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바다 위를 떠다니는 경제지표

[Closer Look] An Economic Indicator That Floats

해운업과 세계 경제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BY ANNE VANDERMEY
PHOTOGRAPHS BY JEFFREY MILSTEIN


세계 경제는 지금 회복세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 정부의 최근 자료를 보면 확실한 것은 아직 없다.

9월 미 노동부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고용 성장세는 실망스럽다. 하지만 다른 조사에선 노동 시장이 같은 기간 호조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노동부 보고서는 올해 1분기 GDP가 2%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통계상의 문제점(statistical noise)’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시장에선 이를 거의 무시하고 있다. 2분기 경기는 예상을 상회했으나 경제가 실제로 성장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가령 따뜻해진 날씨-덕분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경제 예측은 어렵고 복잡하다. 수치가 거짓말을 하거나 엇갈린 신호들이 나오기도 한다. 심지어 가장 많이 쓰이는 경제 지표가 종종 사실을 왜곡할 소지를 안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벗어난 지표가 있을까? 해운업을 살펴보자.

경제학자들은 세계경제를 진단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알아보기 위해 오랫동안 전 세계 해운업에 주목해왔다. 해운업은 세계 시장을 잇는 생명선이다. 무역 상품의 거의 90%가 해상에서 선박을 통해 운반되기 때문에, 우리의 쇼핑 카트에 실리기 전까지 대부분의 수입품은 반드시 배로 운송되는 과정을 거친다.

발틱국제해운회의소(BIMCO)의 해운산업수석연구원 피터 샌드 Peter Sand는 “GDP 성장은 표면적인 수치에 불과하다. 세계 교역량은 표면을 넘어 이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라고 설명했다(BIMCO는 세계 최대의 국제해운협회다). 그렇다면 해운업은 세계 경제에 대해 무엇을 알려줄 수 있을까? 아직 확실한 데이터는 없지만,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초기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4월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무역 성장률을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높은 4.7%로 상향 조정했다. 8월에는 거대 해운선사 A.P. 몰러-머스크 A.P.Moller-Maersk가 깜짝 놀랄만한 실적을 발표한 후 주가가 크게 치솟기도 했다. 580억 달러 규모의 거대 선사 머스크는 세계 전체 컨테이너 수송량의 15%를 담당하기 때문에 사실상 시장 지표나 다름이 없다. 지난 2분기에는 컨테이너 수송량이 6.6% 깜짝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컨테이너 수송량은 그 자체로 매우 신뢰할 만한 지표이다. 컨테이너에 실리는 값비싼 재화 중 대다수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선진국의 실수요를 반영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올 1분기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화물량은 전년 동기에 비해 8% 증가했다. 이는 유럽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거짓임을 보여준다. 한편, 올 들어 지금까지 로스앤젤레스항-미국 최대 국제항-에서 처리된 화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7.75% 늘어났다. 지금까지의 사실들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경제학2014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조금 더 오래 지속될 때까지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경고한다.

해운업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어쩌면 가장 악명 높은-또 다른 지표가 있다. 바로 ‘벌크선 운임지수(Baltic Dry Index)’이다. 이 지수는 런던의 발틱 거래소(Baltic Exchange in London)가 석탄이나 곡물 같은 원자재의 해상 운임을 종합해 산정한 지수이다. 재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물가도 함께 오르는데, GDP보다 벌크선 운임지수가 수요의 증가를 먼저 반영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경기 선행지수로 선호되어 왔다. 지난 7월에는 경제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723(위기 이전 최고치에 비하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에 가까웠지만 이후 크게 지수가 높아져 9월에는 1,197을 기록했다.

그럼 이제 축배를 들어도 되는 걸까? 아직은 아니다. 이 지표에도 한계가 있다. 벌크선 운임지수는 로즈우드 트레이딩 Rosewood Trading의 사장 하워드 사이먼스 Howard Simons가 2003년에서 2008년까지 가장 선호했던 지표였다. 하지만 그는 “이후에는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실상 죽은 지표나 다름없다”며 “벌크선 운임지수를 땅속에 묻었다. 떠나 보내야 한다니 슬프고 그립다”고 말했다.

각종 미디어에선 여전히 벌크선 운임지수 변동을 보여주고 있지만,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이 지수가 이제 지표로서의 역할을 하기엔 부족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선박 수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지난 5년간 해운업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다.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는 대형 선박의 공급 과잉으로 일일 운임료가 크게 낮아졌다(이 대형 선박들은 대부분 2009년 경제위기 이전에 주문됐다).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운임료 하락이 반드시 세계 경제 침체를 시사하지는 않는다.

무역량을 믿지 말아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중국이 날로 원자재 수입량을 늘리고 있다. 중국의 견조한 경제성장 때문이라기보단 브라질 광산업체들이 공격적으로 가격을 내렸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원유 수입량 감소는 에너지 수요의 감소에 따른 것이 아니라, 아마도 자국 내 오일 생산이 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해운업계의 고무적인 소식에도 불구하고, 제프리즈 Jefferies의 매니징 디렉터 더그 마브리낙 Doug Mavrinac은 경기 회복의 뚜렷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더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항구의 물동량이 계속 증가할 것인지 주시하고 있다. 그는 “수입량이 정말로 증가한다면 중요한 신호탄이 될 테지만,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2016년쯤 공급을 통제해 물가가 오르면, 벌크선 운임지수는 다시 한번 경제 지표로서의 위상을 되찾게 될지도 모른다.


경제 데이터와 관련된 칼럼과 속보를 보려면 포춘 홈페이지를 참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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