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한국의 메디치가’ 전통 잇는다

문화예술 후원 활동은 기업과 사회가 ‘윈윈’하는 길<br>선대 회장들이 이룩한 메세나 전통 더욱 발전시킬 것

15세기 즈음 이탈리아 피렌체공화국은 상공업이 번창한 부국(富國)이었다. 당시 피렌체는 20여개의 길드(Guild: 상공업자들의 조합)가 활동하고 있었을 만큼 국가경제가 융성했다. 아울러 길드를 대표하는 의원들은 회의체를 형성해 피렌체공화국 정부를 이끌어나갔다. 즉 정치와 경제가 길드 중심으로 이뤄졌던 것이다.

당시 피렌체에서는 상공인들이 교회나 수도원 등 공공건물 건축비용을 기부하는 문화가 일상화돼 있었다. 그중에서도 은행업으로 거부가 된 메디치(Medici) 가문의 사회공헌 활동이 가장 열성적이었다.

메디치 가문은 코시모 데 메디치(Cosimo di Giovanni de’ Medici)와 그의 손자 로렌초 데 메디치(Lorenzo di Piero de’ Medici) 시절에 전성기를 맞이했다. 특히 코시모와 로렌초는 문화예술 후원 활동에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부어 중세 암흑기에 종지부를 찍는 르네상스 시대 개막에 초석을 놓았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보티첼리 등은 로렌초의 후원 덕분에 르네상스 시대 예술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메디치 가문은 새로운 문화운동인 르네상스를 이끌었을 뿐 아니라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 측면에서도 역사상 가장 빛나는 족적을 남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가진 자들이 본받아야 할 벤치마킹 모델이라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한국의 메디치가(家)’로 불린다. 고(故) 박인천 창업주와 그의 장남인 고(故) 박성용 2대 회장이 뿌리내린 문화예술 후원의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2월 한국메세나협회 9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기업들의 문화예술 후원 활동을 확산하는 총본산의 사령탑에 올랐다. ‘메세나(Mecenat)’란 고대 로마제국의 정치가로서 문예 보호에 크게 공헌한 마에케나스의 이름에서 유래된 용어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활동이나 지원자’라는 뜻을 갖고 있다. 통상적으로 기업이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것을 지칭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박삼구 회장이 맏형인 박성용 한국메세나협회 5대 회장에 이어 형제가 나란히 메세나 운동의 선봉장 역할을 맡는 초유의 기록을 썼다는 점이다. 포춘코리아는 박삼구 회장을 만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문화예술 후원 스토리와 기업 메세나 운동에 대한 소신을 들어봤다.
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1901~1984)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만 7차례나 역임한 호남지역의 대표적인 기업인이었다. 그는 1946년 택시 2대로 ‘광주택시’라는 운수회사를 설립하면서 늦깎이 기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박인천 회장은 운수업을 모태로 타이어, 화학, 종합상사, 건설 분야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호남지역의 간판기업으로 키워내는 경영 수완을 발휘했다.

그는 1977년 2억 원을 출연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설립한다. “기업의 오늘을 있게 한 지역과 지역민에게 이윤의 일부를 되돌려줘야 한다”는 평소 경영철학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당초 장학사업을 중심으로 출범했지만 점차 클래식음악, 미술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문화재단으로 성장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설립 당시 슬로건은 ‘영재는 기르고, 문화는 가꾸고’였다. 이 슬로건은 지금까지도 재단의 핵심 사업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고 있다. 요컨대 문화예술 분야의 영재 발굴 및 육성을 재단의 소명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박삼구 회장은 말한다. “저희 창업회장님께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만드셨는데, 그때 설립 취지를 담은 슬로건이 ‘영재는 기르고, 문화는 가꾸고’였습니다. 저는 그 문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저는 창업회장님의 뜻을 받들어 계속 이어나가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 제 형님인 박성용 명예회장께서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직을 이어받아 메세나 활동을 더욱 열정적으로 하셨을 뿐 아니라 2003년에는 한국메세나협회 회장도 맡으셨죠. 하지만 2005년에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회장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습니다. 제가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직을 맡게 된 것도 명예회장님이 못 다한 일을 완수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박삼구 회장은 고 박인천 회장과 고 박성용 회장의 문화예술 후원 활동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자연스레 많은 감화를 받았다. 그의 말에는 두 사람에 대한 진정 어린 존경심이 묻어났다. 단순히 아버지와 형이라는 사실 이상의 것이 그의 가슴속에 새겨져 있는 듯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박인천 회장이 당대의 예술가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박인천 회장은 특히 우리나라 고유의 예술세계를 지켜나간 거장들을 아낌없이 후원했다. 대표적인 예로 판소리 명창 임방울 선생(1904~1961), 한국화 대가 허백련 선생(1891~1977), 서예가 손재형 선생(1903~1981) 등을 꼽을 수 있다.

아버지 박인천 회장이 타계한 뒤로는 맏형 박성용 회장이 그의 본보기가 됐다. 박성용 회장은 1994년 발족한 한국메세나협회에서 부회장직을 맡은 데 이어 2003년에는 회장직에 올라 국내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 활성화에 앞장섰다. 그는 평소 ‘문화예술이 발전해야 경제도 발전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 대기업 오너임에도 다른 기업 경영자들을 부지런히 만나고 다니면서 문화예술 지원을 당부했고, 그 결과 많은 기업들이 메세나 활동의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인식하도록 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든든한 버팀목

특히 박성용 회장은 클래식음악을 열렬히 후원했다. 1990년에는 국내 최초의 직업 실내악단인 ‘금호현악4중주단’을 창단했고, 1993년부터는 과다니니, 과르넬리, 마찌니 등 세계적인 명품 고(古)악기를 구입해 전도유망한 음악 영재들에게 무상 대여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또 2003년에는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국내 무대에 소개하는 ‘금호월드오케스트라 시리즈’를 개시했다.

그는 1997년 문화예술 진흥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상한 데 이어, 200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독일 몽블랑문화재단이 매년 시상하는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의 수상자가 되는 영예도 누렸다. 독일 명품 브랜드 몽블랑은 세계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 1992년부터 세계 각국의 헌신적인 문화예술 후원자들을 선정해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을 수여해오고 있다.

박삼구 회장의 말이다. “제가 2005년 박성용 명예회장님이 돌아가신 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굳게 결심한 것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가문의 (문화예술 후원) 전통을 이어가겠다, 최소한 선대 회장들께서 하셨던 일은 반드시 하겠다는 약속이었죠. 저희 집안을 ‘한국의 메디치가’라고 불러주시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죠. 하지만 오히려 막중한 책임감도 느낍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할 일은 가문의 전통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금호(錦湖)’는 어르신(박인천 창업회장)의 호입니다. 국내에서 창업주의 호를 붙여 그룹 명칭을 지은 것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최초일 겁니다. 지난 1972년부터 아버님 호를 그룹 명칭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외국에서는 오너 이름을 회사명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죠. 반면 우리나라는 좀 다르죠. 그런데 저희 그룹은 이름이나 다름없는 호를 명칭으로 사용했어요. 기업가가 자기 이름을 회사명으로 쓴다는 것은 자기 명예를 거는 겁니다. 이름을 더럽히지 않고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이죠. 또 후세들도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는 뜻도 있어요. 기업이 좋은 이름으로 남아야 성공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저는 선대 회장들께서 일궈놓은 명예를 더럽혀서는 안 된다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박삼구 회장은 이미 선대 회장들의 뒤를 이어 문화예술 후원 활동에서 상당한 업적을 쌓았다. 그 공적을 인정받아 2014년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로써 박성용 회장과 박삼구 회장은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제정 이래 세계 최초로 ‘형제 수상자’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박삼구 회장은 선대 회장들이 확립한 문화예술 후원 전통을 더욱 확대·발전시키는 데 많은 관심을 쏟아왔다. 그는 클래식음악 영재 발굴 및 육성이라는 금호아시아나그룹 고유의 차별화된 후원 활동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국내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인재 양성에도 각별한 애정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03년 제정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영화제는 박삼구 회장이 처음 시도한 문화예술 후원 프로그램이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유망 감독 산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영화예술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단편영화를 위한 국내 유일의 국제 경쟁 영화제다. 참신하고 유망한 영화인의 발굴과 지원, 단편영화 배급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이 영화제는 2005년부터 ‘사전제작지원제도’를 마련해 젊은 영화감독 지망생들의 작품 제작을 지원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는 영화제의 화제작과 인기작을 전국 주요 도시 상영관에서 무료 상영하는 순회 상영전도 열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지난 2006년부터 아시아나항공 기내(機內) 상영 프로그램을 도입해 단편영화 상영 기회를 대폭 확대했다. 또 해당 감독에게는 ‘기내 판권료’를 별도 지급하는 제도도 마련했다. 이 같은 기내 상영 프로그램은 단편영화의 대중화와 배급 확대에 새로운 활로를 제시하면서 세계 단편영화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2014년까지 총 출품작 수 2만 3,000여편, 영화제 관람객 수 2만 7,000여명을 기록하고 있다. 또 경쟁 부문 수상작 배출국은 총 28개국에 이른다. 한국이 가장 많은 56명의 수상자를 배출했고, 스페인(6명)과 영국(5명), 벨기에(3명) 등이 수상자를 다수 배출했다.

지난해 한국 영화계는 관객 1,700만 명을 돌파한 역대 최고 흥행작을 탄생시켰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모티브로 삼은 <명량>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한민 감독이 바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출신이다. 김한민 감독은 2003년 제1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 <갈치괴담 Three Hungry Brothers>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출품해 본선에 진출한 바 있다. 김한민 감독 외에도 현재 충무로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이호재, 백동훈, 이경미, 박신우, 연상호, 홍성훈, 박재옥, 정종훈 감독 등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출신이다.

박삼구 회장은 김한민 감독을 언급하면서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문화예술 후원 활동이 낳은 자랑스러운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기도 했다. 그는 말한다. “김한민 감독은 제1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 출품했을 때만 해도 아주 신진이었죠. 막 습작을 시작할 때였죠. 김 감독은 제1회 영화제에서 장려상에 해당하는 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런데 2007년 제5회 영화제 때는 집행위원들이 국내 감독 중 앞으로 가장 주목받을 감독으로 김한민 감독을 뽑더군요. 그가 우리 영화제를 통해 데뷔했다는 게 상당히 자랑스럽습니다. 지금의 김한민 감독이 있기까지 우리가 디딤돌이 됐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국제 경쟁 단편영화제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가 유일합니다. ‘유니크(Unique)’한 프로그램이죠. 우리가 항공사를 가지고 있어서 가능했어요. 외국 감독들이 한국에 올 때 항공권도 제공할 수 있고요. 기내 상영 프로그램도 제가 어떤 보고를 받다가 ‘우리 항공기 기내에서 단편영화를 상영하면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된 겁니다. 저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가 젊은 영화감독 지망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해왔다는 점에서 굉장히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이제는 매년 5,000개에 가까운 작품이 접수될 만큼 큰 규모의 국제 영화제로 성장했습니다. 우리는 이 영화제를 더욱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박삼구 회장은 영화배우 안성기 씨와 두터운 친분을 갖고 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남자 배우도 안성기 씨라고 한다. 안성기 씨는 제1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때부터 심사위원장과 집행위원장을 맡아 활동해오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박 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여자 배우는 누구일까. ‘만인의 연인’으로 불렸던 오드리 헵번(1929~1993)이다.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영화 <로마의 휴일>이나 <사브리나>에 출연했던 오드리 헵번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습니까. 얼마 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오드리 헵번, 뷰티 비욘드 뷰티(Audrey Hepburn, Beauty Beyond Beauty)’라는 전시회를 한다기에 갔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결국 관람하지 못하고 돌아왔어요.”

- 회장님께서는 특별히 좋아하시는 예술 장르가 있습니까.
“제가 원래 특별히 어느 하나에 집착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또 기업 경영이 저의 주업이지, 예술이 주된 일은 아니죠(웃음). 그래서 문화예술에 썩 조예가 깊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문화예술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나 분위기를 좋아하지요. 예술가들과 어울리기도 좋아하고요. 어렸을 때는 (고 박인천 창업회장 영향으로) 국악을 많이 접했어요.

요즘에는 우리 문화재단이 지원하는 서양 클래식음악을 많이 접하고 있죠. 오케스트라 같은 경우는 베를린 필하모닉 종신 예술감독으로 20세기를 풍미한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을 좋아하지요. 처음 카라얀의 지휘를 영상으로 접했을 때 ‘아! 대단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인물도 잘 생겼잖아요. 1950년대 카라얀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보면 정말 잘 생겼더라고요. 카라얀 DVD는 우리 직원 교육용으로도 쓰고 있어요. 카라얀이 지휘하는 모습을 보면 열정과 카리스마가 대단하지요. 그런데 카라얀이 지휘하는 영상을 시대순으로 보다가 한 가지 발견한 게 있어요. 카라얀의 트레이드마크가 눈을 감고 지휘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까 눈을 뜨고 지휘하는 겁니다. 나이를 먹으니까 눈을 감고는 어지러워서 지휘를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 해석이 맞아요. 틀림없어. 그 나이 먹으면 어지러워서 눈을 감고는 못해요(웃음).”

피아니스트 손열음·영화감독 김한민 성장 도와

-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간 후원해온 수많은 예술가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뿌듯함을 느끼는 아티스트가 따로 있는지요.
“피아니스트 손열음(28)에 대해 애정을 많이 갖고 있죠. 박성용 명예회장께서 손열음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무척 예뻐하셨죠. 저도 그때부터 봐왔고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게 음악 영재 발굴 및 육성입니다. 그 어린 영재들이 이제 훌쩍 성장해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됐어요. 손열음이나 권혁주(바이올리니스트), 김선욱(피아니스트) 등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는 젊은 음악인들이 우리 재단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사례들이죠. 그런 점에서 저희는 굉장히 뿌듯하고 긍지를 느낍니다. 아울러 박성용 명예회장 작고 후에 제가 새롭게 시작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를 통해 유명 영화감독으로 성장한 김한민 감독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금호영재’ 출신의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지난 2011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4회 ‘차이콥스키 기념 국제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2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는 한국 대표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를 기념해 4년마다 개최되는 ‘차이콥스키 기념 국제콩쿠르’는 세계 3대 콩쿠르로 불릴 만큼 국제적으로 높은 권위를 자랑한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박성용 회장과 박삼구 회장이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을 받는 시상식에서 모두 축하연주를 했을 만큼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 일가와 남다른 인연을 이어왔다.

-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기조 중 하나가 ‘문화융성’인데요. 문화융성이라는 것이 정부 정책만으로 되는 것은 아닐 텐데요. 국민들의 의식도 따라줘야 하겠지요. 그런 면에서 우리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은 어떤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한국에서 메세나 활동이 시작된 지 21년째입니다(지난 1994년 전경련을 비롯한 주요 경제단체가 뜻을 모아 창립한 한국메세나협회는 회원사들을 기반으로 ‘경제와 문화예술의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실 여유가 생겨야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어요. 멋도 여유에서 생깁니다. 여유가 없는데 무슨 멋이 있겠습니까. 저는 문화예술을 하나의 멋이라고 봅니다. 풍류죠. 멋이 있어야 풍류가 생깁니다. 여유가 없는데 무슨 풍류가 생기겠어요. 당장 세끼 밥 먹는데도 힘이 드는데 어떻게 풍류가 생겨요.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도 상당한 부(富)의 축적이 이뤄졌기 때문에 문화예술을 생각할 때가 됐습니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 2월 25일 열린 한국메세나협회 정기총회에서 제9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그의 임기는 3년이다. 제8대 회장을 역임한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전 두산그룹 회장)은 명예회장을 맡았다. 박삼구 회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기업은 경제적 이윤추구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유익함을 더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며 “기업의 메세나 활동은 정부가 이루고자 하는 문화융성을 위한 기틀이며 국민 모두의 희망”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메세나협회는 지난 4월 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삼구 회장은 신임 회장으로서 한국메세나협회의 사업 방향과 기업 메세나 운동에 대한 견해를 더욱 소상하게 밝혔다. 많은 매체가 기자들을 보내 박삼구 신임 회장의 비전과 구상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냈다.

메세나는 문화융성과 국민행복의 원천

그는 인사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선진국과 비교할 때 ‘국민 행복지수’가 높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만족도가 부족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국민 행복지수가 높아지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사실 메세나 활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넘어 기업의 가치창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기업들이 문화예술 지원 활동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문화예술 지원을 통한 기업의 가치창출,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기업과 예술의 동반성장이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길임을 널리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박삼구 회장의 말처럼 메세나 활동은 기업의 가치창출과 실질적인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성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의 ‘메세나 활동이 기업 브랜드에 미치는 효과’ 연구 결과는 그 근거를 제시하는 사례 중 하나다. 전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진정성 있는 메세나 활동은 기업 브랜드 파워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메세나 활동은 해당 기업의 ‘따뜻한 이미지’ 강화에 기여하면서 브랜드 충성도를 제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박삼구 회장은 말한다. “박성용 명예회장님이 문화예술을 아낌없이 후원했던 것이 저희 그룹의 긍정적 이미지로 연결됐습니다. 그 이미지가 금호아시아나그룹에게는 큰 힘이자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메세나 활동은 기업 이미지 형성에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기업이 문화예술에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면, 그것 자체로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을뿐더러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기업 이미지를 주게 됩니다. 이미지가 나쁜 기업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문화예술 후원 활동은 무엇보다 기업 이미지 개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마케팅 효과를 낳을 수도 있고, 나아가 생산성 제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겁니다. 메세나 활동은 기업도 좋고 사회도 좋은 그야말로 ‘윈윈’ 효과를 낳을 수 있어요. 한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라는 뜻입니다.”

14~16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르네상스(문예부흥)는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역사적 전환기에 결정적인 가교 역할을 했다. 그 발원지이자 견인차 역할을 했던 주역이 바로 이탈리아 피렌체공화국의 최고 명문가였던 메디치 가문이다. 메디치 가문의 위대함은 한 사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몇 대(代)에 걸쳐 아낌없는 문화예술 후원의 전통을 이어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한국의 메디치가’로 불리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 일가는 앞으로도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까. 박삼구 회장은 이렇게 다짐한다. “제가 작년에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을 받았는데요. 그때 수상 소감을 이야기하면서 ‘언젠가 우리 아들이 이 상을 다시 수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제 아들에게 ‘너도 꼭 받아라’는 주문을 한 겁니다. 그러려면 제 아들이 문화예술 후원 활동을 열심히 해야겠지요. 저희가 ‘한국의 메디치가’라고 불리는 데 대해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더 키워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죠. 저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영원히 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자 합니다.”



클래식음악의 전당’ 금호아트홀
서울 광화문 인근에 위치한 금호아트홀은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1년 365일 음악이 멈추지 않는 ‘클래식의 전당’이다. 금호아트홀은 390석 규모로 실내악 연주에 가장 적합한 음향시설을 갖추고 있는 공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은 매주 목요일 열리는 기획 공연 ‘아름다운 목요일’,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금호 영재 콘서트’와 ‘금호 영아티스트 콘서트’ 등을 통해 항상 클래식음악의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진다. 특히 ‘아름다운 목요일’ 무대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연주자뿐 아니라 해외 거장 연주자들이 수시로 오르고 있다. 또 금호아트홀은 ‘금호아트홀 라이징 스타 시리즈’를 통해 젊은 연주자들의 공연 무대를 마련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작곡가별, 시대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클래식 애호가들의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아울러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연세대 백양로 지하에 390석 규모의 클래식 전문 공연장 ‘금호아트홀 연세’를 건립하고 있다. ‘금호아트홀 연세’는 박삼구 회장이 대학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쾌척한 100억 원의 기부금으로 지어지고 있다. 올해 10월 말쯤 개관할 예정이다.



한국 클래식의 미래를 약속하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미래를 위해 차세대 음악 영재 발굴과 젊은 연주자 지원에 앞장서 왔다. 지난 1998년부터 매년 오디션을 통해 발굴한 ‘금호영재’는 1000여명에 달한다. 김규연(피아노), 김선욱(피아노), 손열음(피아노), 조성진(피아노), 권혁주(바이올린), 신현수(바이올린), 최예은(바이올린), 이정란(첼로), 성민제(더블베이스) 등 현재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음악인들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오디션을 통해 데뷔한 케이스다.

특히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클래식 유망주들의 성장과정에 맞춰 단계별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공연장 연주 기회 제공, 해외 무대 데뷔 지원, 음반 및 영상물 제작 지원, 주요 연주활동 홍보, 명품 고(古)악기 무상 대여 등이 그런 예들이다. 또한 재단을 통해 성장한 젊은 음악인들의 연주활동을 실질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Kumho Asiana Soloists)’를 창단했다. 여기에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발굴하고 후원한 연주자들이 단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는 금호아트홀에서 정기적인 공연을 하면서 더욱 원숙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아울러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매년 만 30세 미만의 유망한 클래식 기악 연주자 중에서 한 해 동안 가장 탁월한 연주 성과를 보인 음악인에게 ‘금호음악인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 상의 수상자는 상금과 함께 전폭적인 연주활동 지원을 받게 된다. 이밖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2013년부터 보다 심화된 아티스트 지원 프로그램으로 ‘금호아트홀 상주 음악가’ 제도를 도입했다. 또 젊은 음악인들이 국제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매너를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강좌도 운영하고 있다.



‘신예 작가의 산실’ 금호미술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국내 미술 발전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1989년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 ‘금호갤러리’를 개관했다. 금호갤러리는 1996년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다양한 미술공간이 자리한 종로구 삼청로로 이전하면서 ‘금호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동안 금호미술관은 유망한 신예작가를 발굴·지원하는 한편 동시대 미술(현대 미술)을 진단하고 전망하는 기획전시를 통해 한국 미술문화 발전에 일조해왔다는 평가다. 또 경기 이천에 ‘금호창작스튜디오’를 마련해 젊은 작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매년 ‘금호 영아티스트 공모전’을 통해 참신하고 역량 있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있다.

아울러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진행함으로써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는 노력도 하고 있다.



향토 지역민들에게 ‘유스퀘어 문화관’ 선사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2009년 회사의 뿌리를 둔 광주광역시에 복합문화공간 ‘유스퀘어 문화관’을 개관했다. 클래식 전용의 금호아트홀, 연극 전용의 동산아트홀, 미술 전용의 금호갤러리로 구성된 유스퀘어 문화관은 지역민과 지역 예술인을 위한 ‘문화예술의 장’으로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유스퀘어 문화관은 2010년부터 예술영재 지원 프로그램인 ‘금호주니어콘서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광주연극협회와 손잡고 ‘전국 청소년 연극제’에 참가하는 광주 지역 청소년들에게 공연장을 무료로 대관하고 있다. 또 공연장 상주 단체들의 공연활동을 지원하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아울러 금호갤러리는 ‘유스퀘어 청년작가 전시 공모전’을 개최해 50여명의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성과를 냈다. 또한 유스퀘어 문화관은 2014년부터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에 지역 음악인들을 초청해 ‘유스퀘어 음악회’를 개최하면서 시민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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