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유전정보 제공의 이해득실

Decoded

맞춤형 의약품의 가치에 비하면 프라이버시는 값싼 대가일지 모른다.


올 1월 세계 1위의 바이오제약 기업 로슈의 생명공학 자회사인 제넨테크가 1,000만 달러를 들여 파킨슨병 환자 3,000명과 그 가족들의 DNA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1주일 뒤에는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루푸스 환자 5,000명의 게놈을 그와 유사한 방법으로 얻어냈다. 두 기업에 유전 정보를 넘긴 곳은 미국의 DNA 분석업체 23앤미(23andme)였다. 현재 이 회사는 이외에도 최소 11건의 유전 정보 거래를 진행 중이다. 고객들의 생물학 정보를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유전 정보를 최고가 입찰자에게 판매한다니 섬뜩하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제넨테크의 미디어 담당 부장인 나딘 피넬은 유전 정보의 판매, 또는 무상제공이 의학 혁신의 초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이 이 데이터를 활용, 특정 질병에 대한 개인 맞춤형 유전자 치료제의 개발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저희의 궁극적 지향점은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입니다. 증상을 없애는 것이 아닌 질병 자체를 치료하는 약 말입니다."

또한 DNA의 패턴을 분석하면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 표지(genetic marker)’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이때는 개인에게 더욱 맞춤화되고, 효과 높은 예방책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런 메리트는 미국 정부도 수긍하는 듯하다. 지난 2월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2억1,500만 달러 규모의 ‘정밀의학 이니셔티브(PMI)’가 그 방증이다. PMI의 목표는 100만명의 지원자에게 유전정보를 기증받아 분석하는 것이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PMI의 궁극적 목표는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을 돕는 것만이 아닙니다. 단순한 질병 치료시스템을 넘어 진정한 건강관리 시스템의 구현까지 이루고자 합니다.”


프라이버시는 큰 이슈임에 틀림없다. DNA의 작은 조각만으로도 한 개인의 과거 병력과 미래에 걸릴 위험이 높은 질병, 아이의 친부모 여부 등 많은 정보들이 노출될 수 있는 탓이다.

관련기사



하지만 미 국립 인간게놈 연구소(NHGRI)의 데이브 카프만 박사는 그런 걱정을 기우라고 말한다. 연구에 활용되는 DNA는 모두 익명으로 처리돼 철저히 보호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 정부는 지난 2009년 ‘유전자 정보 차별 금지법(GINA)’을 마련, 보험사나 고용주가 유전 정보를 근거로 차별을 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 놓았습니다. 이 법으로 해킹을 통해 유출된 데이터를 악용하는 사람까지 규제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많은 정책적 보완책과 보안성 강화 방안들이 도출될 겁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DNA 공유를 받아들여야할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 자신이 DNA를 내어주는데 별다른 저항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23앤미의 고객 중 무려 80%가 이미 자신의 게놈을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는데 동의한 상태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고객들이 정확하고 충분히 이해했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가족 중 유전질환 환자가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DNA를 제공해서 잃는 것보다는 얻을 것이 더 많다는 점을 직시하고 있을 것이다.

141달러 미 연방정부가 인간 게놈 프로젝트(HGP)에 투자한 금액 1달러당 경제적 이익.

PMI Precision Medicine Initiative.

파퓰러사이언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