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MOST POWERFUL WOMEN] 과거의 IBM 넘어서기

IBM CEO 지니 로메티<br>GETTING PAST THE BIG BLUES

IBM의 매출은 지난 9분기 연속 하락했다. 전통적인 사업부문이 쇄락하고 있고, 한 세기가 넘도록 바뀌지 않은 기업 문화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CEO 지니 로메티 Ginni Rometty는 반전을 계획하고 있다. 과연 이 거대한 기업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까?
By Michal Lev-Ram


103년 역사를 자랑하는 IBM에서 9번째로 CEO에 오른 버지니아 “지니” 로메티 Verginia “Ginni” Rometty가 뉴욕 아몽크 Armonk에 위치한 IBM 본사의 긴 복도를 걷고 있다. 그녀의 왼쪽으론 유화로 그려진 전임자들의 초상화가 금으로 된 액자에 담겨있다. 새뮤얼 팔미사노Samuel Palmisano, 루이스 거스너 Louis Gerstner, 존 에어커스 John Akers와 함께 창업자 토머스 왓슨 Thomas Watson의 초상화가 그녀 곁을 지나간다. 잘 알려진 IBM의 과거다. 로메티는 연 1,000억 달러 규모의 거대 IT 기업을 운영하는 첫 번째 여성이다. 잘 다린 짙은 색 정장과 넥타이를 착용한 전임 CEO들이 초상화 속에서 로메티를 바라보고 있다.

사실 로메티(57)가 IBM 최고 직위까지 오른 사실 자체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유리 천장’을 깼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로메티는IBM을 경영하게 된 첫 번째 여성이지만, 포춘 500대 기업 여성 CEO 중 한 명이기도 하다(포춘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사실 성인이 된 후 자신의 삶 대부분을 IBM과 함께했고, 이제는 거의 모든 시간을 IBM의 ‘대변신’에 투자하고 있다.

80년대 초반 IBM에 입사한 로메티는 2012년 CEO 자리에 오른 후 여러 가지 큰 변화를 주도했다. 지난해에는 20억 달러를 들여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소프트레이어 테크놀로지 SoftLayer Technologies를 인수했고, 왓슨 Watson-인지컴퓨팅 시스템(cognitive-computing system)을 적용한 슈퍼컴퓨터로, 몇 초 만에 수백만 장에 이르는 과학 문서를 검토할 수 있다-의 개선 및 상용화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수익이 크지 않은 IBM 사업을 매각했고, 방만한 인력구조를 일부 감축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계약서까지도 단순화시켰다(계약서 분량을 일반적인 30장에서 4장으로 줄였다).

비교적 최근에는 잘나가는 여러 캘리포니아 업체들과 관계를 개선하면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오래된 라이벌 애플과 전례 없는 동맹을 맺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곧 IBM의 서비스가 애플의 iOS를 통해 제공될 것이다.

애플의 CEO 팀 쿡 Tim Cook은 로메티에 대해 “무서울 정도로 똑똑하다”고 평가했다(후에 음양의 조화라 할만한 이 관계를 다시 조명할 것이다). “그녀는 파트너십 측면에서 엄청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또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이를 강력하게 실행에 옮긴다. 그리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본다.”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자면 난관이라 할 수 있다. 로메티가 클라우드, 모바일, 왓슨 등의 성장분야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IBM의 매출은 9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분기에는 1년 전에 비해 2% 하락한 244억 달러를 기록했다(2013 회계연도에 기록한 연매출 998억 달러는 전년동기대비 5% 하락한 수치였다). 서비스,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로 대표되는 IBM 3대 주요 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심하게 말하면 추락하고 있다. 가장 어려운 난관이라면 아마도 기업 고객이 구매성향을 바꾸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점점 더 많은 기업이 투박하고 비싼 하드웨어(작동과 운영에 수많은 컨설턴트가 필요하다)에 투자하는 대신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모델을 선택하고 있다.

성장 중인 부문에 집중해 IBM의 주요사업 손해를 만회하려는 로메티의 발목을 붙잡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전임자 팔미사노가 설정한 과감한 수익 로드맵이다. 팔미사노는 2015년까지 주당 순이익(EPS) 20달러를 달성할 것이라 약속했다(IBM은 올해 EPS를 18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월가 투자자는 “그들은 과거엔 사랑받았으나 나중엔 미움받게 된 모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로메티가 CEO 자리에 오른 2012년 1월 이후, S&P 500 지수가 58% 상승하는 동안 IBM 주가는 4% 오르는 데 그쳤다.

매일같이 처리해야 할 여러 과제와 함께 존재론적 과제가 하나 더 있다. 풀을 먹인 듯 뻣뻣한 기업 문화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물론 IBM은 과거에도 재창조를 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하나의 기술적 전환-메인프레임에서 클라이언트-서버 시스템으로의 변화 등-만으론 충분치 않은 시대가 됐다. 클라우드 컴퓨팅으로의 이동, 빅데이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요구, 직장 내 모바일·소셜 툴에 대한 급격한 수요증가 등 다양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IBM은 온라인 소매업체 아마존이나 검색엔진업체 구글과 같은 새롭고 기민한 라이벌들과 경쟁해야 한다. IBM을 생각했을 때, ‘기민함’이란 표현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지난 수년 동안 경영진이 거의 바뀌지 않은 기업이기도 하다(재미있는 점은 IBM 이사회 13인의 평균 연령이 64세라는 사실이다.

IBM의 내부와 외부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로메티가 바로 이 변화를 가져올 인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포춘은 IBM을 주목하는 사람이나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는 물론, 여러 전·현직 IBM 직원과 광범위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이 과업에 필요한 힘이 로메티에게 있다는 데-그리고 아마도 더 중요하겐 그녀가 적합한 리더십 스타일을 갖췄다는 데-동의했다. IBM 리서치의 수석 부사장 존 켈리 John Kelly는 “그녀는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변화에서도 편안함을 느끼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서 “말로 설명하기 정말 어렵다”고 강조했다.

로메티는 기민함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이미 IBM의 전략적 투자를 조정해 놓은 게 그것이다. 하지만 이 변화가 성공하려면 훨씬 더 대범하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 IBM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로메티는 “이미 여러 전환기를 하나하나 겪었다는 측면에서, 지금이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전환의 속도”라고 말했다. 클리블랜드 인구보다 많은 수의 직원을 보유한 기업으로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IBM에선 모든 것이 거대하다.
1911년 상업용 저울과 천공카드 제표기 제조업체로 시작한 IBM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컨설팅 분야 제국으로 발돋음해 현재 전 세계에서 43만 1,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루이스 거스너가 코끼리에 비유하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던 IBM은 디스크 저장 시스템에서부터 협업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판매하며(제품 종류가 수천 가지가 넘는다), 현재 170개 국에 진출해 있다. 기업에 기술 활용법을 주로 조언하는 IBM의 글로벌 서비스 부문은 세계 최대의 컨설팅 업체가 되었다. 맨해튼 북쪽에는 조경이 잘 된 IBM의 대형 캠퍼스가 위치하고 있는데, 1.5㎢에 이르는 그 규모 또한 회사의 거대함을 증명하고 있다.

수요일 아침 CEO는 매끈한 검은색 재킷과 스커트를 갖춰 입고, 완벽하게 다듬은 금발머리를 머리띠로-스티브 잡스에게 터틀넥이 있다면 로메티에게는 머리띠가 있다-고정한 채 나타났다. 그녀는 아침을 먹기 위해 자신의 아몽크 사무실 근처 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IBM이 너무 많은 사업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그녀는 반박했다.

로메티는 “어쩌면 내가 거대한 것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충분히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범위가 넓긴 하지만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평가는 부분적으로 그녀의 IBM 재창조 계획을 반영한 것이다. 이 계획에는 IBM이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함께 로메티가 간결하게 “관계 증진”(다시 말해, 모바일 및 소셜 네트워크 기술)이라 부르는 3개의 주요영역에 집중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로메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협조적이며 의사전달이 분명한 인물이라고 말한다. 키가 크고 눈에 잘 띄는 그녀는 방에 들어설 때부터 품격있는 분위기를 풍긴다. 또 놀라울 정도로 붙임성이 좋다. 벤처 투자업체 허머 윈블래드 벤처 파트너 Hummer Winblad Venture Partners의 매니징 디렉터 앤 윈블래드 Ann Winblad는 “그녀는 눈에 띄게 자신감에 넘치면서도 매우 따뜻한 사람”이라며 “정말 찾아보기 힘든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33년 전 시스템 엔지니어로 IBM에 입사한 로메티는 2012년 1월 최고경영자에 선임될 때까지 수십 년 동안 진급에 진급을 거듭했다. 윈블래드는 “지니는 (전임자 팔미사노로부터) CEO 자리를 넘겨받기 약 1년 전부터 주요 무대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그녀가 IBM의 신임 CEO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했고, CEO직을 넘겨 받으면서 전면에 나서는 로메티를 보는 것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전면에 나선 로메티는 곧바로 서쪽 방면으로 출장을 떠났다. CEO 자리에 오른 지 몇 주 지나지 않아 17명에 이르는 수석 부사장들을 모두 대동하고 실리콘밸리까지 날아가 앤이에이 NEA와 액셀 파트너 Accel Partners 등 주요 벤처 투자업체를 만났다(IBM에선 처음 있는 일이었다). IBM 내부 벤처 투자 그룹의 매니징 디렉터를 맡고 있는 클라우디아 판 먼스 Claudia Fan Munce는 “그건 두 개의 세상을 한 번에 보는 것이었다. 지니는 정말로 중요한 것을 이렇게 전달한다”며 “(신생기업) 인수도 해야 하지만 업계 리더로서 현 상황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IBM 내부 의사소통을 분명하게 하는 것도 로메티의 원대한 목표 중 하나다. CEO직을 수락하고 처음 열린 직원회의에 부사장을 모두 소집한 그녀는 각 임원의 훌륭한 성과를 3가지씩 말했다(개선이 가능한 부분을 언급하기도 했다). 전례 없는 공개적인 피드백에 임원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IBM 리서치의 켈리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그녀는 회의실에 있는 모두가 자기 팀의 일원이며, 각자 훌륭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로메티는 회사 엔지니어들에게 다가서는 데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그녀의 첫 업무지시는 전 세계에 퍼져있는 IBM의 연구인력 3,000여 명에게 인터넷 생방송을 송출하라는 것이었다. IBM직원으로 캘리포니아 알마덴 밸리 Almaden Valley에 위치한 연구센터 외부에서 근무 중인 다멘드라 모드하 Dharmendra Modha는 “우리 모두 들었다”며 “그녀의 일성은 ‘지금은 컴퓨팅의 새 시대, 인지 컴퓨팅의 시대’였다”고 회상했다. 모드하와 동료들은 모두 흥분했다.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메시지였다. 그건 IBM이 더 이상 말쑥하게 차려 입은 컨설턴트 집단이 아니라 최첨단 기술 업체가 되기 위해 다시 노력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직원에게 전달한 메시지, 그리고 신임투표가 수개월 후 로메티에게 도움이 됐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거의 20년 만에 처음으로 IBM의 연구부서 전체를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IBM 연구실은 과거의 전통적인 사업 단위인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으로 분류돼 있었다. 로메티는 자신의 새로운 전략에 따라 연구실을 3대 주요 기술 부문으로 다시 조직했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그리고 관계 증진 분야였다.

로메티는 의사소통에 정말로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가 다른 부분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그녀는 지난해 IBM 직원과 파트너가 이용할 수 있는 싱크 아카데미 Think Academy라는 야심 찬 온라인 교육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월별 수업의 주제는 데이터보안의 새로운 시대에서부터 아프리카 인프라 문제에 따른 클라우드 플랫폼 변경까지 아우르고 있다. 이 중 많은 수업은 로메티가 직접 진행하고 강의한다. IBM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업체 CEO 등과 싱크 아카데미 인터뷰를 진행할 때에도 로메티가 그 일을 담당한다.

로메티는 “회사가 다시 한 번 전환의 시기를 맞이했다. 모든 직원이 힘을 합해 한목소리를 내야 함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우리처럼 170개국에서 사업을 벌이는, 수십만 명이 일하는 회사라면, 당연히 단일한 관점을 보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에는 이 관점이 1초에 수조 건이나 처리되는 업무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뉴욕 시 실리콘 앨리 Silicon Alley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번쩍이는 유리빌딩 51 애스터 플레이스 51 Astor Place에는 안전모를 쓴 인부들이 4개 층 바닥의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곳에는 곧 새로 조직되는 왓슨 그룹 Watson group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에선 공간이 구분되지 않는다. 테이블과 의자에 바퀴를 장착해 어디에서든 직원들이 모일 수 있다. 직원에게는 고정된 책상 대신 밝은 파란색 라커를 지급, 소지품을 보관하게 할 계획이다. 새로운 왓슨팀의 업무공간-10월 준비가 마무리되는 이곳에선 직원 600명까지 업무가 가능하다-은 IBM 사무실이라기보다는 약간 규모가 큰 신생기업 본사와 비슷하다. 바로 이 부분이 중요하다. IBM이 페이스북(길 바로 건너편)이나 트위터 및 구글(몇 블록 떨어진 거리)과 위치상으로만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왓슨 그룹의 부사장 마이클 로딘 Michael Rhodin은 IBM에 활기차고 역동적인 첨단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 생태계가 공존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로딘은 “블록 단위로 모임도 하고 사람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행사 등도 열어야 한다”며 “의도적으로 공간 자체를 그런 참여활동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우리 기업의 전형적인 모습은 아니기 때문에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왓슨과 관련해 우리가 얼마나 차별성을 두려고 노력하는지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IBM 연구소에서 수십 년 동안 인공지능과 자연어 처리를 연구한 끝에 탄생한 것이 왓슨이다. 그 왓슨이 퀴즈 프로그램 ‘제퍼디! Jeopardy!’에서 인간을 상대로 승리한 지도 벌써 3년이 넘었다. 로메티는 CEO에 오른 후 퀴즈 프로그램에서 속임수처럼 정답을 맞히던 슈퍼컴퓨터를 진정한 사업 아이템으로 변신시키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다. 왓슨을 뉴욕 게놈 센터 New York Genome Center와 같은 실제 업무 환경에서 테스트하거나, 제3 개발업체에 공개해 애플리케이션 개발 플랫폼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올해 초 로메티는 왓슨 그룹을 단일 사업 부문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왓슨의 개발과 상용화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중 1억 달러를 애플리케이션 개발 신생업체에 투자해 강력한 컴퓨팅 시스템에 맞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글로벌 서비스 부문을 분리했던 것처럼 IBM은 새로운 사업을 분리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빈번한 일이 아니다. 왓슨 그룹의 설립과 함께, 로메티는 IBM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연구인력 이동-총 2,000여 명-을 추진했다. 수많은 전문가와 컨설팅 및 판매 인력을 새로운 인지 컴퓨팅 사업에 투입한 것이었다. 켈리는 “왓슨은 앞으로 이런 시스템이 하게 될 일의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며 “인지 컴퓨팅의 지능 수준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추론의 깊이도 더욱 심오해질 것이다. 문자를 읽는 정도에서 벗어나 시각과 촉각을 갖출 예정이다. 느낌도 알 것이다. 본질적으로 이런 능력에는 전혀 한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보건 등 몇몇 분야에서 왓슨을 시험해보고 있는 상황이다.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에선 의사들이 왓슨을 훈련시켜 의학계 학술지와 환자 데이터를 분석하게 하고, 의료계 종사자들이 암치료에 효과적인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데 활용하려 하고 있다. 병원 및 연구소 CEO인 크레이그 톰슨 Craig Thompson은 “재빠르게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왓슨의 능력은 정말 특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컴퓨팅 시스템의 새로운 인공 두뇌는 크게 주목 받고 있고, 그 잠재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 IBM의 상황을 개선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예컨대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는 파트너이긴 하지만 돈을 지불하는 고객이 아니다. 로딘은 돈을 지불하는 왓슨 고객이 ‘수십 곳’에 이른다고 말한다. 그중에는 메이오 클리닉 Mayo Clinic도 있고, 군인과 참전용사를 위한 보험 ·금융 설계 업체 유에스에이에이 USAA도 있다. 그는 “우리 내부 지표에 따르면 매주 한 두 곳의 새로운 고객과 계약을 하고 있다”며 “그 수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점점 바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로메티는 IBM의 지난해 데이터 분석 매출이 이미 160억 달러를 달성했다고 주장했다(IBM에선 해당 매출의 출처를 세부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로메티는 왓슨이 장기 사업이라고 말했다.그녀는 한편으로 새로운 사업팀의 진전상황을 고위 경영진 월간회의를 통해 면밀하게 관리하고 있다. 로메티는 “(왓슨은) 커리어와 업계를 재창조할 것”이라면서 “기술의 제 3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했다.

로메티는 IBM의 규모와 기술적 경험이 대단하더라도 모든 것을 홀로 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때문에 8개월 동안 막후에서 고심을 거듭한 끝에, 지난 7월 애플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iOS-애플의 모바일 운영체제-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약에 따라 애플은 IBM 측이 구매한 장비에 24시간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애플의 CEO 쿡은 “우리는 서로를 100% 보완하는 관계”라며 “의견이 겹치거나 상이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 서로 다른 자산을 동원했다. 사실 둘 중 어느 쪽도 홀로 이것을 해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쿡에 의하면 로메티와 자신의 대화는 원래 다른 형태의 파트너십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그는 초기 협의 시도에 대해선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과거의 계획은 전혀 현실화되지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두 CEO는 기업의 모바일 부문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IBM의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 총괄 부사장 브리짓 밴 크랠링겐Bridget van Kralingen(포춘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33위)은 “우리는 수도 없이 많은 회의를 했다. 좋았던 점은 회의 참석 대상이 광범위하다는 것이었다. 양측 엔지니어나 업계 리더들, 마케팅 및 개발자들이 참석했다. 그들은 다양한 앱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분명하게 알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이어 “이미 대형 고객 다수가 IBM 및 애플과 함께 모바일 앱을 공동 개발하기로 계약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두 기업의 판매팀은 서로의 제품을 상호 판매하는 준비를 철저히 하기 위해 합동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로메티는 “대부분의 모바일 기기는 (그 사용처의) 60%가 이메일”이라며 “그래서 애플과 파트너십을 체결할 때, 우리가 업무를 혁신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 장비들은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도 20억 달러를 들여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소프트레이어를 인수한 것이 로메티가 내린 가장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결정이었을 것이다. 물론 여러 비평가는 IBM에서 이미 예전에 이 업체를 인수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프트레이어를 인수하기 몇 개월 전, IBM은 경쟁업체 아마존에 곤혹스러운 패배를 당한 바 있다(이제는 소프트레이어의 기술이 IBM 클라우드 관련 부문의 기반 기술이 됐다). 지난해 업계 거물이 아닌 인터넷 소매업체가 수익성 좋은 CIA 전용 클라우드 시설 구축 및 운영 계약을 따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IBM은 입찰금액이 아마존보다 5,400만 달러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반박했지만, 그렇다고 패배했다는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다.

IBM 내부에서 여전히 독립사업으로 운영되는 소프트레이어의 CEO 랜스 크로즈비 Lance Crosby는 “아마존이 당시 스마트클라우드 엔터프라이즈 SmartCloud Enterprise라고 불렸로메티던 소프트레이어 전신 기업을 앞질렀다”고 인정했다. 로메티도 거의 동의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이는 IBM이 CIA 계약 경쟁에서 좀 더 잘 대비했을 수도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녀는 “교훈을 얻었다고 얘기하고 싶다”며 “일정 부분 대응을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소프트레이어였다면 그중에서도 훨씬 더 나은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IBM은 CIA 계약을 놓친 후 클라우드 분야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소프트레이어를 인수한 것뿐만 아니라 12억 달러를 투자헤 새로운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센터 40개소를 전 세계에 오픈했다. 이 중에는 미국 정부를 위해 특별히 설계한 새로운 보안센터 2곳도 포함돼 있었다. 조사업체 아이디시 IDC의 최고 애널리스트 프랭크 젠 Frank Gens은 “1년 전 클라우드 분야에서 보여준 IBM의 노력을 돌아보면, 기존 IT 벤더로는 괜찮은 편이었지만 충분하지는 않았다”며 “내 생각에는 IBM이 소프트레이어를 인수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클라우드 인프라에 클라우드 사업을 전개하기로 결정한 때부터 변화가 시작된 것 같다. 다른 공급업체와 맞대결을 펼칠 준비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IBM은 소프트레이어를 통해 공개 클라우드 역량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블루믹스 BlueMix-종류에 상관 없이 클라우드 기반 앱의 운영을 원하는 개발자들이 이용한다-라 불리는 새로운 플랫폼도 보유하고 있다. 크로즈비는 “자체 데이터 센터나 IBM 데이터 센터에 막대하게 투자한 고객이 전 세계에 존재하고, 이들 모두가 클라우드로 이동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지니는 정말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상당히 먼 여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IBM의 클라우드 관련 매출은 분명히 증가하고 있다(실제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6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IBM의 연간 매출이 1,000억 달러에 가깝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클라우드의 매출 44억 달러는 매우 빈약해 보인다. 과거의 IBM을 넘어서는 것이 목표임을 감안한다면, 바로 이 거대한 규모 자체가 로메티의 목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왓슨에 대한 투자나 모바일 분야 파트너십 체결 등과 같은 로메티의 노력은 일말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IBM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주요 사업 부문 매출 하락세를 만회하는 데에는 한참 부족하다. 최소한 아직은 그 정도의 성과가 나오지는 않고 있다. 한편, 로메티는 아프리카에서도 활로를 찾고 있다(지난해 말 아프리카 대륙 최초로 나이로비에 IBM 리서치 센터를 오픈했다). 그러나 투자수익이 나오는 데 수십 년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전망이다.

게다가 IBM이 언제 다시 매출 성장세로 돌아설 것인지도 불분명하다(로메티는 이 질문에 답하기를 거부했다). 지난 4월 시엔비시 CNBC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 워런 버핏 Warren Buffett-IBM 주식의 6.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은 회사의 매출 하락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그들이 발표한 내용은 그렇게 놀랍지 않다”며 “앞으로 1~2년 후에 놀랄 일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IBM이 처한 어려움은 많지만, 인정받을 부분은 분명하다. 10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기업의 방향이 어디든-전환에 성공하든 처참하게 업계에서 뒤떨어지든-금방 그 결론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회사는 포춘 500대 기업 중 여전히 23위를 기록하고 있고, 수많은 업체의 IT 인프라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사실 IBM의 기술은 전 세계 은행의 90%, 그리고 항공사의 80%에서 사용되고 있다. 기업 데이터 흐름의 70%도 어떤 형태로든 IBM의 시스템을 통하고 있다.

그러나 혁신의 시대에서 유리한 위치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특히 지니 로메티는 더욱 그렇다). IBM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어려운 일이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새로 등장하는 기업 여러 곳-특히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업체-은 IBM이 필요했던 부분을 아마존 웹서비스 Amazon’s Web Services 등 유사 서비스나 수많은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로 대체하고 있다.

소프트레이어의 인수-당시 소프트레이어의 고객은 2만여 곳 정도였으며 대부분 신생업체였다-가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IBM 벤처투자 사업부문을 통한 실리콘밸리로의 접근과 이제 막 시작한 왓슨의 생태계도 그런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로메티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IBM 임원을 역임한 바 있으며 안트러프러너즈 펀드 Entrepreneurs’ Fund의 벤처 투자자인 마노지 색서나 Manoj Saxena는 “실리콘밸리에는 IBM에 대한 두 가지 인식이 존재한다”며 “첫째는 IBM이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해주길 원하는 것이고, 둘째는 예전에는 (왓슨을 비롯한 여타 각광받는 기술을) IBM에 기대하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그런 기대는 주로 구글에 했다”고 평가했다.

왜 로메티는 실리콘밸리의 생각에 신경을 써야 할까? 대규모로 기업용 기술을 구입하는 미래 구매자, 혹은 잠재적 인수 대상, 고객, 파트너 등이 그곳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IBM이 신생기업이나 개발자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면, 생태계 확장을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클라우드, 왓슨처럼 로메티가 활로를 찾고 있는 부문에서 박차를 가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그녀가 더 젊고 기민한 기업과 잘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어떻게 되든 IBM에겐 사활이 걸린 시점이며, 향후 경영대학원 학생들은 ‘로메티의 갈림길(the Rometty crossroads)’이라 불리게 될 이 사례를 돌아보며 연구할 것이다.

예일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선임 학과장 제프리 소넨펠드Jeffrey Sonnenfeld는 “더 많은 것을 변화시킬 최적의 시기”라며 “대기업이 혁신을 추진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이론을 로메티가 반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몽크에 있는 IBM 본사로 돌아온 로메티는 비로소 대전환을 수행할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는 듯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녀는 “지금까지 IBM에서 배운 것 중 단 한 가지를 꼽으라면, 이 회사를 계속 재창조해야 한다는 사실”이라며 “103년의 역사는 그렇게 유지된 것”이라고 말했다.

100년이 넘은 이 기업이 다시 활력을 찾을지, 아니면 자기의 무게를 못 이기고 넘어질지, 그 결론은 이 시대의 중요한 사업 스토리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지니의 원칙
1. 과거를 보호하지 말라.
2. 제품으로 자신을 정의하지 말라.
3. 항상 스스로를 혁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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