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에볼라 확산을 막는 방법

[Closer Look] HOW TO STOP EBOLA

최근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바이러스 치료법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산업이 주목 받고 있다.
BY ERIKA FRY


지난 여름 라이베리아 Liberia에서 의료 선교활동을 하던 미국인 켄트 브랜틀리 Kent Brantly 박사와 낸시 라이트볼 Nancy Writebol이 치명적인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이들의 생존을 기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또 담배-미국인 5명 중 최소 1명의 사망원인이다-가 이들을 치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켄트 박사와 낸시를 치료하기 위해 지맵 ZMapp이라는 치료제가 투여되었다. 지맵은 미국 제약 회사인 맵 바이오파마수티컬 Mapp Biopharmaceutical이 개발한 에볼라 치료제로, 담배를 이용해 생산된다. 놀라운 사실은 지맵이 R. J.레이놀즈 타바코 R.J. Reynolds Tobacco의 모회사인 레이놀즈 아메리칸 Reynolds American이 소유한 시설에서 생산된다는 점이다(이 담배회사는 카멜 Camel을 만든다). 지난 1월 레이놀즈는 오언즈버러 Owensboro에서 지맵을 생산하는 켄터키 바이오프로세싱 Kentucky BioProcessing을 인수했다.

다행히도 켄트박사와 낸시는 살아났다. 3가지 항체를 혼합해 만든 지맵이 얼마만큼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임상실험 전 단계에 있으며, 지맵을 투여한 다른 환자들은 살아나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의 생존 소식 덕분에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고, 투자도 적었던 ‘식물유래 의약(plant-made pharmaceuticals)’이 주목 받기 시작했다.

식물로부터 의약품을 생산하는 방법인 파밍 Pharming은 사실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1988년 포춘은 파밍의 잠재력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한 바 있으며, 1990년대 몬산토 Monsanto는 대두로 항생제를 만들어 헤르페스 치료제를 개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전자 조작 식물을 실외에서 재배하는 기술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식용과 의약용 식물이 교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이 분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크지 않았고, 그 후의약산업은 담배만큼이나 충격적이었던 중국 햄스터 난소 세포(Chinese hamster ovary, 이하 CHO)를 이용해 항생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CHO 세포를 스테인리스 통에서 배양해 고도로 통제하는 시설이 고안됐는데, 이 방법은 자본집약적이고 진행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햄스터나 다른 포유류 동물의 세포를 이용해 의약품을 제조하는 방법은 미국 대형 제약회사들의 생산 표준이 되었다.

지난 20년간 파밍은 정부기관과 담배업계의 도움, 그리고 재정난에 처한 바이오테크 산업 덕분에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 이제 의약용 식물은 폐쇄된 실내 공간에서 재배된다. 질적으로 균등하게 생산하기 위해 ‘수경재배(hydroponics)’ 방식도 종종 도입되고 있다. 그리고 식물 유전자를 변형하는 대신, 특정 단백질을 만들어내도록 조작된 식물 바이러스가 담긴 용액을 식물에 ‘흡수’시킨다. 용액이 충분히 흡수되면 몇 시간 내에 약물이 생산되기 시작한다. 며칠 후 잎을 수확해 가루로 만들어 여과시킨 뒤 정제된 의약품을 생산한다.

파밍은 다른 식물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예컨대 당근 세포는 유전질환 고세병(Gaucher’s disease)의 치료제인 에렐리소 Elelyso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에렐리소는 최근 FDA가 유일하게 승인한 식물유래 의약품이다). 하지만 여느 식물보다도 담배가 파밍 제조방식에 가장 적합한 식물로 꼽히고 있다. 잎이 많고(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바이오매스가 풍부하다), 빠르게 자랄 뿐만 아니라 담배회사들 덕분에 이해하기 쉬운 식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애리조나 주립대(Arizona State University) 명예교수이자 의약용 식물 재2014배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인 찰스 안첸 Charles Arntzen은 “식물에서 만든 항생제는 CHO 세포에서 만든 항생제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뛰어나다”고 말했다. 식물유래 항생제는 생산이 빠르고 비용도 적게 든다. 2011년 상업용 생물공학 저널(Journal of Commercial Biotechnology)에 게재된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식물 세포로부터 의약품을 생산하는 비용은 동물 세포 생산 비용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그러나 여전히 의약산업은 파밍의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본지가 연락한 몇몇 대형 제약회사들은 파밍방식을 현재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말 외에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국방부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2009년 방위고등연구계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이하 DARPA)은 켄터키 바이오프로세싱, 텍사스 캘리버 바이오테라퓨틱스 Caliber Biotherapeutcis 등 총 3곳의 담배 파밍 업체와 함께 블루앤젤 Blue Angel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DARPA는 매달 1,000만 개의 플루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 수천만 달러의 재원을 지원하고 있다. 비영리 기구들도 식물유래 의약품 생산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전염병과 주목 받지 못하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빌게이츠 재단(The Gates Foundation)은 식물항체를 개발하는 회사 중 하나인 아이바이오 iBio와 함께 저렴한 비용의 백신을 개발해 개발도상국에 보급할 계획이다.

어쩌면 파밍은 현재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봉쇄하는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지맵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몇 달 안에 생산 규모를 원하는 만큼 늘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소(Commonwealth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Organization)에서 농업·식품·보건 부문을 총괄하는 모리스 몰로니 Maurice Moloney는 “어떤 감염이든 이를 퇴치하기 위해선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 사람들에게 약물을 빨리 가져다 준다면 전 세계를 슬픔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볼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포춘 홈페이지에서 ‘전염병: 어떻게 퍼지는가’ 시리즈 기사를 참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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