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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생물학: 가난의 대물림

THE CYCLE OF POVERTY

왜 가난은 대물림될까? 이는 전 세계 정치경제학자들의 해묵은 논쟁거리다. 최근 과학계가 이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원인 찾기에 나섰다. 연구자들은 자녀의 양육환경, 그중에서도 부모의 소득 및 교육수준에 따라 아이들의 대뇌피질 크기와 면적이 달라진다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인지능력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한 사회적 지위가 높은 가정의 자녀일수록 기억과 언어능력에 관여하는 뇌 부위가 잘 발달돼 있다는 연구보고들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부모의 소득과 교육 수준이 성장기 자녀의 뇌 크기를 좌우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자유주의자들로부터 포퓰리즘이라 비난받는 각국 정부의 빈곤퇴치 정책에 정당성을 실어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은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신경과학자 킴벌리 노블 박사팀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모집한 3세~20세의 어린이와 청소년 1,099명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로 촬영했다. 주 관심 영역은 언어, 읽고 쓰기, 집중력 등 고도의 인지처리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크 기와 표면적이었다.

노블 박사가 대뇌피질의 크기와 표면적에 주목한 이유는 ‘대뇌피질이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성장한다’는 선행 연구결과 때문이다. 실제로 인간과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 의하면 대뇌피질의 전반적 크기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만 학 습이나 영양섭취에 따라서도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부모의 소득과 학력이 변수
연구팀은 부모의 소득과 교육수준이 자녀의 뇌에 미치는 순수한 영향을 가려내기 위해 DNA 검사로 참가자들의 인종별 차이를 보정했는데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조사대상 아이들의 대뇌피질 표면적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나타내는 지표들과 밀접한 인과관계를 보인것이다.


구체적으로 부모의 연간소득이 15만 달러(약 1억7,000만원) 이상인 아이들과 2만5,000달러(약 2,800만원)미만인 아 이들의 대뇌피질 표면적 차이가 6%였고, 대학졸업자 부모와 고교 졸업자 부모를 둔 아이들도 3%의 차이가 발견됐다. 덧붙여 극빈층 가정의 자녀들은 약간의 소득차이에도 대뇌피질 표면적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게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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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사회경제적 상황이 대뇌피질 크 와 연관성이 있지만 이러한 상관관계의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하면서도 “극빈층일수록 작은 소득차이가 뇌 발달에 큰 영향 을 미친다는 데이터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인간의 뇌가 성장기간 중 꾸준히 발달하는 만큼 정치인들이 아동기의 빈곤 해소에 더욱 노력해 지적능력 향상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것이야 말로 부익부 빈익빈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가난의 대물림을 끊 을 수 있는 첩경이 될수 있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인지신경과학자 마서 파라 교수도 “소득과 교육 수준이 인간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이번 연구는 아동기 빈곤의 문제점을 널리 알렸다는 데 큰 의의가 있으며 연구진의 주 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논평했다.

머리가 크면 지능이 높다?!
사실 대뇌피질과 인지능력, 더 나아가 지능과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연구는 과거에도 있었다. 일례로 미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도 지난 2006년 어린이 307명을 대상으로 관련연구를 수행했다.

이에 따르면 지능지수가 높은 어린이들은 7살 무렵까지 대뇌피질이 매우 얇았지만 12살이 되면서 급속도로 두꺼워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지능지수가 평균 수준의 어린이들은 처음부터 대뇌 피질이 두꺼운 편이었으며, 8살 때쯤 두께가 정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NIMH는 이를 놓고 얇았던 대뇌피질이 두꺼워지는 과정에서 지능이 발달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미국 에모리대학의 동물학자 로리 마리노 교수의 경우 동물 중에서는 똑똑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돌고래의 높은 지능도 대뇌피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돌고래의 대뇌피질과 신피질의 해부학적 비율이 인간 다음으로 크고, 인간처럼 주름이 잘 발달돼 있어 면적도 넓다는 이유에서다.이를 근거로 마리노 교수는 돌고래가 사실상 침팬지보다 영리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돌고래가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두개골, 즉 머리가 크면 지능도 뛰어나다는 속설은 사실일까. 그렇게 단언하기는 어렵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을 빌리자면 '핵심은 대뇌피질(It's the cerebral cortex)'이다. 아인슈타인만 해도 뇌의 크기가 일반인보다 작았다. 하지만 대뇌피질이 남달랐다고 한다. 신경학적으로 그의 뛰어난 시각·공간 지능과 계산능력은 남다른 대뇌피질의 산물이었던 셈이라고 할 수 있다.

240조각 1955년 세상을 떠난 아인슈타인의 뇌는 시신을 검시한 병리학자 토마스 하비 박사에 의해 적출돼 240조각으로 분리됐다.

대뇌피질 (cerebral cortex)
대뇌의 표면을 덮고 있는 신경세포들의 집합. 두께는 위치에 따라 1.5~4㎜ 정도며, 고랑과 이랑의 주름이 있다. 같은 포유류라도 종에 따라 두께에 차이가 있는데, 인간은 원숭이보다 한 겹 더 복잡한 구조의 대뇌피질을 갖고 있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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