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30대그룹은 지금] 코오롱

국내 최대 휴게소 매각<br>코오롱그룹의 속사정

연초부터 계열사가 운영하는 리조트가 붕괴돼 곤욕을 치른 코오롱그룹이 이번에는 국내 1위 휴게소 매각을 공시했다. 그룹 측은 휴게소를 소유하고 있는 코오롱글로벌의 재무구조 개선이 매각 이유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할 코오롱의 계열사는 이뿐만이 아닌 듯하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국내 최대 고속도로 휴게소인 덕평휴게소(법인명 덕평랜드)가 매물로 나왔다. 지난 10월 15일 코오롱글로벌은 덕평휴게소 매각 추진 보도에 대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의 조회공시 요구에 “덕평랜드 매각은 당사의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추진 중에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했다.

그러자 업계 일각에서 덕평휴게소 매각은 “단순히 코오롱글로벌의 재무구조 개선 때문 만은 아닐 것”이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연초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로 뒤숭숭했던 그룹 내 분위기도 휴게소 매각소식으로 다시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덕평휴게소는 코오롱그룹이 야심차게 준비해 만든 국내 최고 휴게소라는 자부심이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휴게소를 매각하게 된 그룹의 속사정은 무엇일까? 그룹 전반의 이슈와 상황을 분석해 보자.

업계에선 현재까지 덕평휴게소의 가장 유력한 인수자로 매쿼리자산운용을 꼽고 있다. 호주 매쿼리 그룹의 자회사인 매쿼리자산운용은 올해 초 시티그룹이 90% 지분을 가지고 있던 서해안 행담도 휴게소 운영권을 사들이는 등 그동안 휴게소와 호텔 운영권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왔다. 매쿼리자산운용은 최근 호텔과 휴게소 등 민간 운영권에 투자하는 6,000억 원대의 부동산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시장은 덕평휴게소 매각금액으로 90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매각 형태는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운영은 한국도로공사와 계약한 2029년까지 코오롱글로벌이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그룹의 휴게소 사업 진출은 한국고속도로공사가 막대한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대기업 등 민간자본에 휴게소 사업을 임대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덕평휴게소를 운영하고 있는 덕평랜드는 2003년 코오롱건설(현 코오롱글로벌)이 출자해 만든 자회사다. 2007년 4월 문을 연 덕평휴게소는 영동고속도로 호법 분기점 인근에 위치해 있다.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을 입점시켜 휴게소 내에 쇼핑 공간을 만들고 휴게소 주변을 개발해 자연체험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일반 휴게소 식당과는 차별화 된 고급 식당가, 대체 에너지 냉난방 시스템 등을 선보이며 신개념 휴게소로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현재 규모와 매출(2013년 매출 511억), 이용고객(연간 1,200만 명) 측면에서 국내 휴게소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덕평휴게소는 사람들에게 남부러울 것 없는 기업으로 인식되어 왔고, 코오롱그룹 역시 자랑스러운 계열사로 홍보해 왔다.

하지만 내부사정은 달랐다. 코오롱그룹은 그동안 덕평휴게소 때문에 골머리를 썩어왔다. 국내 2위 휴게소인 행담도 휴게소의 2배에 달하는 휴게소 매출을 올리고 매년 그 규모도 키워왔지만 문제는 723%에 달하는 부채비율이었다. 휴게소 사업 특성상 고정비가 높고 계속되는 확장으로 관리비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때문에 그룹으로부터 지원받은 차입금이 2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겉은 국내 최고 휴게소였지만 그룹 내부에선 계속 지원해야할지 말지를 놓고 상당히 고심했을 것”이라며 “자본잠식 위기도 있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모기업 코오롱글로벌(덕평랜드 지분 100% 소유)의 상황도 휴게소 매각을 부추겼다. 그룹의 건설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코오롱글로벌은 건설경기 악화를 겪으며 현재 부채비율이 427%(2014년 반기보고서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산요수골프장도 코오롱글로벌의 유동성 위기를 부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시공사로 참여했던 산요수 골프장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자 골프장을 2,002억 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시행사는 결국 작년 부도 처리됐고 사업은 표류하고 있다. 산요수 골프클럽 회원 320여 명은 입회보증금 반환을 코오롱글로벌 측에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선 입회 보증금을 최소 128억 원에서 300억 원 정도로 보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관광단지인 ‘무릉도원’ 조성사업에도 시공사로 참여했지만 이 역시 시행사 부도로 공정률 25% 상태에서 공사를 중단했다. 그에 따른 부채 1,075억 원만 떠안았다. 코오롱글로벌은 현재 ‘무릉도원’을 다시 낙찰 받아 공사 재개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코오롱글로벌은 단기차입금만 6,800억 원이고 이익잉여금도 -590억 원에 달해 당장 공사를 재개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업계 관계자도 있다.

코오롱글로벌의 순 차입금은 1조 3,000억 원(올 6월 분기보고서 연결회계 기준)이다. 코오롱글로벌은 공기업 최초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태백관광개발공사 오투리조트의 지분도 18.1% 가지고 있다. 오투리조트는 1,700억 원대 부채를 지고 있다. 이 외에도 코오롱글로벌은 최근 공정위로부터 인천 도시철도와 대구도시철도 입찰 담합 혐의로 과징금 100억 원을 부과 받은 상황이다. (주)코오롱이 이 같은 코오롱글로벌 주식 62%를 가지고 있어 앞으로 그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코오롱글로벌과 함께 그룹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기업이다. 사업군은 크게 자동차 소재, 석유수지, 필름, 패션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코오롱글로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여왔다. 하지만 올 2분기 영업이익 490억 원을 올려 760억 원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 30% 이상 하락했다.

하지만 코오롱인더스트리에겐 호재도 있었다. 지난 4월 ‘아라미드 소송’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아라미드’는 강철보다 5배나 강하고 500도가 넘는 열에도 견디는 ‘꿈의 섬유’다. 주로 방탄복 소재로 쓰였지만 앞으로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코오롱은 2005년 미국의 듀폰, 일본의 데이진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이 섬유 개발에 성공해 ‘헤라크론’이란 브랜드로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2009년 듀폰 측이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코오롱인더스트리에 1조 원대 소송을 제기했고 미 법원은 1심에서 듀폰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최근 미 항소법원에서 1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는 결정을 내려 코오롱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현재 아라미드 시장 규모는 2조~3조 원대이며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시장 점유율은 8% 정도이다.

아웃도어 역시 코오롱인터스트리의 실적을 견인할 중요한 아이템으로 꼽힌다. 증권업계 관계자들도 “코오롱인더스트리 4분기 실적이 아웃도어 판매량에 달렸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장기적으로 자동차 소재부문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동차소재 판매비중은 코오롱인더스트리 전체 매출의 30%를 넘고 있다. 소재부문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2010년의 자동차소재 판매 비중이 1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몇 년간 상당히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섬유화학 기업이란 꼬리표를 떼고 첨단소재 기업으로 체질개선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그동안 성장 가능성을 계속 강조해왔지만 아직 시장에 확실한 실적을 보여주진 못했다”며 “이 회장의 말처럼 체질개선이 얼마나 빨리 이루어지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OLED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네오뷰코오롱은 코오롱에 있어 또 다른 덕평랜드라 할 수 있다. 코오롱이 지분 98.9%를 가지고 있는 이 기업은 2012년 220억 원에 이어 2013년에도 250억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13억 원이었다. 코오롱은 올해 3월과 7월 두 차례 걸쳐 증자를 단행해 네오뷰코오롱에 170억 원을 지원했다. 작년에도 197억 원을 출자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지금까지 2,000억 원 가까이를 쏟아부었는데 실적은 형편없다. 부실 계열사를 언제까지 안고 갈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웅렬 회장의 관심이 각별한 계열사로 유명하다. 이 기업은 핵심원료의약품사업 기반이 비교적 탄탄한 편이다. 바이오 신약사업의 성과를 낙관하는 전망들이 나오면서 최근 증권가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생명과학이 주력하고 있는 신약은 1999년부터 미국 티슈진사에 수백억 원을 투자해 연구해 온 퇴행생관절염 치료제 ‘티슈진-C’이다. 이 신약에 대해 회사 측은 “기존의 관절염 치료제와 달리 연골재생을 통한 원인치료가 가능하며 수술의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임상3상 단계(안정성 및 유효성 검사 단계)로 업계는 2016년 정도면 시중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오롱은 티슈진사의 아시아 사업권을 보유한 티슈진코리아 지분의 35%를 가지고 있고, 이웅렬 회장도 티슈진 코리아 지분을 22% 소유하고 있다.

이웅렬 회장은 그룹의 지주회사인 코오롱 지분 44.06%를 가지고 있다. 코오롱의 계열사 지배구조는 상당히 안정적이다. 대신 계열사 지분이 많은 만큼 이들 계열사의 실적악화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처럼 코오롱 주요 계열사들이 동시에 실적 악화를 보일 경우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얘기다. 결국 덕평휴게소 매각은 현 시점에서 코오롱글로벌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 그룹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란 점에서 내린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코오롱이 남은 부실 계열사들의 문제를 어떻게 매듭지을지도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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