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주저앉은 자동차 주가 지금이 저가 매수 기회?

MARKET ANALYSIS

자동차주들이 바닥을 기고 있다. 대장주 현대차가 연초 23만 6,500원 대비 30% 이상 급락하며 52주 최저가(14만 9,000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0년 10월 이후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14만원 대까지 떨어지면서 언더슈팅이 과도하다는 시장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속이 바짝바짝 탑니다.”
모 증권사 청담지점에서 리테일 영업을 하고 있는 A 과장은 요즘 밤잠을 설치는 일이 많아졌다. 그는 속칭 ‘이벤트꾼’으로 우량기업의 주가가 단기 악재로 급락할 때 물량을 대거 확보, 회복 시 털어버리는 방법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해왔다. 워낙 수완이 좋아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선 ‘지명 선수’로도 불렸다.

최근 그가 밤잠을 설치는 이유는 현대차 때문이다. 지난 9월 18일 한전 부지 고가 매입 논란으로 현대차 주식이 20만 원 이하로 9% 이상 급락하자 이를 기회로 여긴 그는 재빨리 전화 다이얼을 돌렸다. ‘일시적인 충격이다.’ ‘22만~25만 원 박스권 회복은 시간문제다.’ ‘지금이 기회다.’ 그는 닿을 수 있는 모든 자금줄을 총동원해 현대차 주식을 쓸어 담았다.

이후 그에게 지옥 같은 시기가 도래했다. 짧으면 일주일, 길어야 한 달로 예상했던 20만 원대 반등은커녕 10월 31일에는 ‘구로다표 뜬금포’까지 터졌다. 이날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의 깜짝 추가 양적완화 발표로 현대차 주식은 바닥을 뚫고 맨틀층까지 내려갔다. 11월 5일, 현대차 주식은 52주 최저가를 넘어 2010년 10월 이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14만 원대까지 주저앉는 수모를 당했다.

바닥 기는 자동차주

자동차주는 한때 전차(전기전자·자동차)군단이라 불리며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던 효자 종목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많이 변했다. 시가총액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자동차주들의 순위가 최근 줄줄이 하락을 거듭했다. 급기야 지난 11월 4일에는 3년 7개월여 동안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던 현대차가 SK하이닉스에 밀려 3위로 추락하기까지 했다. 다른 종목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현대모비스가 5위에서 9위로, 기아차가 8위에서 12위로 주저앉았다. 현대차는 이틀 만인 11월 6일 다시 시총 2위 자리를 되찾았지만, 3위인 SK하이닉스와 3조 원 안팎의 차이를 보이면서 불안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현재 자동차주들의 낙폭이 너무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현대차 기준으로 주가 수준이 연초 대비 30% 이상이나 빠졌습니다. 밸류에이션 상으론 전 세계가 망한다고 난리를 쳤던 금융위기 때 수준(PBR 0.6~0.9배)이에요. 금융위기 당시 현대차 순이익이 2조 원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7조~8조 원 정도 순이익이 나고 있어요. 그때와 같은 밸류에이션이라는 게 말이 안 되죠. 시장점유율 하락, 엔화 약세 등 안 좋은 상황을 모두 다 반영해도 현재 주가 수준은 너무 낮다고 봅니다.”

해외 자동차주들과 비교하면 국내 자동차주들의 저평가는 더 분명해 보인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연간 생산량은 각각 약 500만 대와 300만 대 수준입니다. 둘을 합하면 세계 5위예요. 근데 시가총액 기준으론 미국에서 3만 대 자동차를 만드는 테슬라와 거의 비슷합니다. 테슬라가 30조 원대 중반, 현대차가 30조 원대 후반, 기아차가 20조 원대 초반이에요.

중국 BYD는 규모도 작고 중국 내에서만 활동하는 자동차 회사인데도 시총이 18조~19조 원으로 기아차와 비슷합니다.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위상이나 포지션, 규모를 생각하면 현재 주가는 매우 저평가되어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자동차주들의 과도한 하락 원인이 시장의 쏠림현상에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차그룹의 한전 부지 고가 매입 논란이나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등 개별 이슈도 컸지만 이들만으론 현재 주가 수준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 연구원은 말한다. “심리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현대차의 한전 부지 고가 매입 논란이 일면서 당일 9% 이상 떨어져 버리니까 전체 시장이 겁을 먹은 거죠. 박스권에서 움직이던 주가가 하향 이탈하면서 부정적 이슈가 확대 재생산되는 프로세스로 들어간 겁니다. 주가라는 게 원래 한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쪽으로 쏠림현상이 일어나거든요. 게다가 현대차는 한전 부지 인수 이후 역사적 밸류에이션 바닥권(PER 6배)인 18만 원대까지 내려오면서 ‘아 이제 반등 좀 하겠구나’ 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이야기가 나오면서 하방 쏠림현상이 더 심해졌습니다.”

국내 자동차 부품주 역시 완성차주와 동조화를 이루며 급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체 간 수직계열화를 이룬 곳이 많아 이들 업체 간 실적 연관성이 매우 큰 편이다. 실적이 비슷하게 움직이다 보니 평소 주가도 동조화를 이루는 경우가 많았고, 이 같은 관성에 따라 이번 급락장에서도 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다만 자동차 경량화라든가 현대·기아차 공급량 확대를 통한 이익 상승 모멘텀 이슈가 있는 한라비스테온공조, 에스엘, 성우하이텍 등은 급락 대신 박스권 바닥을 형성한 후 강한 하방 경직성을 보이고 있다.

반등은 언제쯤?

시장은 현재 자동차주들의 악재가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따라서 반등 역시 시간문제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매수 시기 등 세부 사항에 대해선 상당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자동차주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던 여러 문제들이 해결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달러 대비 원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북미시장에서의 경쟁력도 회복 중이고 신흥국 수요 부진 문제도 중국과 인도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또 브라질과 러시아가 내년에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악재로서의 생명력이 다해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미국에서 나온 연비 과대계상 관련 벌금 이슈나 앞으로 나올 통상임금 소송 판결 건도 이미 충분히 주가에 반영됐고요. 이미 나올 만한 악재는 다 나온 만큼 지금이 적절한 매수 시기라고 봅니다.”

신정관 연구원은 빠른 V자형 반등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당장 V자로 상승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과대 낙폭 구간입니다. 현대차 측에서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적인 액션을 취하고 있어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나온 발표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시장 누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6%, 15.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신흥시장 부진에 대한 불안감이 과도했다는 게 증명됐습니다. 다만 부품사들의 경우 현대차와 같은 배당 이슈가 없고 또 사정에 따라 생산라인 증설 등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수 있어 반등 기울기가 상대적으로 완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회복 구간에 들어선다면 완성차가 좀 더 매력적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임은영 연구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조금 신중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많이 빠진 것도, 기존의 악재가 선 반영된 것도 맞아요. 하지만 현재로선 치고 올라갈 만한 확실한 상승 모멘텀이 없는 것도 사실이에요. 따라서 당분간은 일정 수준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확실한 반등은 4분기 실적을 직접 확인해야만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반등을 한다면 완성차보다는 부품주들의 회복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은 완성차 매출이 해마다 10~20%씩 느는 구간이 아닐 뿐만 아니라,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자동차에 신기술을 추가해야 하는 시기거든요. 완성차 업체들에겐 추가 비용부담이, 부품 업체들에겐 매출 상승 요인이 잠재되어 있는 만큼 부품 업체들의 매력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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