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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 LEISURE] “특급 서비스에도 급은 있다” 영국항공의 특별한 항공 체험

항공 업계 소식<br>BRITISH AIRWAYS

일주일에 7번 인천~런던을 운항하고 있는 브리티시 에어웨이스(이하 영국항공)의 기내는 언제나 승객들로 가득 찬다.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 그들의 서비스를 체험하기 위해 영국항공을 타고 런던으로 향했다. 퍼스트클래스에서 체험한 영국항공의 서비스엔 뭔가 다른 특별함이 있었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일 분 일 초가 아까운 비즈니스맨들. 해외 출장을 가도 바쁘기는 매한가지다. 긴 비행 뒤에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 비즈니스 미팅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하지만, 출입국 수속을 위해 짜증스럽게 긴 줄을 서는 건 초장부터 기분을 상하게 하기 십상이다. 닭장같은 비행기 좌석에 쭈그리고 앉아 장시간 비행을 하는 것도 스트레스 수치를 높이기는 마찬가지다.

항공사만큼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는 없을 듯하다. 소비자가 선택한 항공 좌석에 따라 제공되는 서비스는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진다. 이 세계에서 평등이란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같은 높이의 하늘 위를 날아가고 있다는 점뿐이다. 영국항공을 타보곤 다시 한 번 이 같은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차원이 다른 프레스티지 서비스

휘날리는 유니언잭이 꼬리날개에 그려진 영국항공 소속 보잉 777-200ER기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았다. 목적지는 런던 히드로공항. 영국항공은 인천~런던 히드로공항 직항 노선을 주 7회 매일 운영하고 있다. 탑승교를 지나 영국항공 777기 출입문 앞에서 보딩패스를 내밀었다.

보딩패스는 승객들의 지위를 좌우로 갈라버리는 힘이 있다. 비행기 출입문에 들어서 기내 왼쪽으로 가는 사람들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 서비스를 자랑하고 싶은 영국항공은 기자를 바로 그 왼쪽으로 보냈다. 사람들은 이 왼쪽 세상을 퍼스트클래스라고 부른다.

이륙 전 좌석에 앉자마자 샴페인을 비롯한 음료들이 나왔다. 산뜻한 샴페인을 마시며 좌석을 둘러봤다. 최고급 스킨케어 제품으로 채운 어매니티백이 눈에 띄었다. 모이스처라이저크림, 눈가를 진정시키는 아이젤, 건조해질 수 있는 입술을 보호해 줄 립밤, 땀 나는 걸 억제해 주는 데오드란트, 면도크림, 면도기, 빗, 치약, 칫솔, 고급볼펜 등으로 구성한 선물세트다. 어매니티백은 여성용과 남성용으로 구분해 서로 다른 내용물을 제공하고 있었다. 비행 중 불편할 수 있는 겉옷을 벗어 개인 옷장에 걸었다. 좌석에 달린 20인치 스크린 속에는 한국 개봉이 아직 안 된 영화들이 꽤 많았다. 버튼을 눌러 좌석을 침대로 만들었다. 이집트산 400수 면으로 만든 침구류로 몸을 덮었다.

퍼스트클래스에 탈 수 있는 12명은 한마디로 말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다(승무원을 괴롭힐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식사와 간식을 원할 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주문할 수 있다. 영국항공은 기내식 서비스의 선구자다. 90년 전부터 기내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영국항공 퍼스트클래스에선 전 세계 최고 셰프들이 고안한 영국항공 특별메뉴 ‘알 라 카르트 a la carte’를 제공한다. 전채, 수프, 메인, 후식이 최고급 레스토랑 수준으로 서빙된다. 영국다움을 맛볼 수도 있다. 그 유명한 잉글리시 블랙퍼스트와 애프터눈 티를 하늘에서 즐길 수 있다. 영국 최초 찻집인 트와이닝 Twinings에서 만든 다양한 차를 제공하는 건 기본이다.

그 밖에도 눈길을 끄는 게 또 있다. 서울~런던 간 항공편에선 김치를 제공한다. 글로벌 기내식 업체인 게이트 고메 Gate Gourmet 담당자들이 최고의 비빔밥을 만들기 위해 서울을 방문했고, 하얏트 호텔에서 김치 담그기 강좌를 들었다. 한국인 승객들에게 인기 있는 라면과 매실차도 서빙된다. 인천공항에서 런던 히드로공항까지 12시간 비행을 하면서 한 거라곤 마시고, 먹고, 즐기고, 휴식을 취한 것밖에 없었다. 피곤할 이유가 없었다.

서비스 차별인가 차등인가

인천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은 시간을 버는 여정이다. 런던 시각은 서울보다 8시간 늦다. 히드로공항에 도착해 런던 시각을 확인했다. 서울 시각을 기준으로 보면 인천에서 출발해 4시간 만에 런던에 도착한 셈이었다. 보잉 777기는 영국항공 전용 터미널인 히드로공항 터미널5에 승객을 부렸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진짜 차별을 경험했다. 영국 입국심사대 한 곳에 ‘패스트 트랙’이 있었다. 퍼스트클래스와 비즈니스클래스인 ‘클럽월드(48명 정원)’ 승객만을 위한 창구였다. 터미널5는 영국에서 해외로 나갈 때 거쳐야 하는 출국심사대에도 패스트트랙을 설치해 놓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퍼스트클래스 발권 카운터는 이코노미클래스와 완전히 분리된 터미널 내 다른 장소에 있었다. 같은 장소에서 줄만 다른 곳에 서는 것으론 성에 안 찬다는 엄청난 서비스 차별화였다.

인천공항에도 세금 많이 내고 잘 낸 사업가를 위한 심사대가 따로 있다. 그러나 특정 항공사의 비싼 표를 산 사람들을 위해 전용 심사대를 둘 생각은 감히 하지 못한다. 영국은 다르다.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눌렀다. 경제가 정치를 이긴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왼쪽 세계로 들어갈 때의 우월감이 패스트트랙에 서 있자다시 피어났다. 특권의식과 우월감은 속물근성과 찰떡처럼 어울린다. 히드로공항 터미널5에선 부끄러움 없이 속물근성을 즐길 수 있었다. 영국항공은 돈 되는 승객들 마음을 더 편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터미널5는 2013년 5월 여행 빈도수가 높은 승객 1,20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카이트랙스 Skytrax의 조사에서 ‘세계 최고 공항 터미널 World’s Best Airport Terminal ’로 2년 연속 선정됐다. ‘세계 최고 공항 쇼핑’ 어워드 Best Airport Shopping award 를 수상하기도 했다. 터미널5에는 런던 유명 백화점 해로즈가 입점해 있다.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가 고객들을 유혹한다. 영국 스타 셰프인 고든 램지의 레스토랑 ‘플레인 푸드 Plane Food ’를 비롯한 세계적인 레스토랑도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퍼스트클래스 승객은 터미널5 내 ‘콩코드룸’을 무료로 독점 이용할 수도 있다. 콩코드룸은 터미널5 외에 뉴욕 JFK공항에도 마련되어 있다. 다시 서울로 돌아올 때 콩코드룸을 이용했다. 5성급 부티크 호텔처럼 꾸며져 있었다. 화려한 가구, 멋진 샹들리에, 예술 작품 등이 독특하고 스타일리시하면서도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침대가 딸린 개인 부스에서 웨이터의 서비스를 받으며 아늑한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업무를 계속봐야 하는 고객에겐 최첨단 비즈니스 스위트가 최적의 업무환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테라스에서 음료를 한 잔 마시면서 공항 건너 보이는 멋진 경치를 감상하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회사를 살린 서비스 업그레이드

영국은 섬나라다. 20세기 이후 배는 더 이상 경쟁에서 비행기를 따라갈 수 없었다. 항공편의 연결은 영국의 사회·경제적 경쟁력에 필수 요소가 되었다. 영국항공의 역사는 곧 항공산업의 역사다. 영국항공은 1919년 세계 최초로 런던~파리 구간을 운항했다. 기내식의 효시로 볼 수 있는 런치서비스도 최초로 선보였다. 이후 영국항공은 1939년 국유화되면서 대표 국제 항공사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두운 시기도 있었다. 1970년대 만연했던 ‘영국병’을 영국항공도 피할 수 없었다. 만성적인 경영 적자에 시달렸다. 거만한 승무원은 승객들에게 최악의 경험을 선사했다. 끝 모를 추락을 막은 건 영국정부였다. 영국정부는 고객서비스 개선과 항공사 경영상태를 되돌리기 위해 1981년 민영화를 단행했다. 1999년 모든 영국항공 비행기에 휘날리는 유니언잭을 입혔다.

수익성 개선의 일등공신은 새로운 비즈니스클래스의 도입이었다. 경쟁사에 비해 유난히 비좁았던 비즈니스클래스를 확 뜯어고쳤다. 2000년 4월 장거리 노선부터 침대처럼 180도로 펼칠 수 있는 좌석을 배치했고, 순방향과 역방향으로 좌석을 구성해 공간활용을 극대화했다. 그제서야 비로소 고객들은 만족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고객 친화적인 서비스를 선보인 후 입소문이 퍼져나갔다. 그때부터 영국항공의 마케팅에 불이 붙었다. 새로운 좌석 콘셉트가 퍼스트클래스에도 이어졌다(퍼스트 클래스에는 역방향 좌석이 없다). 이후 다른 항공사들도 영국항공을 본떠 고급 좌석과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영국항공은 2012년 비즈니스 트래블러 어워드 2012 Business Traveller Awards 에서 ‘최고 항공사 Best Airline’, ‘최고 비즈니스클래스 Best Business Class’, ‘최고 상용 고객 프로그램 Frequent Flyer Programme’, ‘최고 단거리 노선 항공사 Best Short-Haul Carrier ’로 선정될 수 있었다.

새로운 서비스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영국항공이 거둬들인 수익은 10조 원이 넘는다. 승객이 자신의 선택에 100%, 아니 그 이상 만족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화끈하게 업그레이드한 게 주효했다. 퍼스트클래스와 비즈니스클래스 승객은 전용 출국 게이트로 신속히 이동해 최고급 환경에서 식사와 쇼핑을 즐기거나 업무를 볼 수 있다.

해외여행이 일상화 된 요즘, 장거리 승객 유치를 위한 항공사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얼마나 더 승객을 태우느냐를 넘어 얼마나 더 많은 수익을 올리냐를 고민하고 있다. 영국항공은 서비스 수준을 줄여 티켓 값을 낮추는 건 애당초 고려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나갔다. 더욱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더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서비스에 걸맞는 비용을 부담할 고객은 얼마든지 있다는 판단이 제대로 적중한 셈이다.


런던의 관광명소를 제대로 즐겨라
원 알드위치 호텔의 멋진 하룻밤

열심히 일하고 놀기 위해선 잘 먹고 잘 자야 한다. 낯설고 물 선 해외에선 더욱 그렇다. 특히 비즈니스맨들에겐 좋은 숙박 시설을 선택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원알드위치 호텔은 비즈니스맨과 관광객 모두에게 이상적인 곳이다. 5성급 호텔로 끝내주는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고급스럽고도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대형 호텔 체인에 속하지 않은 독립 호텔로 런던 한곳에서만 16년째 영업 중이다.

원 알드위치 호텔은 히드로 공항에서 자동차로 40분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런던 중심 시티오브웨스트민스터 지구 알드위치 로드 1번지에 있다. 숙소에서 어지간한 관광 명소를 걸어서 다닐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원 알드위치 호텔은 런던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벤트가든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경제 중심지인 시티오브런던 역시 마찬가지다. 시티오브웨스트민스터와 시티오브런던 지구에는 영국을 움직이는 정치·경제 핵심 기관이 몰려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런던 상징물들이 그곳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템즈 강변을 따라 만든 보행자 전용 도로를 걸을 수 있다. 거미줄 같은 런던 지하철역과 시내버스 정류장도 호텔 앞에 있다.

원 알드위치 호텔은 원래 모닝포스트 신문사 건물(1907년 완공)로 사용되던 유서 깊은 곳이다. 크지 않은 덩치이지만 고급 레스토랑 2개와 바, 수영장, 스파, 회의실까지 갖추고 있다. 호텔 내부와 객실(105개)에는 현대 미술작품이 곳곳에 걸려 있다. 호텔에 요청하면 맞춤형 런던 시내 관광 프로그램도 제공받을 수 있다. 1박 가격은 약 250파운드(43만 원)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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