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원스톱(one-stop) 서비스, 금융복합점포를 잡아라!" 지난해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는 은행과 증권 업무를 함께 할 수 있는 '금융복합점포'였다. 이미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금융복합점포 운영을 위한 실무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 금용복합점포 사업에서 주목받는 기업은 바로 NH농협금융지주다. NH농협금융지주의 금융복합점포 'NH농협금융 플러스센터'는 국내 1호 금융복합점포라는 점에서 성공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출범 100여 일을 맞은 NH농협금융 플러스센터의 현황과 금융복합점포에 대응하는 NH농협금융지주의 전략을 살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지난 2013년 6월 NH농협금융지주(이하 NH금융) 수장에 임종룡 전 회장이 올랐다. 취임 때부터 임 전 회장의 어깨는 무거웠다. 농협카드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농협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었다. 수익성 확보를 위한 포트폴리오 마련에도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악재 속에 출범한 NH금융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 역시 회의적이었다. 일각에서는 '누가 와도 농협은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임 전 회장도 외부의 회의적인 시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성과로써 보란 듯이 평가받겠다고 다짐했다. 임 전 회장은 2013년 당시 취임사를 통해 "NH금융은 우리나라의 근간이 되는 금융기관"이라며 "성과로 이를 증명하겠다"고 말했다.후 NH금융의 변신은 놀랍고도 파격적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성과는 국내 처음으로 은행과 증권을 함께 운영하는 '금융복합점포'를 올해 1월 출범시킨 것이었다.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는 새롭게 개정된 금융규제개혁안을 발표했다. 거기엔 자본시장법 시행령·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 등을 개정해 계열사 간 금융복합점포를 허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물론 금융복합점포는 과거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기존 복합점포는 업종별로 사무공간을 엄격하게 분리하고, 계열사 간 정보 공유를 제한해 ‘무늬만 복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을 근거로 금융복합점포가 확 달라졌다. 우선 칸막이가 사라졌다. 이를 통해 금융사들은 고객에게 은행 및 증권 업무를 '원스톱'으로 서비스할 수 있게 됐다. 고객 역시 은행·증권 업무에 대한 상담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어 종합 자산 상담을 받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이러한 정부의 규제 완화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 인물이 임 전 회장이었다. 그는 금융복합점포 활성화를 기반으로 NH금융의 수익성 확보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임 전 회장은 "금융 규제가 완화된 만큼 은행과 증권 직원이 함께 상담하고 양쪽 상품도 동시에 소개하는 진짜 복합점포를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장밋빛 청사진도 제시했다. 지난해 NH금융은 금융복합점포를 기반으로 시너지 극대화에 나서 9,000억 원의 순이익을 내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NH금융은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 NH금융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162.3% 증가한 7,685억 원 수준이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이었지만 분명 아쉬움이 남는 수치였다. NH금융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연초부터 적극적으로 시장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 첫 단추는 다름 아닌 '금융복합점포'였다.
NH금융은 지난 1월 서울 광화문 인근에 금융권 최초로 은행과 증권을 결합한 복합점포, 'NH농협금융 플플러스센터(이하 농협 플러스센터)'를 개소했다. 농협 플러스센터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은 상당했다. 금융복합점포 출범을 준비 중인 경쟁 금융사들은 농협 플러스센터가 가져올 성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출범 3개월여가 지난 지금. 농협 플러스센터플러스센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지난 4월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빌딩 10층에 위치한 농협 플러스센터를 방문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NH투자증권-NH농협은행 간판 사이에 설치된 'NH농협금융플러스센터' 로고가 눈에 띄었다. 금융복합점포라고 해서 기존 은행과 비교해 특별히 구조적인 차이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380평 규모의 농협 플러스센터에는 6개의 증권업무 창구와 2개의 은행업무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 은행과 증권 업무를 분리하는 칸막이는 없었다.
하지만 '금융복합점포'를 표방하는 농협 플러스센터만의 특징을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왼쪽에는 직원과 고객의 상담업무가 이뤄지는 8개의 상담실이 있었다. 4~5평 규모의 상담실에 들어서자 대형 모니터가 눈에 띄었다. 고객들이 NH은행, NH투자증권 담당자로부터 자신에게 필요한 맞춤형 자산관리 및 종합금융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현재 농협 플러스센터에 상주하는 인력은 총 63명이다. NH은행과 NH투자증권에 각각 8명, 55명이 배치되어 있다. 직원 대다수는 보험, 펀드, 외환, 재무 설계사 등 각종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가들이다.
이곳에선 공동상담을 위한 정보 관리업무도 한결 간편해졌다. 기존 은행 및 증권사 고객은 거래 시 동의서를 각각 작성해야 했지만, 금융복합점포에선 통합동의서 한 장으로 모든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 김미영 농협 금융플러스 프라이빗 뱅킹(PB) 팀장은 말한다. "공동상담을 위해 받는 고객정보 동의는 최대 5년까지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방식의 자산관리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요."
현장 분위기는 대체로 한산했다. 업무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은 고객은 2명 남짓이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금융복합점포가 아직 생소한 개념인 만큼 고객을 대상으로 '농협 금융플러스센터'만의 고유한 장점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보부족에 대한 지적과는 달리, 농협 플러스센터는 개소 초기부터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농협 플러스센터가 개소 후 두 달간 올린 영업이익은 약 40억 원 수준이다. 이는 NH금융 계열 전 점포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좋은 실적이다. NH금융 측은 금융 플러스센터의 주요 고객층이 고액 자산가나 법인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관련 서비스 확충 및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한성원 광화문 NH금융플러스센터장은 "증권과 은행 상담직원이 동시에 상품을 비교·분석해 투자 포트폴리오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고객의 불필요한 시간 소모나 이종 업무에 따른 불편함을 해소했다"고 말했다.
NH금융은 금융복합점포에 대한 홍보활동을 강화함과 동시에 광화문 지점을 시작으로 10여 개의 금융복합점포를 전국 각지에 추가 개설할 계획이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가 ‘수익성 제고’를 포함한 임 전 회장의 경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만큼, 금융복합점포 활성화 전략 역시 가속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