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아프리카의 빅 애플(뉴욕)

Africa’s Big Apple

기술 발달, 신흥 부유층의 등장, 폭발적인 인구 증가가 나타나고 있는 라고스 Lagos가 아프리카의 도시화된 미래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By Vivienne Walt


토요일 밤, 우리 일행 다섯은 라고스-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최대 도시-의 부촌 빅토리아 아일랜드에 위치한 레스토랑 겸 클럽인 랩소디스에 머물고 있었다. 요란한 음악 탓에 입 모양으로 서로의 말을 이해하고 있었다. 불타는 폭죽과 샴페인이 든 얼음통을 든 웨이터가 몇 분에 한 번씩 우리 곁을 지나갔다. 샴페인은 한 병 가격이 15만 나이라(약 924달러, 나이지리아 1인당 연소득의 3분의 1에 해당한다)인 돔 페리뇽 로제 빈티지 Dom Perignon Rose Vintage였다. “이 정도는 마신다는 걸 보여줘야죠.” 일행 중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자정이 되어 비틀거리며 클럽을 나서자, 발레 파킹 요원들이 인도 위 거지들을 피해 조심스레 SUV를 모는 모습이 보였다.

인구 2,000만 명(현지 관료의 주장이다. UN 추산치는 1,500만 명)의 라고스에서는 엄청난 부와 극단적 빈곤이 교차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서양 연안의 이 도시는 1970년대 당시 인구가 200만 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아프리카 상업의 중심지이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석유 붐과 경제 발전이 더 나은 삶을 찾는 수많은 농민을 이 도시로 이끌었다. 출산율이 높고-나이지리아 여성은 평균적으로 일생 동안 5명 이상의 아이를 낳는다-미국과 런던에서 귀국하는 사람의 수가 증가하는 상황이어서 앞으로도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라고스 인구는 매년 60만 명씩 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외부 세계가 아프리카라는 단어에서 교통 혼잡과 인구 밀집보단 옹기종기 모인 진흙 집이나 광활한 풍경을 떠올리는 것과는 달리, 아프리카는 점점 도시화되고 있다. 20년 후면 아프리카인의 대다수는 도시 지역에 거주할 전망이다. UN 인류 주거계획(UN-Habitat)의 예측에 따르면, 2050년무렵이면 아프리카의 도시 거주자 수는 4억 명에서 12억 명으로 세 배 이상 늘어, 역사상 가장 빠른 도시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토록 빠른 성장에 대처하는 것은 아프리카 역사상 전대미문의 도전 과제로, 라고스가 바로 그 해결책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현재 폭발적인 성장세로 인한 빈부 격차의 심화-인구의 약 60%가 하루 1.25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유지한다-와 공정 분배 확립 사이의 갈림길에 서 있다(최근 몇 달간 북동부에 거점을 둔 보코하람 Boko Haram을 비롯한 테러 단체들의 활동이 전 세계의 이목을 끌면서 분쟁으로 얼룩졌던 나이지리아 역사를 강렬하게 상기시키고 있다). 라고스의 부유층은 더욱 부유해지고 있어 소득 격차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봐도 아프리카 도시의 빠른 성장이 빈곤을 퇴치할 확률은 낮아 보인다. UN은 아프리카 도시 이주자 상당수가 빈민가로 내몰릴 것으로 전망했다. “아프리카 도시가 이 정도의 숫자를 대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라고스가 성장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점과 씨름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정부의 비효율적인 통제 탓에 전기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나이지리아 정부가 마침내 민간 전력 기업에 대한 투자를 허용했음에도, 라고스의 전력 생산량 2,000 메가와트는 맨해튼 도심지 한 블록의 전력량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각 가정과 상점은 디젤 발전기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전기가 들어오는 건 하루에 두 시간 정도뿐이다.” 나이지리아의 대기업 쇼어라인 에너지 인터내셔널 Shoreline Energy International의 CEO 콜라 카림 Kola Karim(45)이 어둠에 잠긴 고급 호텔 바에서 발전기 가동을 기다리면서 한 말이다. “참기 힘들 정도다.”

마비 상태에 놓인 도로 체계도 마찬가지다. 대중교통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고, 신호등은 제대로 작동하는 경우가 드물다. 월요일 오후, 라고스 도시교통 담당국(Lagos Metropolitan Area Transport Authority·LAMATA) 직원이 차를 몰아 나에게 라고스의 무질서한 교통 실태를 보여주었다. 차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열대의 폭염이 느껴졌다. 앞서 가는 낡은 경찰차에선 경찰 두 명이 열린 뒷문을 통해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그들의 기관총은 밖을 겨누고 있었다. 왼쪽에선 유조차 한 대가 시커먼 디젤 연기를 내뿜었고, 오른쪽에선 염소 스무 마리 정도가 소형 트럭에 실려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앞의 경찰 중 한 명이 옆 차선으로 몸을 내밀더니 소총으로 지나가는 택시의 사이드 미러를 부수자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뒷차가 경적을 울리자 우리 차 운전자는 벌컥 화를 냈다. “뭐야?” 그는 머리를 흔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날아가기라도 하란 거야?”

하지만 라고스에서 보이는 변화의 조짐은 아프리카의 빠른 변화에 대한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바바툰다 파숄라 Babatunda Fashola는 2010년 도지사로 당선된 이후 아프리카에선 생소했던 지방세를 도입했다. 그 결과 라고스 정부는 수십억 달러의 대규모 재정을 확보할 수 있었다. 수도 아부자 Abuja의 부패한 중앙 정부에서 벗어나 자치권도 확보했다. 덕분에 체계적인 고속 여객 수송망, 서아프리카 최초의 현수교를 포함한 5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밖에도 전기 부족 문제를 해결해 도시의 밤거리를 환하게 밝혀 줄 발전소 2곳도 곧 가동될 예정이다.

파숄라는 라고스를 ‘아프리카의 뉴욕(Africa’s Big Apple)’이라고 홍보한다. 뉴욕과 마찬가지로, 라고스에서도 다양한 산업이 번성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지난 4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치고 아프리카 최대 경제국에 올라섰다. 라고스의 패션 및 영화 산업(현지에서는 놀리우드 Nollywood라 불린다) 성장에 일부분 힘입은 결과다. 도시의 기업가, 금융인 및 에너지 관련 CEO들의 재산은 아프리카 에너지 붐을 타고 급증하고 있다. 라고스는 나이지리아 은행업의 중심지이며 유통 및 제조업도 활발하다. 올해 초 닛산은 라고스에서 제조한 SUV의 판매를 시작했다. 라고스의 부유층은 점점 더 눈에 띄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예컨대 쇼어라인의 CEO 카림은 아르헨티나산 서러브레드종 말 36마리를 갖춘 라고스 폴로 클럽 Lagos Polo Club을 경영하며 도시의 명사들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명사들 중 상당수는 카림과 마찬가지로 LA, 워싱턴, 런던 등지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이들이다.

폴로 클럽에서 다리를 건너 본토의 라고스 석호(潟湖)로 향하면 빈곤과 오염에 찌든 마코코 Makoko가 나타난다. 10만 명이 넘는 주민이 악취가 풍기는 석호 전역에서 간신히 버티고 서 있는 기둥 위의 쓰러질 듯한 집에서 살고 있다. 오수로 가득한 운하를 가로지른 끝에 우리가 탄 카누는 A자 모양의 3층짜리 학교에 도착했다. 플라스틱 드럼통 265개 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쿤레 아데예미 Kunle Adeyemi가 설계한 것으로, 그는 로테르담에서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 Rem Koolhaas와 일한 후 2011년 고국으로 돌아와 라고스에 자신의 회사 은레를 설립했다. 학생 60명을 위해 지은 이 학교는 수위가 높아지면 같이 떠오르면서 홍수에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아데예미는 “수십 년 후 라고스의 모습이 어떨지 무척 걱정된다”며 “하늘에서 보면 라고스는 아무런 기반 시설 없이 팽창하는 모습”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들여다 본 라고스는 그 이상이었다. 급속히 팽창하는 인구, 각종 장단점, 그리고 잠재성까지 많은 것을 갖춘 라고스에는 아프리카의 미래가 스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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