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주가연계증권의 진화

ELS vs. ELS펀드

ELS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난 9월에는 8조 2,924억 원 발행액을 기록해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 같은 인기를 타고 ELS 펀드도 출시됐다. ELS펀드는 ELS의 여러 단점을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향후 큰 규모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바야흐로 ELS 전성시대다. 주식시장의 기대 수익률 하락과 채권 이자 수익 감소, 초저금리 시대의 도래 등으로 ‘시중금리 + α’를 추구하는 중위험 중수익 추종 투자자들이 늘어난 결과다. 여의도 금융가에서는 ‘최근 ELS 인기가 2011년 자문형 랩어카운트의 인기를 넘어서는 것 같다’는 조심스러운 반응도 나오고 있다.

ELS, 격동의 12년

ELS는 올해 국내 출시 12년 차를 맞은 투자 상품이다. ELS는 Equity-Linked Securities의 약자로 주가연계증권이라고도 한다. 2002년 7월 증권사들의 장외파생상품 업무가 허용되면서 시장 존립의 근거가 마련됐고, 이듬해인 2003년 3월 국내 첫 ELS 상품이 출시되면서 현재는 주식, 채권 등과 함께 국내 3대 투자 상품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주가 연계 상품인 만큼 ELS의 흥행 역사는 코스피 등락과 동조화를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 출시 첫해인 2003년 발행액이 3,400억 원에 그쳐 자존심을 구겼지만, 이듬해인 2004년 5조 6,300억 원 발행액을 기록하면서 눈부신 성장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2005년 14조 2,100억 원에 이어 2006년 30조 원에 육박하는 발행액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리먼사태 이듬해인 2009년에는 11조 8,700억 원까지 발행액이 급감하기도 했다.

리먼사태 이후 ELS는 기초 자산이 다양화되고 스텝다운형 상품 구성이 주를 이루면서 가파르게 인기를 회복했다. 스텝다운형 ELS는 약속된 시점마다 기초 자산 가격을 평가, 기초 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지 않았을 경우 계약된 수익률만큼 원금과 약속된 수익을 함께 상환하는 방식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환 기준이 낮아지기 때문에 스텝다운형이라고 부른다.

스텝다운형 ELS는 원금 손실이 일어날 수 있는 녹인(Knock In) 수준이 굉장히 낮은 데다가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투자자들로부터 인기가 많다. 이 같은 스텝다운형 ELS의 인기를 등에 업고 ELS의 인기는 리먼사태 이전보다 더 치솟았다. ELS는 2011년 30조 원대 발행액을 넘어선 데 이어 2012년에는 발행액 40조 원 시대를 열었다.

황금시대 맞은 ELS

물론 리먼사태 이후에도 ELS시장에는 크고 작은 충격들이 있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 8월에는 S-Oil, 현대중공업 등의 주가가 이들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종목형 ELS의 녹인 배리어를 하회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를 계기로 ELS 시장이 한동안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문가 전망이 수일째 신문 지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주식 시장이 장기 박스권 장세를 나타내면서 지수형 ELS의 인기가 치솟았다. 박스권 장세는 ELS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스텝다운형 ELS의 조기상환 가능성을 크게 높여주기 때문이었다. 급기야 지난 9월에는 ELS 발행액이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인 8조 2,924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누적 발행액은 47조 7,000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발행액 45조 6,900억 원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시장에선 올해 ELS 전체 발행액이 60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중호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최근 기록적인 ELS 발행액 규모는 ELS가 주식이나 채권 이외의 투자자산으로 우리나라에서 완전히 자리 잡았음을 의미합니다. 최근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보니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더욱 몰리는 경향도 있고요. 10월은 코스피 지수가 빠지면서 (투자 심리 위축으로) ELS 발행 규모가 조금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ELS의 인기는 앞으로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 봅니다.”

한 차원 진화된 ELS펀드 등장

ELS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ELS펀드까지 등장했다. 지난 8월 삼성자산운용이 ‘삼성 ELS 인덱스 펀드’를 출시한 데 이어 9월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한국투자 ELS 솔루션 펀드’를 연이어 출시했다. 국내 대표 자산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ELS펀드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ELS펀드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한껏 고조되고 있다.

ELS펀드는 이름 그대로 ELS를 추종하는 펀드다. ELS 상품 여러 개를 펀드로 묶은 구조로 개별 ELS를 분산투자한 효과가 있다. 또 ELS펀드는 인덱스 펀드이기 때문에 중도 환매와 추가 납입이 비교적 자유롭다. 중도 환매 시 높은 수수료 부가와 추가 납입 불가라는 ELS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한 셈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말한다. “ELS는 정해진 환매 시점까지 기다려야 매도가 가능합니다. 조기상환 혹은 만기상환이 아니면 사실상 현금화가 불가능하죠. 불가피하게 현금화할 경우 투자금액의 3~10%에 달하는 높은 환매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또 최초 가입 외에는 기준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추가 매수 기회를 가질 수 없어 평단가 컨트롤도 불가능하죠. ELS펀드는 이런 ELS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나온 상품입니다.”

이외에도 ELS펀드는 여러 가지 면에서 ELS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LS는 상환 시기가 도래하면 재투자를 위해 새로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또 만기가 정해져 있어 불가피하게 손실이 난 경우에도 기간 연장 없이 손실을 확정해야 한다. 하지만 ELS펀드는 반영구적인 상품으로 상환 시기가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 애초부터 이런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다. 가입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별도의 환매수수료나 중도해지 수수료도 없어 비교적 여유로운 자금 운용이 가능하다.

같은 듯 다른 삼성·한투 ELS펀드

상품 개발 시기가 짧은 만큼 10월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ELS펀드 상품은 삼성자산운용의 ‘삼성 ELS 인덱스 펀드’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 ELS 솔루션 펀드’ 2개가 전부다. 이는 ELS펀드의 흥행 과제로 상품 다양성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펀드는 모두 지수형 펀드이고, 녹인 없는 스텝다운형 구조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하지만 편입되는 ELS 종류나 수, 그리고 기초 자산과 투자 방식, 펀드 수익률 평가에선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시장호가방식으로 펀드 수익률을 평가한다. 증권사에서 각 ELS에 매도·매수 호가를 제시하면 삼성자산운용에서 매입 ELS 가격을 평균해 지수를 산출, 수익률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반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국내 4개 자산평가사가 제공하는 개별 ELS 공정 가격을 취합, 이를 바탕으로 산출한 ELS바스켓지수로 수익률을 평가한다.

기초 자산이나 투자방식의 차이는 더 크다. 삼성자산운용은 HSCEI(항생중국기업지수·Hang Seng China Enterprises Index)와 Euro Stoxx 50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13개 ELS에 펀드 자금의 거의 100%를 투자한다. 이에 반해 한국투자신탁은 HSCEI와 Euro Stoxx 50, KOSPI 200을 조합한 ELS 중 20개를 선별해 펀드 자금의 50~100%를 가변적으로 투자한다.

ETF펀드도 완벽한 상품은 아니다

안정성은 ELS펀드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ELS만 해도 파생상품 중에선 꽤 안정적인 투자상품으로 분류되는데 ELS펀드는 개별 ELS의 위험마저 분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ELS펀드도 원금 보장형 상품은 아니어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현재 나와 있는 ‘삼성 ELS 인덱스 펀드’와 ‘한국투자 ELS 솔루션 펀드’는 ELS펀드 중에서도 위험 분산에 상당히 많은 신경을 쓴 상품들이다. 종목형이 아닌 지수형 ELS를 사용하는 데다가 지수 산출 기초 자산에 HSCEI나 Euro Stoxx 50 등을 편입함으로써 지역 위험마저도 분산시켰다.

하지만 이들 ELS펀드도 완벽한 분산 투자 상품이라고는 할 수 없다. ELS가 태생적으로 주가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홍콩이나 유로존 등 지역별 분산을 했다고는 해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증시 폭락은 세계적으로 동조화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만기를 무한히 확장해 손실을 줄이거나 없앨 수도 있지만, 이는 기회비용 측면에선 권고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ELS펀드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는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ELS펀드에만 매달리기보단 투자 포트폴리오의 일부분으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또 ELS펀드 투자 시에도 시장 상황이나 개별지수 움직임에 따라 비중을 조절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 전략을 써야 손실을 방지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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