스날의 13억 달러를 훨씬 상회한다.그렇다면 그 비결은 무엇일까? NFL의 수익공유제(revenue sharing)가 바로 그것이다. 각 구단의 TV 중계료 수익 전액과 티켓 수익의 40%를 전부 거둬들인 후 이를 32개 구단에 똑같이 나눠주는 것인데, 그 결과 NFL에서 나눠준 돈이 구단 연 수익의 60%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모든 팀이 ‘동등한 경쟁 여건’을 보장 받는 효과를 갖게 된 것이다. 이 밖에도 NFL은 미 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전년도 꼴찌팀이 신인 드래프트 1순위를 갖는 역드레프트제도를 시행했다. 선수 연봉상한제 같은 제도를 도입해 특정 팀이 좋은 선수를 독식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기도 했다. 그 결과 모든 팀이 상향 평준화 되고 더욱 긴박감 넘치는 경기를 하게 되었다. 두텁고 열성적인 팬을 갖는 선순환 구조가 모든 구단에 만들어져 그야말로 동반 성장하는 리그가 정착된 것이다. 입장권 가격이 메이저리그보다 3배 이상 비쌈에도 게임당 평균 관객 수 3만 3,000명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1만 5,000명을 압도하는 것도 바로 게임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로저 마틴 토론토대 교수는 이에 대해 “NFL은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탐욕에 찌든 기업들이 배워야 할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말한 바 있다. 그들의 슬로건은 바로 ‘모두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All for one, one for all)’이다. 때문에 어느 구단도 경영난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우승에 대한 기대와 자부심을 키울 수 있다. 실제로 3년 연속 우승한 팀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실력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다. 물론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1922년 창립 후 40년 동안 NFL은 일부 인기 있는 빅마켓 소속 구단들이 독식을 했다. 또 그 시절엔 50년대까지 53개 팀이 문을 닫고 매년 존폐위기에 몰린 팀이 속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1962년 뉴욕 구단주가 수익공유제의 아이디어를 마련한 후, 모든 구단이 부자가 되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신뢰를 통해 얻는 상생의 가치

패러다임이란 쉽게 말하면 보는 ‘관점’을 의미한다. 이 패러다임에서 우리가 하는 ‘행동’이 나온다. 그리고 행동의 가치는 ‘얻은 결과’로 나타난다. 또 이 결과를 반영하여 우리는 ‘보는 관점’을 조정한다. 즉, 관점-행동-결과-관점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이 돌아가는 것이다. 패러다임을 그대로 둔 채 행동만 바꾸려 하면 힘이 들 뿐만 아니라 효과도 별로 없다. 그래서 크게 변하려면 관점을 바꿔야 한다. 관점이 바뀌면 행동이 변하고 얻는 결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거리에 햄버거 트럭을 놓고 장사를 하던 청년이 있었다. 인기가 좋아 출근 시간에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 아침마다 줄이 너무 길어 기다리지 못하고 그냥 가버리는 손님도 많았다. 혼자 햄버거를 만들고 돈을 받고 거스름 돈을 챙겨주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청년은 패러다임을 바꿨다. 손님들이 스스로 돈을 내고 거스름돈도 알아서 챙겨가도록 했다. 돈 통을 고객들에게 맡겨 스스로 믿음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줄은 빨리 줄어들었다. 자기를 믿어주니 기분이 좋아 고객들이 팁을 더 놓고 가는 등 예상 외의 효과도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신뢰의 속도다. 스티븐 코비는 “신뢰가 있으면 속도는 빨라지고 비용은 내려간다”면서 이를 ‘신뢰의 속도’라고 지칭했다. 신뢰는 상생과 협력의 기본 토대이다. 이것이 없으면 상생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짐 시네갈 코스트코 창업자는 경쟁자들이 어떻게든 이익률을 높이려고 갖은 수단을 쓰고 있을 때 정반대로 ‘최소이익 경영’을 표방했다. 절대 15% 이상의 이윤을 남기지 말라는 전사적인 방침을 내렸다. “우리의 이익률은 2~3%에 불과합니다. 대신 제품 회전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일정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지요. 월마트는 1년에 여덟 번 재고가 바닥나는데 우리는 열두 번 바닥이 나고 있습니다.” 코스트코의 이 같은 최소 이익 추구도 고객과의 상생을 추구하는 패러다임의 전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승리와 패배라는 이분법적이고 이기적인 마인드는 기회주의적 행동을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상대가 먼저 나에게 주지 않으면 손해를 볼까 두려워 스스로 절대 먼저 주지 못한다. 때문에 협력과 상생을 말로만 하면 아무런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없다. 때문에 상생과 협력은 매우 실천적인 과제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우선 신뢰를 쌓고, 신뢰가 생기면 먼저 베풀면서 상생과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 그렇다면 신뢰는 어떻게 쌓아야 할까? 아주 기본적인 것들, 약속을 지키고 정직하게 행동하며 상대가 중시하는 것을 나도 존중한다는 것을 확신시켜야 자연스럽게 축적된다.

고현숙 교수는…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겸 코칭경영원 대표 코치, (사)한국코치협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리더십센터 사장, 한국코칭센터 대표 등을 역임했다.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LG전자, 두산중공업 등에서 임원 코칭을 한 바 있다. 저서로는 ‘티칭하지 말고 코칭하라’ ‘유쾌하게 자극하라’ 등이 있다.



관련기사



FORTUNE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