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동물실험을 통해 침술의 코카인 중독 치료 효능을 입증했던 국내 연구진이 최근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체내 활성산소가 약물중독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알코올과 약물등 각종 중독질환 치료에 있어 침술의 작용기 전을 이해하고, 침술 치료의 근거를 마련하는데 한 발 다가설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한의기반연구부 류연희 박사팀이 대구한의대 김희영 교수팀, 미국 브리검영대학 스콧 스티븐슨 교수팀과 공동 실시한 동물실험에서 몸속 활성산소가 약물중독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규명했다고 밝혔다.
활성산소(ROS)는 호흡과정에서 몸속으로 들어간 산소가 에너지 대사과정에 이용되면서 생성된 반응성(산화력)이 강한 산소다. 체내에서 다량 발생할 경우 생체조직을 공격하고, 세포를 손 상시키는 작용 을 한다. 연구팀은 실험쥐를 대상으로 코카인을 스스로 투여할 수 있는 자가 투여장치를 활용한 동물실험을 실시했다. 먼저 실험동물의 복강에 체중 1㎏당 코카인 15㎎을 투여한 후 실험 동물의 체온과 습관성 행동 을 관장하는 뇌 영역인 측좌핵(nucleus accumbens)의 온도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쥐의 측좌핵의 온도가 체온보다 약 1℃, 체온 대비 2.7% 가량 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카인을 투여 받으면 측좌핵의 신경 대사 활동이 활성화된다는 의미다. 또한 연구팀은 실험동물이 코카인을 갈망해 스스로 섭취하는 횟수와 활성산소의 관련성을 확인하고자 활성산소 제거제를 투여하기 전과 후로 나눠 코카인 자가 투여 행동 변화도 관찰했다.
구체적으로 코카인에 중독된 실험동물을 A군과 B군, C군으로 분리한 뒤 코카인 자가 투여 10분 전 A군에는 생리식염수를, B군에는 활성산소를 제거해주는 복합 항산화물질 ‘템폴(TEMPOL)’을 체중 1㎏당 50㎎, C군에는 체중 1㎏당 100㎎ 투여했다. 그러자 A군의 코카인 자가 투여 횟수가 B군보다 약 34%, C군에 비해서는 약 67%많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연구팀은 또 활성산소 제거제를 투여한 코카인 중독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먼저 코카인을 자가 투여시킨 뒤 1시간 후에 A군과 B군으로 분리해 A군에는 생리식염수, B군에는 체중 1㎏당 템폴 100㎎을 복강에 국소주입하고 재차 자가 투여 실험을 수행했다. 실험동물의 행동양상은 앞서의 실험결과와 대동소이했다. A군과 비교해 B군의 코카인자가 투여 횟수가 25 % 정도 감소한 것이다.
류 박사는 “측좌핵 온도 측정실험과 템폴 투여 실험을 통해 뇌의 측좌핵이 코카인 중독과 유 관하며, 코카인 중독에 활성산소가 관여한다는 사실이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면역조직 화학 염색법을 활용, 활성산소가 발생할 경우 코카인 자가 투여군의 측좌핵 신경세포가 산화스트레스에 얼마나 노출이 되는지를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자가 섭취로 코카인 중독을 보인 실험군의 측좌핵에 대한 산화스트레스 노출 정도가 정상군 대비 약 400%나 높았다. 이는 활성산소가 코카인 중독과 관련한 뇌의 신경망에 직접 관여한다는 것으로 해석 할 수 있다.
이 같은 류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활성산소와 약물중독의 상관관계를 새롭게 규명한 것으로, 새로운 약물중독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동물실험을 통해 침술의 코카인 중독 치료 가능성이 밝혀진바 있어 중독질환의 치료를 위한 침술의 작용기전을 명확히 하고, 침술 치료의 효능에 대한 근거 마련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류 박사는 “앞으로 추가 연구를 거쳐 각종 중독질환에 대한 침술 치료의 작용기 전 규명과 효능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국민들의 건강한 삶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의 이번 연구성과는 코카인 중독과 활성산소종의 관련성을 처음 규명한 것으로, 약물중독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저널인 ‘중독 생물학(Addiction Biology)’지에 게재됐다.
B.C. 200
침술의 정확한 기원은 분명치 않다. 다만 침술이 기록된 가장 오래된 문헌은 기원전 2세기경 편찬된 중국의 의학서 ‘황제내경(黃帝內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