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지스타2014’를 통해 본 국내 게임업계 빛과 그림자

[지스타2014] “GAME IS NOT OVER”

“게임은 죽었다.” 지난해 게임업계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정부의 각종 게임규제, ‘게임=마약’으로 규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게임업계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해 11월 열린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2013’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주요 게임업체들은 이 행사의 참여를 거부했다. 일부에선 지스타를 보이코트하자는 움직임도 보였다. 게임마니아들 사이에선 ‘상복’을 입고 지스타 현장을 찾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2014년 11월, 부산의 분위기는 지난해와 사뭇 다르다.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를 슬로건으로 화려하게 개막한 ‘지스타 2014’를 둘러보며 올 한 해 게임업계를 되짚어 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불과 2년 전만 해도 국내 게임업계는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게임은 창조경제의 핵심 콘텐츠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사실 게임산업은 그동안 국내 콘텐츠 수출 시장의 첨병 노릇을 톡톡히 했다. 대한민국 콘텐츠를 빼놓고는 글로벌 온라인 게임시장에 대한 설명이 안 될 정도였다. 북미,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 남미와 중동까지 전 세계 곳곳에 뿌리를 내렸다. 해외진출은 곧 성공을 의미하기도 했다.

국내 게임시장도 호황을 누리긴 마찬가지였다. 게임이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불리기 시작한 지난 2007년부터 게임시장은 매년 10% 이상씩 성장을 거듭해왔다. 시장규모도 10조 원대에 육박했다. 하지만 게임시장의 르네상스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바로 게임시장에 대한 규제 때문이었다.

사실 게임시장이 태동한 2000년대 중후반부터 게임에 대한 이미지는 언제나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2006년 터진 ‘바다이야기 사태’가 게임콘텐츠의 사행성을 크게 부각시켜 고스톱, 포커 같은 사행성 기반 게임업체들이 하나같이 치명타를 입었다. 하지만 게임업계도 충분히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들 역시 사행성 게임의 폐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게임업계에 불어 닥친 규제 바람은 당시와는 사뭇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게임을 4대 중독 물질로 규정하고,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과 게임 과몰입 억제를 위해 게임사용 시간을 제한하겠다는 거센 움직임이 나타났다. 청소년 범죄의 발생 원인이 게임의 폭력성 때문이라는 견해가 게임 규제의 당위성을 뒷받침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정부가 게임사 매출 중 1%를 게임 중독 치료를 위한 기금으로 걷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게임업계에서는 이제 막 성장의 기반을 마련한 중소 게임사들에게까지 기금을 걷는 건 자라나는 젊은 게임 개발자들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같은 냉랭한 분위기는 국내 게임산업의 침체를 불러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4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게임시장 규모는 9조7,198억 원으로, 지난 2012년 9조7,527억 원보다 0.3% 감소했다. 글로벌 게임시장 규모가 3.1%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꽤 많이 뒷걸음질을 친 셈이다.

그렇다면 수출 부문은 어땠을까? 성장이 주춤해진 건 해외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국산 게임 수출액은 전년대비 2.9% 증가한 27억1,540만 달러(약 2조 9,275억 원)를 기록하며, 2008년 이후 이어오던 두 자릿수 게임 수출 증가율도 마침표를 찍었다. 심지어 “국내 게임 산업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다면 2016년까지 정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왔다.

이러한 규제 논란 속에 지난해 지스타2013은 최악의 상황에서 개최됐다.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약 18만 8,00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고, 기업(B2B)관의 대폭 확대로 약 1,970억 원의 수출 계약도 이뤄졌다. 하지만 게임업계 분위기를 반영하듯 넥슨을 제외한 엔씨소프트, 위메이드, CJ게임즈 등 대다수 대형 게임사들이 지스타에 참여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국내 최대 게임쇼의 안방은 워게이밍,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닌텐도 등 해외 기업의 차지가 됐다. 일부에선 지스타가 ‘게임 축제’에서 ‘게임 비즈니스’로 본질이 바뀌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렇게 1년이 흘러갔다. 지스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여전했다. 올해도 외산게임의 잔치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Game is not over(게임은 끝나지 않았다)’라는 슬로건이 보여주듯 게임업계는 올해 지스타를 기회의 장으로 삼았다. 냉랭한 분위기에 좌절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더 다양하고, 더 세련된 콘텐츠로 게임시장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 개최된 지스타2014는 역대 최대 규모인 35개국 617개사(2567개 부스)가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일반 관람객 대상의 B2C 전시관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만 6,000여㎡ 규모인 벡스코 제1시전시관을 사용했다. 국내외 게임 기업들의 참여 증가로 지난해 1,235부스보다 160부스 많은 1,395부스가 꾸려지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기업 대상 B2B관 역시 지난해 1,026부스보다 137부스 늘어난 1,163부스가 꾸려졌다. 이 같은 성장 속에 개막 당일부터 구름관중이 지스타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Bexco)로 몰려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관람객의 호응을 얻기 위한 다양한 행사도 관심을 모았다. 지스타 주최 측은 올해 행사에서 지스타 10주년 기념 전시회를 비롯해 △대한민국 게임대상 △e스포츠 대회 △게임기업 채용설명회 △네트워크파티 △한·일게임 애니송 페스티벌 △지스타 게임 투자마켓 등 관람객과 게임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대거 선보였다.

주요 업체들도 히든카드를 선보이며 저력을 과시했다. 국내 게임업계의 양대 산맥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나란히 B2C부스를 열고 관람객을 맞이했다. 특히 양 사는 그동안 베일에 감춰둔 신작 게임을 나란히 선보이며 지스타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이 밖에도 NHN엔터테인먼트, 엑스엘게임즈, 엑토즈, 네오위즈게임즈 같은 온라인게임사와 컴투스, 게임빌 같은 국내 대표 모바일 게임 업체들이 나란히 B2B, B2C관에 참여해 숨은 실력을 뽐냈다.

이제 다시 한번 기지개를 켤 분위기는 마련됐다. 게임업계도 이번 지스타를 기점으로 다시 움추린 어깨를 펴고 도약에 나설 채비를 끝냈다. 게임산업이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성장할지, 아니면 ‘사회악’으로 다시 추락할지 이제는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 달렸다. 다행인 점은 여전히 정부가 게임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스타 개막에 앞서 열린 ‘2014 대한민국 게임대상’시상식에 영상메시지를 보내 “게임산업은 한류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수출산업이자 청년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우리의 새로운 희망”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세계 게임시장에서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고 투자를 확대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 개선과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등 정부 차원의 성장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했다.


모바일 게임 ‘블레이드’ 올해의 최고 게임 영예

올 한 해 최고의 게임은 모바일에서 나왔다. 주인공은 바로 액션스퀘어의 모바일 게임 ‘블레이드 포 카카오(blade for kakao·이하 블레이드)’다.

지스타2014 개막 하루 전 진행된 2014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서 액션스퀘어가 개발하고 네시삼십삼분(4:33)이 퍼블리싱을 담당한 블레이드가 대상인 대통령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블레이드의 수상은 게임대상이 개최된 이래 최초의 모바일 게임 수상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대상후보에 오른 게임들도 화려한 면모를 자랑했다. 블레이드를 비롯해 온라인 게임 대작 ‘데빌리언’, ‘이카루스’ 등 총 13개 작품이 후보에 올랐다.

불레이드는 지난 4월 서비스 개시 이후 6개월여 만에 국내 단일시장 매출 900억 원을 돌파하며 모바일 게임 역사를 새로 쓴 작품이다. 특히 블레이드는 모바일에선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RPG장르를 언리얼3엔진 기반 그래픽과 액션, 타격감으로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액션스퀘어 김재영 대표는 수상소감에서 “블레이드의 성공은 유저들의 뜨거운 관심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게임대상 수상 상금은 전액 기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온라인 게임 이카루스 역시 개발기간 10년, 제작비 400억 원이 투입된 대작답게 완성도 높은 그래픽과 방대한 스케일을 보여주며 온라인 게임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도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코어마스터즈’(소프트빅뱅),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컴투스)와 ‘영웅의 군단’(엔도어즈)이 각각 우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관련기사



FORTUNE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