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두 번째 기회: 애플은 e북 논란에서 오명을 씻을 수 있을까?

SECOND BITE: CAN APPLE CLEAR ITS NAME IN THE EBOOKS DRAMA?

애플이 위험을 감수한 항소 재판에서 가격 담합 유죄판결이 “반독점법을 거꾸로 뒤집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by ROGER Parloff


미 법무부는 2013년 7월 애플을 상대로 한 가격담합(price fixing) 판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애플이 이를 뒤집기 위해 2014년 12월 15일 항소법원에 섰을 땐 무시 못할 명백한 존재(an elephant in the room)가 있었다. 바로 아마존 Amazon이었다. 모두가 인정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전자책 할인판매업체지만, 이 소송과는 관련이 없었다. 그렇더라도 재판을 둘러싸고 자연스럽게 제기될 질문은 있었다. 과연 규제당국이 진짜 범인을 잡은 것인가였다.

이 소송은 5년 전 발생한 일련의 사건에서 시작됐다. 당시 애플은 첫 번째 아이패드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애플의 탁월한 협상가 에디 큐 Eddy Cue는 6대 출판업체 중 5개와 계약을 체결하고, 아이북스 스토어 iBooks Store라는 경로를 통해 전자책을 판매할 예정이었다. 아마존의 점유율이 80~90%에 이르는 시장에 애플이 뛰어들려 한 것이었다. 아마존은 거의 모든 도서에 대한 독점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아이패드에 탑재된 총천연색의 새로운 터치패드식 전자책이 아마존의 킨들2 Kindle 2와 경쟁할 것처럼 보였다. 당시 킨들 2는 흑백화면에 문자만 지원됐으며 전자책도 한 번 저장하면 바꿀 수 없었다. 그때까지 상황은 애플에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 4월 3일 아이북스 스토어의 문이 열리자, 업계 신간 전자책 대부분의 가격이 약 17% 오르는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전자책 가격이 급등한 것과 함께 아마존이 2개월 전 규제 당국에 보낸 서신이 발단이 됐다. 미 법무부와 33개 주 검찰이 셔먼법(Sherman Act) *역주: 독점 및 거래제한 금지법 위반으로 애플과 5개의 출판사를 고소했다. 그리고 3주간 진행된 재판 끝에, 2013년 7월 맨해튼 지방법원 판사 데니즈 코트 Denise Cote가 애플에 패소판결을 내렸다(출판사들은 재판 전 합의에 이르렀다). 이 판결은 애플의 명성에 먹칠을 했다. 애플은 항소법원에서 이를 뒤집으려 하고 있다. 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애플의 큐(50)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포춘과 처음으로 독점 인터뷰를 가졌다. 애플에서 24세 때부터 일한 큐는 현재 아이클라우드 iCloud, 시리 Siri는 물론 애플의 모든 온라인 매장을 관리하고 있다. 2003년 아이튠즈 iTunes, 2008년 앱스토어 App Store의 출시뿐만 아니라 애플의 새로운 디지털 결제 상품 애플페이 Apple Pay의 출시 협상에서도 중심 역할을 했다. 2010년 애플의 전자책 시장 진출 때에도 협상을 이끌었다.

큐는 “정말 특정 책의 가격이 올랐나?”라고 물은 뒤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맞다. 그것 때문에 우리에게 유죄판결을 내린다면, 우린 유죄가 맞다. 나는 당시 일부 책의 가격이 오를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 말고도 모두가 알았다. 당시 출판사들은 ‘소매업체가 가격을 인상해주길 원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전자책 버전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어떤 책의 가격은 하락하기도 했다. 시장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많은 이들은 애플이 오래전에 소송 합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이 소송은 돈보다는 명성의 문제로 보인다(지난해 6월 진행된 조건부 합의에 따르면 애플은 항소에서 패할 경우 손해배상액과 재판비용으로 4억 5,000만 달러를 내야 한다. 승소하면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큐는 “진실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의 CEO 팀 쿡을 언급하며 “다행히 그도 나와 생각이 같다. 다시말해, 무엇이든 상관 없이 자신의 원칙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옳지 않은 것에 대해선 대항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패소할 경우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떠안기 때문에, 이는 위험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22편에 이르는 반독점 논문을 저술한 아이오와 대학교(University of Iowa)의 허버트 호벤캄프 Herbert Hovenkamp 법대 교수는 “애플에 어려운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록상 많은 증거가 있을 뿐만 아니라 판사가 이를 확인하고 정부와 동의까지 했다. 인정할만한 기준을 통해 진상조사 내용을 검토했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배심원이 없는 재판이기 때문에, 코트 판사 스스로 진상조사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복잡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애플이 다툴 논점은 하나다. 가격 담합 때문에 가격이 오른 것인가? 아니면 애플의 시장진출과 함께 출판사들이 아마존을 통한 판매-아마존이 무엇을 요구하든-대안을 찾으면서 가격이 오른 것인가?

애플 측 변호인단은 코트 판사의 판결이 “반독점법을 뒤집었다”고 주장할 것이다. 의견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애플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을 촉발했고” 그에 따라 “더 많은 생산량과 더 낮은 가격 수준 및 혁신의 가속화를 이끌었다”는 것이다(해당 분야 전문가는 몇몇 주요 서적분야의 가격은 올랐지만 전반적인 가격은 떨어졌다고 증언했다). 미 연방 제2 항소법원에선 깁슨 던 앤드 크러처 Gibson Dunn & Crutcher의 시어도어 부트러스 Theodore Boutrous가 변론을 맡을 예정이다.

정부 측도 적극 반박하고 있다. 애플의 시장진출에 따른 그 어떤 긍정적인 영향도 가격 담합과 관련이 없으며, 담합의 이유도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법원이 코트 판사의 “매우 논리적이면서 충분한 논거를 가진”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에선 법무차관보(Deputy U.S. Solicitor General) 맬컴 스튜어트 Malcolm Stewart가 이 케이스를 맡을 예정이다.

한편 아마존은 코트 판사의 애플패소 판결로 더욱 단단해진 ‘공급자에 대한 권력’을 과시하며 약자를 괴롭혔다. 항소법원이 적절히 고려해야 할 새로운 사실도 제공했다. 지난해 5월, 아셰트 북 그룹 Hachette Book Group(전자책 가격 담합 소송에서 합의를 한 피고)과 새로운 계약을 협상 중이던 아마존은 모든 아셰트 서적에 대한 사전주문 기능을 제거하고, 소속 작가의 작품 추천을 중단함과 동시에 의도적 배송 지연을 함으로써 압박을 가했다. 코덱스 그룹 Codex Group에 따르면,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이 전자책 시장에선 여전히 65%, 전체 도서시장에선 40%까지 증가했기 때문에 아마존의 영향력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 아셰트와 아마존은 11월 의견 차를 해소했지만, 작가단체는 당국의 반독점 담당자를 만나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압박했다. 아마존은 이 사안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사실 아마존에 맞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1970년대 이후 반독점법의 유일한 목적이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는 공론이 형성됐고, 저렴한 가격은 소비자에게 최고의 우선순위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아마존과 같은 거대 할인판매업체는 훌륭해 보일 수밖에 없다. 이 소송은 그 논리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당국이 신규 진입업체의 약탈 가능성을 막겠다며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업체를 구제한 것이기 때문이다.

큐의 관점

애플은 2009년 11월 당시 일급비밀이었던 아이패드 개발을 마무리했고, 이를 이듬해 1월 공개할 예정이었다. 큐는 “써보려고 집에 가져갔던 것을 기억한다”며 “훌륭한 전자책 기기가 될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CEO 스티브 잡스 Steve Jobs에게 아이튠즈 라인에 전자책 매장도 함께 오픈하자고 제안했다. 큐는 “그가 ‘그렇다고 제품 발표를 연기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찾아보라’고 말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큐는 도서업계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고 출판사 CEO를 만나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그의 팀은 6번의 뉴욕 미팅을 잡았고-모두 주요 6개 출판사의 CEO였다-날짜는 12월 15일과 16일 이틀간이었다. 미팅 대상 출판사는 아셰트, 하퍼 콜린스 Harper-Collins, 맥밀런 Macmillan, 펭귄 Penguin, 사이먼 앤드 스후스테르 Simon & Schuster, 랜덤 하우스 Random House였다. 큐는 한 번에 한 출판사만 만났다(펭귄과 랜덤 하우스는 2013년 7월 합병했다).

첫 번째 미팅이 있기 며칠 전, 큐는 한 신문 기사를 읽었다. 그는 “아마존이 원가 이하로 책을 팔며 업계가 큰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때 이를 멈추지 않을 경우 출판사들이 전자책 신간 버전을 공급하지 않겠다며 반발한 내용을 보았다. 나는 예상보다 흥미로운 미팅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트 판사는 큐가 첫 번째 미팅을 진행하면서 애플을 담합업체로 만들었다고 판결했다. 그녀는 “애플의 담합 모의가 어디에선가 이미 태동하고 있었다. 뉴욕에서 가진 초기 미팅에서 이 같은 일이 시작됐음이 분명하다”고 판결문을 작성했다. 코트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선 큐가 전자책 시장진출을 고려하기 2년 전으로 돌아가 봐야 한다.

9.99달러 가격

아마존은 2007년 첫 번째 킨들을 출시했다. 제품은 소비자의 관심에 적중했고, 하나의 산업으로 구축되었다. 합법적인 독점 지위까지 누릴 수 있었다. 출판사들은 ‘인쇄도서’에 사용하던 도매 방식으로 아마존에 디지털 도서를 판매했다. 하지만 아마존이 뉴욕 타임스 New York Times 베스트셀러 거의 대부분을 한 권에 단돈 9.99달러에 판매하기 시작하자 출판사들은 경악했다(보통의 경우 양장본 한 권이 26~35달러에 판매되고 있었다). 출판사들은 이런 사업방식이 양장본 판매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작가의 지적재산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반발했다. 그들은 아마존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도매가를 낮추면, 그로 인해 작가 선수금에 쓸 자금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 우려했다. 아마존의 입장에서 가격은 새로운 독서방식으로의 전환을 가능케 했고, 킨들 판매를 촉진했을 뿐만 아니라 특가 상품(loss leader)의 목적으로도 유용하게 작용했다.

소비자들을 온라인 매장으로 몰리게 한 것이었다. 때문에 아마존은 출판사에서 도매가를 올려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2009년까지 주요 서적을 거의 권당 2~5달러, 심지어는 7달러에 이르는 손해를 보며 판매를 지속했다.

당시 출판사 CEO들은 순진하게 자신들만의 세상에서 멋대로 어울리곤 했다. 2008년 9월에서 2009년 9월 사이 이들 중 5명이 최소 4번 만남을 가졌다. 그들은 변호사도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만남 중 3번은 맨해튼 어퍼 웨스트 사이트 Upper West Side에 위치한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 피콜린 Picholine의 프라이빗 룸에서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순수한 목적의 모임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정부 측에선 “이러한 모임이 피고 측에게 전자책 소매가 인상을 위한 공동의 방법을 논의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몇몇 출판사 CEO들이 이곳저곳에서 중요한 사업 정보를 공유한 것은 사실이다. 그중에는 ‘시간차 출시(Windowing)’에 대한 계획도 포함돼 있었다. 시간차 출시는 출판사가 아마존에 대항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무기 중 하나였다. 쉽게 말해 양장본 발간 후 전자책 출시를 몇 개월 정도 늦추는 것이었다(이는 지장본의 출시를 늦추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출판사 중 이를 원하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신간에 대한 입소문 혜택을 잃을 수도 있고, 불법유통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09년 초, 두 출판사가 몇몇 성공적인 작품의 시간차 출시 가능성을 언급하며 아마존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있는 매장(The Everything Store)’-아마존을 다룬 브래드 스톤 Brad Stone의 놀라운 저서 제목이다-창조라는 큰 비전을 가진 아마존 CEO 제프 베저스 Jeff Bezos에게 시간차 출시는 최악으로 받아 들여졌다. 베저스는 한 부하직원에게 ‘시간차 출시는 명백한 전쟁 선포이며 결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한 작품이라도 시간차 출시가 될 경우, 그 영향은 핵폭탄급일 것’이라고 출판사들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자 출판사들은 곤혹스러워 했다. 시간차 출시를 강행하면 아마존에게 보복 당할 위험이 있었다. 그렇다고 수적 우세를 앞세워 시간차 출시를 적당히 조정하면, 공모혐의로 셔먼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다.

그때 아셰트의 CEO 데이비드 영 David Young이 8월 공모를 드러내는 이메일을 보내고 말았다. 그는 아셰트 프랑스지사의 CEO에게 ‘완벽하게 비밀을 지키면서 (사이먼 앤드 스후스테르의 CEO) 캐럴린 리디 Carolyn Reidy가 스티븐 킹 Stephen King의 신간 출시를 연기하고 있다… 이 이메일은 사무실로 돌아갔을 때 신중하게 두 번 삭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을 보냈다.

다음 달 사이먼 앤드 스후스테르는 킹의 ‘언더 더 돔 Under the Dome’을 시간차 출시했고, 뒤이어 아셰트도 자사 성공작 중 하나를 시간차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3개월 후 동참하는 출판사가 늘어났다. 12월 4일 금요일, 아셰트는 아마존에 2010년 봄으로 예정돼 있던 신간의 전자책 다수를 시간차 출시하겠다고 통보했다. 월요일에는 사이먼 앤드 스후스테르가 그 뒤를 따랐다. 그주 마지막에는 하퍼 콜린스도 시간차 출시를 발표했다. 신문에서도 이 같은 사건 하나하나가 다뤄졌다. 경쟁업체가 서로 따라가는 건 공모가 아니다. 예컨대 특정 항공사가 특정 항로의 요금을 인상하면 다른 항공사에서도 몇 분 내로 이를 똑같이 할 수 있다. 사전에 서로 합의한 행동을 함께하지 않는 한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코트 판사는 출판사들의 경우 피콜린에서 여러 번 저녁식사를 했고, “두 번 지워야 할” 이메일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들이 “시간차 출시 전략을 함께 짜 맞췄다”고 추론했다. 그녀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당시 아직 단 한 곳의 출판사와도 만나지 않았던 큐가 어떤 방법으로든 공모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애플이 첫 번째 피고를 12월 중순 만나기 전, 출판사들이 집단행동을 통해 아마존을 압박하며 가격 전략 포기를 종용하기 시작했음을 알고 있었다”고 서술했다. 그리고 신문에 보도된 각각의 시간차 출시 발표 내용을 유일한 사실로 제시했다.

대리점 모델

큐는 출판사들의 말을 듣고, 배워보려는 의도로 첫 번째 미팅을 잡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각 출판사들을 상대로 애플의 주요 조건이 모두 같을 것이라는 사실을 전달하긴 했다. 아이튠즈나 앱스토어에서의 조건과 같은 것들이었다. 큐는 인터뷰에서 “다른 업계와 애플은 다른 점이 없다”며 “오늘날 모든 은행은 애플페이에 대해 같은 기본 조건을 적용한다. TV, 영화, 그 무엇이든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코트 판사는 표준 계약에 기반한 협상이 일반적으로 합법임은 인정했다). 후에 큐는 쿠퍼티노 Cupertino로 돌아와 선택지를 놓고 고민했다. 원래 도매 방식(wholesale model)을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3개 출판사가 대리점 모델(agency)을 고려해보라고 요청했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차 출시 권리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잡스는 베저스만큼이나 시간차 출시에 강하게 반발했다. 때문에 큐는 대리점 모델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애플이 앱스토에서 이미 사용하던 방식이었다. 그는 앱스토어와 똑같이 30%의 수수료-한 자릿수 초반의 이익 마진을 거두는 수준-를 제시하려 했다(코트 판사는 대리점 모델이 합법임을 인정했다). 큐는 애플은 가격이 얼마나 저렴한지 신경 쓰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총 마진이 30%라면 가격에 상관 없이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아이튠즈에서도 99센트에 음원을 판매한다). 하지만 출판사들과의 미팅 후, 그는 대다수 출판사가 자신과 잡스가 보기에 너무나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큐는 단계별 가격 상한선을 제안하고, 이를 양장본 권장 정가와 연동시키기로 결정했다(코트 판사는 단계별 가격상한선이 합법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휴일이 지난 후, 큐는 각 출판사에 이런 원칙을 정리한 주요 거래 조건을 이메일로 보냈다.

그러나 한 가지 조건이 더 있었다. ‘모든 신간의 재판매자가 대리점 모델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조항은 아마존이 (가격을 9.99달러로 책정하는) 도매 모델을 사용하고 애플이 (출판사가 가격을 책정하는) 대리점 모델을 채택할 경우, 애플에 가격 경쟁력이 없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반독점 전문변호사들은 이 조건이 불법이라고 말할 것이다. 애플이 공급자에게 자사의 경쟁업체와 거래하는 방법을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큐는 이 조항을 재빨리 삭제했다. 그는 반독점 문제 때문이 아니라, 애플을 적절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고 진술했다. 출판사가 이런 약속을 하고 나서도 아마존이 대리점 모델로 전환하도록 설득하지 못한다면, 애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큐는 “계약을 종료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경쟁력도 없고 효율적이지도 못한 서점에 여전히 매달려 있다”고 말했다. 큐는 그래서 실제 계약 초안을 보낼 때, 이 조건을 ‘최혜국 대우(most favored nation·MFN)’ 조항으로 교체했다. MFN은 애플에게 다른 소매업체가 판매하는 신간 전자책을 같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해 주는 조항이다(코트는 MFN이 기본적으로 합법임을 인정했다).

MFN을 통하면 출판사는 원할 경우 아마존과 도매 모델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아마존이 9.99달러에 책을 판매하면, 애플도 같은 책을 9.99달러에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경우 출판사가 애플을 통해 같은 책을 팔았을 때, 아마존으로부터 도매 방식을 통해 받았던 12달러나 15달러가 아닌, 9.99달러의 70% 정도-약 7달러-만을 받게 된다. 이는 출판사에게 두 가지 측면에서 최악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9.99달러라는 가격에서 벗어날 수도 없고, 매출도 하락한다는 것이다.

이런 예측이 맞다면 출판사들은 아마존에 공급하는 모든 신간 전자책을 시간차 출시하거나 아마존을 설득해 대리점 모델을 채택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 본래 잘못 고안됐던 조항이 MFN으로 교체됐지만, 코트 판사는 애플을 놓아주지 않았다. 원래 조항이 전혀 폐지되지 않았고, 작당 모의를 통해 문서 없이도 원래 조항이 암암리에 살아남았다고 판결했다. 정부 측도 이 사안의 특이성을 감안할 때 MFN 자체가 불법이며-코트 판사도 이에 동의했다-그 이유는 MFN이 ‘출판사에 더 나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대리점 모델로 변경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가격은 동일할 것이다”

협상은 막판까지 계속됐다. 잡스가 샌프란시스코의 예바 부에나 아트센터 Yerba Buena Arts Center에서 아이패드를 공개하기 바로 전날 계약서에 서명한 출판사도 있었다(랜덤 하우스는 1년이 지나서도 계약에 서명하지 않았고, 덕분에 정부 소송에도 휘말리지 않았다). 잡스는 제품을 발표하면서 아이북스 스토어에서 책을 다운로드하는 방법을 선보였다. 선택한 도서는 14.99달러였다. 그 후, 월스트리트 저널의 칼럼니스트 월트 모스버그 Walt Mossberg가 녹화 비디오 대화를 통해 잡스에게 질문했다. 아마존에서 9.99달러에 살 수 있는 책을 누가 14.99달러에 사겠는가? 잡스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가격은 동일할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정부는 이 말을 가격담합에 대한 시인이라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는 MFN 적용 결과를 설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아마존이 여전히 9.99달러에 책을 판매하고 있다면, 아이북스 스토어도 같은 가격에 책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제품 발표 후, 맥밀런의 CEO 존 사전트 John Sargent는 시애틀로 날아가 베저스를 만났다. 그는 아마존에 대리점 모델로의 전환과 도매 방식 유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후자를 선택할 경우 모든 신규 전자책을 시간차 출시할 생각이었다. 사전트는 서면 증언을 통해 ‘아마존이 불만을 가진 것은 명백했다. 몇 분이 지나 미팅은 중단됐다’고 진술했다.

다음 날 아마존은 최고 수준의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맥밀런의 전자책 및 인쇄본 모두의 구매 기능을 제거했다. 여론이 좋지 않게 흘러가자 아마존은 대리점 모델로의 전환에 동의했다. 하지만 맥밀런 책의 구매 기능은 계약에 서명한 2월 5일까지도 복구되지 않았다. 결국 아마존의 요구에 따라 이 계약에도 애플과 같은 MFN 조항이 포함되었다. 아이북스 스토어가 오픈했을 때, 5개 출판사의 신규 도서 대부분에는 12.99달러나 14.99달러 같은 가격제한선 또는 이에 가까운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좀 더 비싼 가격에 책을 팔고 싶은 출판사들에겐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코트 판사는 그 통일성을 고려했을 때, 애플이 출판사의 가격 담합을 제한한 것이 아니라 도운 것이라고 판결했다. 물론 이 상황을 매우 다른 시각에서 보는 것도 가능하다. 코트 판사는 그런 시각 중 하나를 판시했을 뿐이다. 애플은 항소법원이 다른 시각으로 보길 원하고 있다.

큐는 이 악몽을 어떻게 돌아보고 있을까? 그는 “처음으로 돌아간대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며 “단지 메모를 좀 더 잘 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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