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성장이냐 정체냐’ 기로에 선 다음카카오

다음카카오의 출범은 2014년 상반기 IT업계를 뒤흔든 가장 큰 이슈였다. 융합이 화두로 떠오른 산업계 전반에서 다음과 카카오, 양사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다음카카오의 출발은 기대와 전혀 달리 악재의 연속이었다. 이른바 ‘사이버 망명’ 러시를 가져다 준 보안 이슈와 신규 콘텐츠의 부진이 다음카카오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하지만 일각에선 연이은 악재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성장통이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성장과 정체의 기로에 선 다음카카오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

지난 9월 16일,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는 사이버 검열 강화의 신호탄이었다. 이틀 후인 18일, 검찰은 ‘사이버 유언비어 엄단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 발족을 지시했다. 실시간 인터넷 모니터링을 통해 허위사실 최초 유포자 및 중간 전달자까지 처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이날 회의에는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 담당자뿐 아니라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의 인터넷-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업체 담당자도 동석했다.

다음카카오에 대한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됐다. 과거 허위사실유포를 통한 사이버 명예훼손 범죄는 대부분 포털사이트를 포함한 PC온라인 기반 서비스를 중심으로 벌어졌다. 익명성을 기반으로 뿌려지는 무차별적인 허위사실과 각종 루머는 인터넷의 가장 대표적인 폐해로 손꼽힌다. 이에 검경뿐 아니라 포털 서비스 공급자들도 자체적으로 꾸준히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자정노력을 이어왔다.

하지만 카카오톡은 달랐다. 카카오톡은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다. 포털사이트가 오픈형 플랫폼인 반면 카카오톡은 엄연한 사적 공간이다.

검찰의 사이버 검열 움직임이 일자 카카오톡 사용자들은 자신들의 사적인 대화가 감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호소했다. 특히 주요 사회단체들은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수사받는 과정에서 검찰이 정 부대표와 연관된 약 3,000여 지인의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검열했다고 폭로했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사용자들은 급기야 ‘사이버 망명’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선택하기에 이른다. 대화내용 암호화와 비밀 채팅방 기능을 탑재한 외산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갈아타는 사용자가 급증했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후발주자들도 저마다 보안성이 강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며 ‘사이버 망명’ 대열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보안 취약? 문제는 신뢰다

사실 카카오톡은 보안성 측면에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보안 업계에서도 사실상 개인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의 메시지를 가로채기 위한 해킹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홍민표 쉬프트웍스 대표는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SSL(Secure Sockets Layer, 클라이언트와 서버를 오가는 데이터의 인증 및 암호화 통신을 위해 사용되는 프로토콜) 암호화 방식이 적용돼있다”며 “국내 스마트폰 환경에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해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물론 카카오톡 해킹을 목적으로 한 악성코드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개인 스마트폰에 설치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는 시중에 유포되는 대다수 앱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때문에 카카오톡의 보안성이 유독 취약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신뢰다. 논점을 비껴간 다음카카오의 대응방식은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카카오톡의 검열논란이 불거진 직후, 다음카카오 출범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석우 공동대표는 “어떠한 서비스든 해당 국가의 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정당한 협조는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카카오톡은 검열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카카오톡을 대상으로 한 검찰의 검열은 없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시만단체의 반박 회견 직후 다음카카오는 말을 바꿨다. 이 대표는 “감청 영장이 오면 일주일치를 모아서 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는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더 중요하게 여겨 감청 영장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의 서버 저장기간을 기존 5~7일에서 2~3일로 축소하겠다는 해결책을 내놨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압수수색 영장’과 ‘감청영장’의 차이다.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경우, 카카오톡은 서버에 저장된 5~7일간의 대화 내용을 모아 검찰에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감청영장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감청을 위해서는 카카오톡 서버에 감청 설비를 설치하고 향후 발생하는 대화내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수집해야 한다.

불과 며칠 전, 다음카카오는 ‘압수수색 영장’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시인하면서도 감청에 대해서는 “실시간 감청은 불가능할 뿐더러 요청받은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다음카카오는 해명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감청영장’을 받은 사실을 스스로 시인해버렸다. 스스로 또 다른 논란을 야기시킨 것이다. 이후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실시간 모니터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다 보니 감청 요청과 그에 대한 처리를 부인하는 듯한 인상을 주게 됐다”며 재차 사과했다.

실제로 카카오톡은 법원 영장을 통해 지난해 86건, 올해 상반기 61건 등 총 147건의 감청 요청을 받았다고 뒤늦게 시인했다. 국내 4,000만 가입자를 보유한 국민 메신저 업체라고 말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너무나 어설픈 대응이었다.

최근 카카오톡은 사용자 정보 보호 수준을 높이기 위해 프라이버시 모드 도입을 확정했다. 프라이버시 모드를 선택하면 대화 내용이 암호화돼 비밀 대화가 가능해진다. 특히 암호화 된 대화 내용을 풀 수 있는 암호키가 개인 단말기에 저장되기 때문에 단말기 압수 없이 는 대화내용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 밖에 수신 확인된 메시지가 서버에서 실시간 삭제되는 ‘수신확인 메시지 삭제 기능’을 더해 대화 송수신자가 모두 온라인 상태일 경우 서버에 대화 내용 자체를 저장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 밖에 향후 정부수사기관의 카카오톡 사용자 정보 요청에 대한 요청 건수를 공개하는 투명성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기는 어렵다. 카카오톡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보여 온 사용자들의 신뢰는 이번 논란을 통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카카오톡 탈퇴와 사용량에 따른 트래픽 감소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합병을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려던 다음카카오의 계획 역시 출발 초기부터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기대 이하의 시너지, 우려도 커진다

다음카카오의 위기는 비단 검열 논란에서 그치지 않는다. 야심 차게 준비했던 각종 신규 콘텐츠에서도 그동안 보여왔던 ‘혁신’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형 인터넷 포털과 모바일메신저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카카오톡과 뉴스서비스의 결합으로 관심을 모았던 ‘카카오토픽’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4,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톡과 뉴스서비스의 결합이 가져다 줄 시너지에 주목했다. 카카오는 합병 전부터 뉴스서비스에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해왔다. 특히 국내 2위 포털 다음과의 합병을 통해 그동안 뉴스생태계를 사실상 독점해온 ‘네이버 뉴스’의 대항마로 자리 잡길 기대하는 시선도 컸다.

하지만 지난 10월 공개된 카카오토픽에 대한 평가는 평범했다. 한 달여 만에 다운로드 10만 건을 돌파하며 외형적으로는 성공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공급되는 뉴스 콘텐츠, 유저 사용환경(UI)등은 기타 뉴스 큐레이션(관심도에 따라 콘텐츠를 분류해 공급하는 방식)앱과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토픽 역시 기존 뉴스공급자와의 이해관계를 얼마 만큼 조정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며 “모바일 네이버 뉴스에 일부 매체가 뉴스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았던 사례를 거울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카카오톡을 통한 금융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카카오’는 검열논란과 맞물려 보안 이슈에 발목 잡혔다. 카카오톡과 금융서비스의 만남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한 양 서비스는 출시 전부터 IT 및 금융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글로벌 IT업체들이 금융서비스 시장 진출을 선언하는 등 IT와 금융의 융합이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심을 반영하듯 카카오페이의 경우 KB국민, 삼성, 현대, BC, 신한 등 국내 대다수 카드 업체들이 참여를 결정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보안 논란은 저장된 카드정보의 유출을 포함한 각종 위협에 대한 걱정을 야기 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직접적인 송금과 결제,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뱅크월렛카카오’는 보안 이슈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톡을 통해 빈번히 발생하는 스미싱, 피싱공격이 뱅크월렛카카오를 타깃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보안 이슈 해결뿐 아니라 ‘아군 확보’도 다음카카오 금융서비스가 성장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대다수 소셜커머스 업체와 온라인 쇼핑몰들은 수수료 증가, 고객 분산 등을 고려해 여전히 다음카카오 결제서비스 도입을 미루고 있다. ‘결제할 곳이 없는 금융서비스’가 되지 않기 위해 다음카카오의 전향적인 사업 수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밖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부진도 만회해야 할 부분이다. 카카오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글로벌 시장 공략도 난관에 봉착했다. 일본 시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다음카카오의 일본 사업 파트너인 야후재팬은 보유 중인 카카오재팬 지분 중 50%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카카오 역시 “새로운 글로벌 전략을 모색 중”이라며 “일본 시장 역시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일본을 비롯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합작법인을 설립, 카카오톡을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일본에서는 라인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쳤지만 일본 내 국민메신저로 등극한 라인을 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다음카카오 측은 “글로벌 시장 공략이야말로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 가장 큰 이유”라며 “다음카카오가 보유한 콘텐츠와 개발인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최적의 서비스를 반드시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시작, 여전히 기회는 있다

악재로 첫 발을 내딛은 다음카카오지만 여전히 도약의 기회가 남아 있다. 우선 포털 서비스 다음의 반전이 급선무다. 포털 시장에서 ‘부끄러운 2위’를 유지하고 있는 다음의 경쟁력 강화가 다음카카오 전체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는 지난달 처음 공개한 다음카카오의 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1월 다음카카오는 합병 후 처음으로 통합 실적을 공개했다.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탓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6% 줄었지만 매출액은 소폭 상승했다.

3분기 다음카카오의 통합 매출액은 2,218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0.7%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308억 원으로 6% 감소했다. 3분기 당기순손실(연결 기준)은 63억 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다음카카오 측은 “상여와 주식보상 비용 등 203억 원, 라이코스 미수채권을 비롯한 영업 외 비용 총 517억 원을 반영했기 때문”이라며 “보수적 회계처리로 가능한 한 많은 비용을 반영해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의 실적을 나눠 살펴보면 다음의 실적 부진을 카카오가 만회한 상황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3분기 영업 이익은 6억 3,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202억 9,500만 원에 비해 무려 96.9%나 감소했다. 반면 카카오는 30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42.3% 증가했다. 또 다음카카오의 사업별 매출액을 살펴보면 모바일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절반에 달하는 48%를 차지했다. 모바일 기반으로 운영되는 카카오의 영향이 컸다는 것을 입증한다.

다음의 최우선 과제는 검색 시장 경쟁력 강화다. 단순하게 카카오톡 플랫폼에 다음 검색기능을 탑재하는 것으로 현 상황을 탈피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시장조사기관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다음의 PC검색 점유율은 18%를 기록했다. 1위 네이버의 점유율 76%에 비해 절반도 채 안 되는 수치다. 검색기술의 고도화와 카카오톡 서비스와의 연계는 다음의 검색 점유율을 높이는 최적의 솔루션으로 손꼽힌다. 카카오톡 역시 다음이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웹 서비스 노하우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신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다음카카오의 최근 상황을 기준으로 미래를 예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정재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대다수는 3분기 실적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4분기 실적에 따라 향후 다음카카오의 초기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빈 교보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연이은 악재로 카카오의 일간 실사용 유저(DAU)는 감소했지만 극히 미미한 수준임을 감안하면 다음카카오의 대응이 비교적 성공적이었음을 의미한다”며 “카카오톡의 성장 정체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위원은 “다음카카오는 궁극적으로 검색시장 노하우를 모바일에 얹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며 “최근 시작한 금융·결제 서비스와 이를 통해 창출될 새로운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가 다음카카오의 시장 지배력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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