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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명왕성을 사랑하는 이유

그리고 우리 모두가 명왕성을 사랑해야하는 이유

지난 2006년 1월 미 항공우주국(NASA)의 무인탐사선 뉴호라이즌호가 명왕성을 향해 발사됐을 때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에 대한 최초의 탐사’를 임무로 천명했다. 그때는 이 설명이 얼마 뒤 거짓이 될 줄은 아무도 짐작치 못했다.

하지만 필자는 예외였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천체 물리학자인 필자는 뉴호라이즌호가 발사되기 2주일 전 왜소 행성 (dwarf planet) ‘에리스(Eris)’를 처음 발견했다.


에리스는 명왕성보다 30%가량 크고, 얼음으로 이뤄진 천체로서 필자의 발견으로 인해 76년간 명왕성이 누려왔던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태양계 행성’이라는 타이틀이 사라질 것은 자명해 보였다. 에리스가 그 타이틀을 물려받던지, 명왕성이 행성 지위를 잃던지 둘 중 하나였다.

당시에나 지금이나 인류는 명왕성에 관해 그리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 지구에서 세부적인 모습을 관찰하기에는 크기가 너무 작고, 거리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탓이다. 뉴호라이즌호를 발사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게 뉴호라이즌호는 지난 9년 6개월 간 무려 48억km를 항해했고, 7월 14일 명왕성의 최근접점에 도착해 본격적인 탐사에 돌입한다. 그리고 적외선 카메라와 자외선 카메라, 고에너지 입자 수집기 등의 장비를 이용해 명왕성과 그 위성인 카론의 이미지를 지구로 전송할 것이다. 역사상 가장 뚜렷한 해상도로 말이다.

명왕성의 행성 지위 박탈을 이끌어낸 발견을 했던 필자에게 뉴호라이즌호의 여정은 그리 흥미진진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진실에서 눈을 돌릴 수는 없다. 뉴호라이즌호는 명왕성을 지나쳐 더 먼 곳으로 날아갈 것이며,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태양계의 새로운 부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실제로 뉴호라이즌호 발사가 처음 구상 됐을 때부터 천문학계는 명왕성을 일종의 비정상적 천체로 봤다. 크기가 무척 작은데다 표면이 돌과 얼음으로 이뤄져 있었기 때문이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과 같은 암성형 행성과도 다르고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같은 가스형 행성과도 달랐다. 그런 가운데 뉴호라이즌호가 발사됐고, 우리는 명왕성과 그 주변환경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덕분에 이제는 명왕성의 모습이 '예외적'이 아닌 천체의 일반적 '원칙'에 가까움을 깨달았다.




★★★

명왕성은 해왕성 너머 카이퍼 벨트(Kuiper Belt)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다. 카이퍼 벨트에는 직경 100㎞급 천체만 수십만 개가 몰려있는데, 각각의 천체마다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일례로 지금껏 카이퍼 벨트에서 발견된 가장 큰 천체인 에리스의 대기는 558년의 공전주기에 맞춰 얼어붙었다가 기화되기를 반복한다. 또 럭비공을 닮은 왜소행성 ‘ 하우메아(Haumea)’는 태양계의 그 어떤 천체보다 자전 속도가 빠르다.

‘마케마케(MakeMake)’로 명명된 왜소행성의 경우 표면을 뒤덮은 메탄(CH4) 얼음층이 천천히 녹으면서 얼음 스튜처럼 변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화학실험실을 제외하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들의 특성은 명왕성이 행성이 아니라 왜소행성으로 불려야 한다는 또 다른 증거를 내놓기도 했다. 행성들은 독자적인 공전 궤도를 갖는 반면 명왕성은 이웃해 있는 다른 왜소행성과 궤도를 공유한다는 게 그것이다. 결국 명왕성을 왜소행성으로 분류하는 것, 다시 말해 천체를 제대로 분류하는 일은 각 천체가 어떻게 생성됐고 어떻게 운동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절차라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명왕성의 행성 지위 박탈에 찬성한 것은 아니다. 특히 일반 대중들의 심리적 위화감이 상당했다. 지금까지도 필자는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분류할 수 없는지를 묻는 이메일을 수시로 받고 있을 정도다. 그렇게 될 가능성은 없지만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중들이 명왕성에 엄청난 향소를 갖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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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필자 역시 어린 시절 교과서나 TV를 통해 명왕성이 태양계의 가족이라고 배웠고, 그 모습을 상상한 그래픽 이미지를 봐왔다. 이미지 속에는 첨탑처럼 치솟은 얼음들이 대지위에 불길한 그림자 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가 지나면 명왕성의 상상도는 더 이상 볼 수 없어질 것이다. 그 자리를 실제 사진이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뉴호라이즌호의 임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필자는 그러한 변화에 만족한다.



★★★

뉴호라이즌호가 보내온 초기 사진 속 명왕성과 카론은 작은 공 모양을 하고 있었다. 또한 명왕성이 반사한 빛에 의해 카론 이외의 위성이 4 개나 더 관찰됐다.

명왕성에 근접한 뉴호라이즌호가 추가로 새로운 위성들을 발견하게 될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확한 사실 확인에는 시간이 걸린다. 뉴호라이즌호는 명왕성 근접 비행을 순식간에 끝내고 더 먼 우주로 나아갈 것이기에 촬영한 사진이 지구에 도착하려면 수개월이 소요될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진들은 우리가 그동안 지상의 천체망원경이나 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명왕성의 흐릿한 사진들을 가지고 추론했던 내용들이 옳았는지를 상당부분 판가름해 줄 것이 확실하다. 아마도 명왕성의 극(極) 부분은 얼어있는 질소로 인해 밝고, 적도 부분은 짙은 색을 띠면서 전체적으로 매끈한 모습일 것이다. 또 메탄이 얼어 붙은 다음 짙은 적색의 타르 같은 물직로 변해가고 있을 것이다.

카론의 경우 명왕성과는 완전히 다를 것으로 추정된다. 표면에는 오래 전 생성된 크레이터들이 무수히 발견될 것이며, 명왕성 표면의 얼음에서 기화된 기체가 카론의 약한 중력에 이끌려 카론 주변의 우주공간으로 퍼져나가고 있을 것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일부나마 카론의 표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단서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카론 표면의 일부 크레이터에서 화산수(火山水)의 분화가 일어나고 있을 수도 있다.

특히 과학자들은 뭔가를 발견하고, 그것이 사실임을 확증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의문이 생겼을 때 큰 흥미를 느낀다. 이 점에서 뉴호라이즌호는 우리에게 많은 새로운 질문 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명왕성 같은 작은 천체의 대기권에도 기후가 존재할까. 과거 카론에는 정말로 얼음 화산이 있었을까. 있었다면 얼음 화산의 정체는 무엇이며, 어떤 원리에 의해 분화할까. 생성된지 45억년이 지난 명왕성과 카론에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유성들이 충돌했을가. 이렇듯 우리가 찾아내고 답해야 할 질문은 하나 둘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껏 의문을 가져보지도 못했던 질문을 받게 될 지도 모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실 뉴호라이즌호가 인류에게 가르쳐줄 궁극적 사실은 태양계가 걸어온 역사다. 카이퍼 벨트를 구성하는 천체들의 표면에 새겨진 상처는 해왕성 같은 가스형 행성들이 탄생하기 훨씬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왜소 행성 (dwarf planet)
국체천문연맹의 분류 기준에 따라 다음 4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천체. 1.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
2. 원형을 유지하고 자체 중력을 지니기에 충분한 질량을 가진다. 3. 궤도 주변의 다른 천체를 끌어들일 정도의 중력은 갖지 못한다. 4. 다른 행성의 위성이 아니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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