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30대그룹은 지금] 두산인프라코어

국내외 R&D센터 속속 건립<br>불황 속 투자로 기회를 잡아라

‘ 두산웨이(DooSan Way)’는 두산그룹과 박용만 회장의 기업문화이자 경영 지론이다. 두산웨이는‘ 인재양성(People)’과 상하좌우 지역을 뛰어넘는‘열린 소통(Openness)’, 공정한 성과 기회를 제공하는‘ 따뜻한 성과주의(Caring Meritocracy)’에 바탕을 두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웨이라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경쟁력 강화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이 같은 두산웨이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 바로‘ 두산인프라코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끊임없는 혁신으로 세계적인 기업들과 자웅을 겨루고 있다‘. 근원적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두 산에 입사하기 위해선 ‘두산웨이’를 알아야 합니다.” 지난 9월 김용성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회사설명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가 이를 강조한 이유는 두산인프라코어 탄생과 성장의 핵심가치에 두산웨이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두산그룹은 중장비 계열 사업 강화를 위해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했다. 대우종합기계는 현 두산인프라코어의 전신 격이다. 또 지난 2007년에는 미국 건설장비 업체 밥캣을 인수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 같은 결정은 유통 중심에서 인프라지원(IBS) 사업 중심으로 사업의 중심축을 옮기려는 두산그룹의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이 같은 야심 찬 전략은 우려도 많이 낳았다. 유통 가운데 특히 주류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두산그룹이었기에 사업 영역의 변화에는 적잖은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안정적인 변화를 위해 박용만 당시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2005년 5월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직에 취임한 뒤 직원들과의 가치·철학 공유를 최우선 과제로 삼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시 박용만 회장이 내세운 가치와 철학이 두산웨이의 밑바탕이 되었다.

이처럼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그룹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이다. 건설기계, 공작기계, 엔진 등 주력 사업 3개 분야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강화해오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은 결코 녹록하다고 할 수 없다. 여전히 회복이 더딘 글로벌 경기가 중장비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기 불황의 여파는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피해갈 수 없다. 하지만 경제 회복기는 곧 경쟁사를 앞서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박용만 회장도 “이번 경기 회복기에는 준비된 자가 훨씬 더 많은 기회를 가질 것”이라며 불황 속에서도 ‘계획된 준비’를 통한 적극적 투자를 지시했다. 그리고 박 회장의 주문에 두산인 프라코어는 즉시 화답했다.

실제로 두산인프라코어의 R&D 투자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1,545억 원이었던 R&D 투자비용은 이듬해인 2012년에는 1,810억 원, 2013년에는 2,041억원까지 늘어났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 급감의 아픔을 맛보았던 2012년에는 오히려 기술본부를 신설하고 R&D 역량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처럼 불황 속에서도 ‘기술과 사람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왔다. 글로벌 톱 경쟁사까지 제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불황 속에서도 차곡차곡 디딤돌을 쌓아왔다.

해외 R&D센터 삼각편대 출범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를 ‘수익성 높은 사업구조로 전환하는 원년’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품질 혁신과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글로벌시장에 대한 전략이다. 중국을 포함한 주요 신흥 시장에선 최종 고객과의 소통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딜러를 육성해 채널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최근 2년간 두산인프라코어가 ‘근원적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인천을 포함한 중국, 미국, 체코 등 아시아·미주·유럽 지역에 건립한 R&D센터 4곳이 두산인프라코어 글로벌 전략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 2013년 1월 두산인프라코어는 자사 첫 글로벌 R&D센터인 ‘휠 로더 R&D센터’를 중국 옌타이에서 준공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두산인 프라코어의 중국 R&D센터 준공을 ‘무모한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휠 로더 시장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대다수 기업들이 투자를 머뭇거릴 정도로 경기 상황이 나빴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두산인프라코어가 2012년 과감하게 중국 R&D센터 착공을 결정했다. 거기에는 불황일 때 오히려 공격적인 R&D 투자를 감행해 세계 최대 건설기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무엇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R&D센터는 중국에 진출한 해외 업체가 건립한 최초의 휠 로더 전문 R&D센터였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10억 원을 투자해 지상 5층, 연면적 7,953㎡ 규모로 휠 로더 R&D센터를 건립했다. 그곳에는 ‘파워트레인시험실’, ‘유압시험실’, ‘전장시험실’, ‘3차원 정밀측정실’ 등 최첨단 연구시설을 비롯해 ‘휠 로더 기술전시관’, ‘시청각 관람실’ 등이 마련되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 R&D센터를 통해 변화가 빠른 중국 휠 로더 시장에 부합하는 현지 맞춤형 제품을 적극 개발할 예정이다. 고객 요구에 대한 신속한 대응도 가능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휠 로더 R&D센터를 중국 시장을 넘어 중동, 아프리카, CIS 등 신흥시장을 공략할 거점으로도 삼을 작정이다.

두산공정기계(산동)유한공사 랴오지화 총경리는 “최첨단 휠 로더 R&D센터 준공으로 중국과 신흥 국가의 휠 로더 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됐다”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충하고 판매 채널별 맞춤 정책을 펼쳐 시장 대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두산인프라코어의 소형 건설장비 부문 ‘밥캣’이 준공한 ‘액셀레이션 센터(Acceleration Center)’는 미주 시장 공략의 핵심기지다. 두산인프라코어 소형 건설장비 부문인 밥캣이 미국 노스다코다주 비즈마크 사업장에 설립한 이 센터는 밥캣의 신기술 개발과 혁신을 ‘가속화’하는 복합 연구시설이라 할 수 있다. 이 센터는 총 2,800만 달러(한화 약 298억 원)를 투자해 지상 2층, 연면적 1만8,000㎡ 규모로 지어졌다.

액셀레이션 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발의 집중성’이다. 이곳에 비치된 최첨단 장비와 소프트웨어는 아이디어 도출부터 시제품 제작, 컴퓨터 시뮬레이션 테스트까지 신제품 개발의 과정을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신제품 개발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추진해 제품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8만 9,000㎡ 규모로 마련된 야외 장비 시험장에선 다양한 조건의 시제품 테스트도 이뤄지고 있다. 이 밖에도 이 센터에선 중대형 건설기계의 북미시장 내 연구개발 지원 업무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사실 밥캣은 두산인프라코어에 인수된 이후 약 3년여간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한 상태였다. 지난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는 미국 중견 건설장비 회사로 인정받아온 밥캣의 인수를 위해 무려 49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미국 경기침체로 건설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밥캣의 실적 역시 급속도로 추락했다. 하지만 미국 내 건설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선 2010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흑자로 돌아섰고, 그 이후에는 두산인프라코어 전체 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번 밥캣 액셀레이션 센터가 주목받는 이유도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데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리치 골드버리 두산인프라코어 북미지역장은 “액셀레이션 센터는 밥캣의 기술과 혁신에 대한 투자인 동시에 사람에 대한 투자”라며 “이 센터를 기반으로 업계 최고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두산인프라코어는 가장 최근인 지난 9월 체코 도브리스에 ‘이노베이션 센터’를 준공했다. 총 1,760만 달러(한화 약 185억 원)가 투자된 체코 이노베이션 센터는 8,000m² 규모의 시제품 제작 및 테스트 공간과 1,300m² 규모의 사무 공간을 갖추고 있다. 향후 체코 이노베이션 센터는 제품 테스트, 정밀 분석, 신뢰성 제고, 시제품 제작, 소형장비 신제품 개발 등 제품 엔지니어링 활동 전반과 협력업체 발굴, 제품 관리, 직원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두산인프라코어는 아시아·미주·유럽시장을 공략할 핵심 거점으로 중국, 미국, 체코 등 세 곳에 각각 R&D센터를 준공했다. 그리고 이 센터들은 2분기 연속 실적 회복세를 기록한 두산인프라코어에게 확실한 성장을 담보할 전진기지로 부각되면서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 R&D센터는 ‘시너지-감성’의 거점

해외에 R&D 삼각 편대를 편성한 두산인프라코어 R&D 전략의 정점은 지난 7월 인천에 건립한 ‘글로벌 R&D 센터’다. 연면적 2만6,163㎡에 지상12층, 지하 2층으로 마련된 이 글로벌 R&D 센터의 핵심 과제는 ‘시너지의 극대화’다.

인천 R&D센터는 R&D 인력 약 1,000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마련되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할 이 R&D센터는 인천, 수지, 송도 등에 흩어져 있던 건설기계와 엔진 부문 연구 인력 등 핵심 사업 분야 인력을 한곳에 모아 관련 부문 간 연구개발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게 된다.

글로벌 R&D 센터에는 ‘타운 홀 미팅공간’, ‘아이디어룸’ 등 소통과 창의적 아이디어 개발을 위한 공간과 연구원 육성을 위한 ‘R&D 아카데미 전용 교육장’이 설치됐다. 그 외에도 건물 내에는 연구원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공간으로 특허 내용을 전시한 이른바 ‘특허 복도’도 조성되어 있다.

인천 R&D센터 준공식에는 김용성 두산인프라코어 사장뿐 아니라 박용만 회장, 박정원 두산지주부문 회장 등 고위 임직원이 총출동해 인천에 두산그룹이 거는 기대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김용성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준공식에서 “글로벌 R&D센터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근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응집된 R&D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를 선도해 나갈 제품과 기술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013년 11월 경기도 용인 두산기술원 내 ‘감성품질’ 향상을 위한 ‘디자인센터’를 설치했다.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은 최근 산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하나의 트렌드로,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은 혁신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디자인을 가진 제품 생산을 시장 공략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중장비 업체가 감성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때문에 두산인프라코어의 디자인센터 설치는 중장비 업계로서는 극히 이례적인 사례로 손꼽히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두산인프라코어 디자인팀은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주목받으며 레드닷 Red dot, iF, 핀업 PIN UP 등 국내외 유수의 디자인 공모전에서 잇달아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1,500㎡ 규모로 마련된 디자인센터는 스타일 스튜디오, 컬러 연구실과 모델 작업장, 목업(mock-up) 스튜디오, 실내 품평장, 자료실 등 종합 디자인 스튜디오로서 첨단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디자인센터에서는 굴착기, 지게차, 휠 로더, 대형트럭(ADT) 등의 제품 디자인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디자인센터에 대해 “사용자 의견과 감성을 충분히 담은 디자인을 추구하고 두산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디자인 허브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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