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실적에 웃는 행복한 CEO들] SK하이닉스 박성욱 대표

수익성·혁신 앞세운 공격 행보<br>반도체 글로벌 빅3 날개 달았다

SK하이닉스의 행보는 마치 9회 말 2아웃 역전 홈런을 연상시킨다. 몇 년 전만 해도 주인을 찾지 못해 떠돌던 애물단지 하이닉스가 SK라는 날개를 달고 힘차게 비상하고 있다. 이제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반도체시장을 주름잡아온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등과 당당히 어깨를 견주고 있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최근 SK하이닉스 단독 대표직에 취임한 박성욱 대표는 SK하이닉스 성장의 길잡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수익 개선과 비메모리 사업 중심의 경영 전략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박성욱 체제의 SK하이닉스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폭의 성장을 이뤄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기반으로 종합 반도체 회사로의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박 대표의 의지는 여느 때보다 확고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최근 성적은 문자 그대로 깜짝 놀랄만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업계의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조 1,411억 원이었다. 1분기 1조 572억 원에 이어 2분기에도 1조 839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반기 영업이익 2조 원 시대를 활짝 열었다. 매출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한 7조 6,660억 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빅3’로 재편된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성장세는 더욱 눈에 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수익성 측면에선 이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앞질렀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23.9%에 달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영업 이익률 18.4%(반도체 사업부 기준)를 5% 포인트 이상 앞지른 실적이었다. 물론 규모면에서는 여전히 삼성전자가 멀찌감치 앞서 나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은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 37조 원의 약 38% 수준인 14조 원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부실기업의 대명사로 주인을 찾지 못해 헤매던 SK하이닉스가 몇 년 사이 환골탈태한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성장의 중심에는 주력 제품인 D램 반도체와 낸드플래시가 있다. 지난 2분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1분기에 이어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다. 벌써부터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액 3,056억 달러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이 나올 정도로 시장이 우호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시장 환경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의 평균 판매가격은 전 분기 대비 각각 5%, 19% 하락했다. 하지만 공급 대비 수요가 많았던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D램의 경우 20나노급 공정기술 비중 확대로 출하량이 계획보다 13% 증가했고, 낸드플래시 역시 공정기술 비중 확대와 모바일 제품 수요의 회복에 힘입어 54%의 출하량 상승을 보였다.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중국 롱텀에볼루션(LTE) 시장의 성장세가 주목된다. 현지 업체들이 LTE에 맞춘 다양한 보급형 모바일 기기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 중국 LTE시장 규모는 300만 대 수준으로 시장 예상규모인 1,000만 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2분기에 LTE 인프라가 구축된 만큼 수요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중국 LTE 스마트폰 판매 규모를 약 1억 대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PC와 서버용 D램 수요가 유지되고 모바일 부문에서도 새로운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특히 오는 3분기 중 출시될 예정인 아이폰6의 판매 추이에 따라 낸드플래시와 D램의 수요가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 밖에도 메모리 반도체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내에 트리플레벨셀(TLC)과 3D 낸드플래시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TLC는 데이터 저장 최소 단위인 셀 하나에 3비트의 데이터 저장이 가능하다. 기존 싱글레벨셀(SLC), 멀티레벨셀(MLC)보다 저장효율이 2~3배 높고 전력 소모량도 40% 줄일 수 있어 차세대 메모리로 각광받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3분기 중 TLC 개발이 완료되면 내년 상반기부터 의미 있는 매출이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의 바탕에는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의 뚝심이 존재한다. 박 사장의 핵심 경영전략은 ‘수익성 강화’와 ‘혁신’으로 압축된다. 박 사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2014년은 SK하이닉스에게 절대적 위기이자 또 다른 역사적 기회의 한 해가 될 것”이라며 “회사 조직 모두는 업무의 시작을 수익성 분석에서부터 출발해 달라”고 강조했다. 수익성을 경영의 중심에 놓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질적인 성장을 위한 혁신 역시 박성욱 사장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다. 엔지니어 출신 최초로 SK하이닉스 CEO에 선임된 박 사장은 취임 초부터 혁신을 강조해왔다. 선두업체와의 격차를 줄이는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에서 벗어나 혁신적이고 창의적 발상을 통해 시장을 압도하겠다는 전략을 앞세워왔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진 제품은 그 때부터 양산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20나노급 8기가비트(Gb) 저전력(LP)DDR3 D램과 6Gb LPDDR3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또 업계 최소 미세공정인 16나노를 적용한 64Gb MLC 낸드플래시도 본격 양산하며 기술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며 양적인 성장과 질적인 성장을 동시에 추구했다. 지난 2012년 6월 이탈리아 ‘아이디어플래시’를 인수해 유럽 기술센터로 전환·설립한 데 이어 올해는 미국 바이올린메모리의 ‘직렬 구조 고속 입출력 인터페이스(PCIe)’ 카드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이 같은 SK하이닉스의 견조한 성장세는 주식시장에서의 흐름과도 맥을 같이한다. 주식거래량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주식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종목은 SK하이닉스였다. 상반기 SK하이닉스의 거래 건수는 365만 5,605건이었다.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가장 많이 거래된 종목 1위를 지킨 셈이었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와 기아차, 현대차가 각각 349만 8,399건, 318만 1,340건, 282만 2,546건을 기록하며 2~4위에 이름을 올렸다.

주가 역시 실적 상승을 타고 크게 상승했다. 올해 초 3만 5,550원으로 시작한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지난 8월 8일 종가 기준 4만 5,250원을 기록했다. 연초 대비 27%의 성장세를 보인 셈이었다. SK하이닉스는 주가 상승에 힘입어 현대모비스를 밀어내고 시가총액 3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의 향후 주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세철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낸드플래시 공정 전환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어 원가절감 확대가 기대된다”며 “향후 TLC 기술을 확보하면 추가로 원가 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역시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이 호조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도 연구원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폰·PC 수요 개선에 힘입어 TSMC, 미디어텍 같은 글로벌 IT 업체들이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다”며 “원활한 D램 수급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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