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활한 AS 부품 공급과 빠른 수리는 자동차 메이커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주는 핵심 활동 중 하나다. 현대모비스와 현대파텍스는 현대·기아차 AS 부품 공급을 책임지며 이 같은 활동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업체로 도약하며 그 역할 또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포춘코리아 기자가 현대모비스 아산물류센터와 현대파텍스 서산 공장의 부품 생산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현대모비스, AS 순정부품 공급 우리가 책임진다
“여기가 핵심 기지입니다. 부품 입고, 보관, 출고까지 모든 작업을 PDA로 처리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어요.” 지난 9월 30일, 충남 아산에 있는 현대모비스 아산물류센터에서 만난 이종학 파트장이 사무동 내 미팅 룸에서 간단한 브리핑을 했다. 그 사이에도 크고 작은 지게차들이 센터 내를 쉴 새 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2004년 7월 문을 연 아산물류센터는 24만1,402㎡(7만 3,000평) 부지에 국내동 3개, 수출동 3개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모비스가 운영 중인 물류센터 4곳(아산, 울산, 냉천, 경주)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전국 216개 협력업체로부터 납품 받은 부품들은 아산물류센터에서 분류작업을 거친 후 해외로 수출되거나 내수용으로 공급된다. 현대·기아차의 부품은 국내 75개 사업소로, 기아차용 AS 보수용 부품은 해외 201개국으로 보내진다. 부품공급 차종은 196개 모델이다. 현재 양산 중인 차종 78개(40%)와 단산 차종 118개(60%) 모델이다. 수출용 부품은 20만 9,000개, 국내 정비센터로 보내질 품목은 13만 7,000개다. 신차 한 대가 출시되면 이곳에는 수천~수만 개에 달하는 품목이 추가된다. 현재 저장된 물품 종류만도 34만 6,000개에 이른다.
기아자동차 AS부품을 해외로 보내는 수출 A동을 둘러봤다. 바코드를 부착한 노란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긴 부품들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곳 저곳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작업자들은 바구니에 부착된 바코드를 PDA(개인용 휴대단말기)로 읽느라 분주했다. 이후 특별 제작된 커다란 박스에 부품을 차곡차곡 포장했다. 이종학 파트장은 아산물류센터 내 모든 작업이 PDA를 통해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부품을 모두 바코드로 처리해 PDA를 찍으면 수량과 저장위치는 물론 출고량과 일자까지 모든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부품 창고로 이동했다. 3-way 랙포커(3방향 지게차)가 눈에 띄었다. 아파트 3층 높이에 달하는 선반 꼭대기까지 부품을 쌓을 수 있는 대형지게차다. 포크 방향이 좌우 180도로 회전해 좁은 선반 사이 통로에서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곳에서도 PDA를 활용해 부품 크기와 활용도에 따라 작업자 동선을 고려해 적재를 하고 있었다. 입·출고가 잦은 부품, 즉 수요가 많은 부품은 작업자가 편하게 서서 일을 할 수 있는 위치에 보관한다.
부품 선반에는 박스 번호와 부품 수를 보여주는 표시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그날 출고해야 할 부품 선반에는 조명이 들어오고 표시장치 지시에 따라 부품이 출고된다. 예를 들어 ‘3’, ‘20’으로 표시가 되면 3번 박스에서 부품 20개를 출고해야 한다. 입구에 설치된 삼색등은 필요한 작업자 수를 나타낸다. 붉은색이면 3명, 노랑이면 2명, 녹색이면 1명이 작업해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적재된 부품은 평균 2일, 수출은 4일을 넘기지 않고 출하된다. 현대모비스는 이를 ‘디지털 파킹 시스템(DPS)’이라고 불렀다.
이종학 파트장이 말한다. “DPS 를 도입한 뒤 초보 작업자도 쉽게 작업할 수 있게 됐어요. 생산성이 30% 이상 향상됐습니다.” 현대모비스는 부품의 신속하고 정확한 공급을 위해 첨단물류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고객이 원하는 부품 재고가 없을 경우 전산시스템이 자동으로 개입해 24시간 이내로 부품을 공급하는 긴급부품 운송시스템, 물류센터 입고에서부터 출하까지 모든 작업을 PDA를 이용해 작업하는 시스템, 수십만 가지 보관부품을 최적의 장소에 보관하는 창고최적화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최근 완성차 업계에선 브랜드 충성도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시장의 양적 성장이 둔화되면서 브랜드 재구매율 관리가 중요시 되고 있다. 때문에 고객들의 감성적인 부분까지 충족시켜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야 한다. 당연히 현대·기아차도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통한 충성도 향상을 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원활한 AS 부품 공급과 빠른 수리가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주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현대·기아차의 순정부품 공급을 책임지는 현대모비스의 책임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 순정부품이란 생산과 설계단계에서부터 차량이 최적상태로 운행될 수 있도록 제작된 부품을 말한다. 쉽게 말해 신차 생산 시 공급되는 부품과 동일하다. 이종학 파트장은 말한다. “현대·기아차를 타는 운전자들이 안심하고 차량을 몰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르게 순정부품을 공급할 겁니다. 현대·기아차 브랜드 충성도는 물론 안전한 차량을 만드는 데 큰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현대파텍스 ‘고령차를 부탁해’
현대모비스 아산물류센터를 둘러본 뒤 충남 서산시에 있는 현대파텍스 공장으로 이동했다. 현대파텍스는 현대·기아차에서 더이상 생산하지 않는 단산 차종의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현대파텍스 공장에서 만난 김진원 경영지원실장은 “‘각그랜저(1세대 그랜저)’ 부품도 여기에 있다”며 부품 보유 현황을 설명해 주었다.
기본적으로 현대·기아차의 AS 부품 책임공급업체는 현대모비스다. 현대모비스는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차량 단종 후 8년 동안 구모델의 부품도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차량 성능이 향상되면서 10년 이상 차량을 운행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고령차를 운전하는 운전자들에게 ‘단종 후 8년’이란 법규는 현실과 동떨어진 수치일 뿐이다.
이런 현실에 맞춰 현대자동차그룹이 단종 차량 부품생산을 위해 만든 회사가 현대파텍스다. 2005년 11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가 초기 자본금 400억 원의 56%, 31%, 13%를 각각 분담해 이 회사를 설립했다.
현대파텍스의 작년 매출액은 483억 원, 영업이익은 39억 원 수준이었다. 20만 7,316㎡ 부지에 세워진 현대파텍스 공장은 규모부터 대단했다. 공장 내부는 프레스, 차체 조립, 도장, 포장라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자는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프레스 라인으로 먼저 들어가 봤다. 거대한 프레스 기계가 “쿵~ 쿵~” 하며 철판을 찍어내고 있었다. 공장 안 한쪽에는 차체 형태를 찍어내는 갖가지 금형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로봇이 철판을 금형으로 옮기자, 밋밋한 철판은 몇 단계의 프레스 과정을 거쳐 순식간에 자동차 문짝과 후드, 펜더 등으로 변신했다. 차체 조립라인은 연 100만 개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설치되어 있었다.
현대파텍스는 대형 프레스 라인 4개와 로봇 16대를 보유하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하도록 연속 컨베이어 방식의 도·포장 라인을 갖춘 일괄생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라인 한 곳에서 ‘프레스-차체조립-도장-포장’의 전 과정을 거친 후 현대모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되는 방식이다.
단산차종을 보유한 고객이 부품이 필요하다고 주문을 하면, 현대파텍스는 해당 차종에서 쓰였던 금형을 생산하기 3영업일 전에 찾아낸다. 현대파텍스가 보유한 금형은 현재 현대차 2,902개, 기아차 1,925개 등 4,800개가 넘는다. 규모가 큰 탓에 이 가운데 상당수(3,300개)는 야외에 쌓여 있다. 김진원 실장은 설명한다. “신모델 출시로 단종된 현대·기아차 모델의 금형은 전량 현대파텍스로 이전됩니다. 구형 제네시스 금형도 넘어왔고 조만간 쏘렌토R 부품도 이관될 겁니다.”
완성차업체가 단종차량의 부품생산업체를 설립한 예는 전 세계에서 현대파텍스가 유일하다. 완성차 생산에 전념하기 위해 양산차 생산과 AS 부품 생산을 분리한 세계 선진 자동차 업체들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거나 사업을 넓힐 생각으로 현대파텍스를 설립한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진원 실장이 말한다. “구모델 고객에게도 차질없이 부품을 공급한다는 의지로 만든 회사가 현대파텍스입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단종차량 패널 부품들은 양산 당시와 같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요. 이윤 추구보단 서비스차원에서 설립된 회사라고 할 수 있죠.”
현대파텍스는 현대·기아차가 신차 개발과 양산차 생산에 집중할 수 있도록 AS 부품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고객의 수요를 신속히 파악하고 필요한 부품을 생산함으로써 고객들이 안심하고 고령 차종을 운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식이 있는 고령차를 운전하는 운전자들은 차가 고장이라도 나면 어쩌나 노심초사하게 된다. 하지만 현대 기아자동차를 소유한 운전자라면 이런 걱정은 접어 두어도 좋을 듯하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17년까지 현대·기아차의 전 세계 운행 대수가 6,4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늘어날수록 현대모비스와 현대파텍스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