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5개월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전국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공모 경쟁이 7월 10일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의 입찰 결과 발표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2월 관세청이 서울 3곳, 제주 1곳 시내면세점 특허 신청을 공고한 이후 5개월 만이다. 이번 시내면세점 입찰은 최근 중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과열 경쟁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포춘코리아가 지난 150여 일간 벌어졌던 치열했던 면세점 쟁탈 전쟁의 각종 기록들과 사연들을 되짚어보았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이번 신규 특허 공모에서는 특히 서울 시내면세점 세 자리를 놓고 기업들의 열띤 경쟁이 벌어졌다. 대기업 두 자리, 중소·중견기업 한 자리로 나뉘어 진행된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신청에는 총 21개 사업자가 뛰어들었다. 대기업 부문에 ▲HDC신라면세점(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합작사) ▲한화갤러리아 ▲롯데면세점(호텔롯데) ▲신세계DF(신세계그룹 면세점 별도 법인) ▲SK네트웍스 ▲현대DF(현대백화점 컨소시엄) ▲이랜드면세점 등 7개 사업자가, 중소·중견기업 부문에 ▲SM면세점(하나투어 컨소시엄) ▲유진DF&C(유진기업) ▲파라다이스그룹 ▲하이브랜드듀티프리(인평) ▲세종면세점(세종호텔) ▲그랜드동대문DF(그랜드관광호텔) ▲중원면세점(중원산업) ▲동대문듀티프리(한국패션협회) ▲신홍선건설 ▲서울면세점(키이스트) ▲듀티프리아시아(삼우) ▲심팩 ▲청하고려인삼 ▲동대문24면세점(굿모닝시티쇼핑몰) 등 14개 사업자가 참여했다.
이들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은 7월 10일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의 사업자 선정 결과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관세청은 서울 시내면세점 대기업 사업자 두 자리에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를, 중소·중견기업 사업자 한 자리에 SM면세점의 이름을 올렸다. 중소·중견기업만 신청을 받은 제주 시내면세점에는 제주관광공사가 엔타스듀티프리와 제주면세점을 제치고 특허권을 획득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선정 과정
"저도 취재에 도움을 드리고 싶긴 한데 회사에서 워낙 입단속을 많이 시켜서요. 아마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죄송합니다.” 뜨거웠던 면세점 대전의 막이 내린 7월 10일 금요일 저녁. 기업 관계자들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는 선정된 기업이나 탈락한 기업이나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익명으로 처리해 주겠다는 기자의 다짐에도 ‘열심히 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기업뿐만이 아니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리서치 자료에서 언급한 내용 이외의 다른 말은 해줄 수 없다고 일관했다. 이번 시내면세점 입찰 경쟁이 워낙 뜨거웠던 만큼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 많았기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2월 관세청의 시내면세점 특허 신청 공고 이후 5월까지 3개월 동안은 면세점 기업 간 인력 이동 문제로 시끄러운 곳이 많았다. 시내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거나 적은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시내면세점을 운영 중인 주요기업의 임직원들을 스카우트하려는 시도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인력 유출이 일어난 일부 기업에선 한때 ‘집안 단속’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기도 했다.
6월 1일 입찰 마감 이후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결과 예상 보고서가 쏟아지면서 시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입찰 마감 이후 주위 평판에 예민해진 기업 중 일부는 공식·비공식적으로 증권사 보고서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담당 임원이 자사에 불리한 보고서를 작성한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불만을 표시해 논란이 일었다. 현대백화점 측은 ‘객관성이 결여된 보고서 내용이 공정한 심사를 방해할 수 있어 취한 조치’라고 수습했으나, 관련 내용이 공중파를 타는 등 큰 홍역을 치렀다.
7월 10일 결과 발표일에도 논란은 있었다. 발표 2시간전에 끝난 주식시장에서 서울 시내면세점으로 선정된 기업들의 주가가 먼저 반응해 의혹을 샀다. 특히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주가는 장 초반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정오를 넘어서면서부터 30% 상한가를 찍고 요지부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 결과가 사전에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이는 대목으로, 현재 관세청의 자체 감사가 진행 중이다.
입찰 과정 키워드는 ‘합종연횡’
이번 시내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에서 가장 시장의 관심을 끈 건 기업 간 합종연횡이었다. 기업들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파트너들을 찾아 손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향은 특히 대기업 사업자 부문에서 많이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삼성가(호텔신라)와 현대가(현대산업개발)의 결합으로 주목받은 HDC신라면세점이었다. 처음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 발표가 나왔을 때 세간에서는 ‘적과의 동침’, ‘이질적인 두 기업의 동거’라며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둘 간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자 이후에는 ‘신의 한 수’, ‘탁월한 선택’이라는 식으로 반응이 바뀌었다. 호텔신라는 현대산업개발의 용산 부지를, 현대산업개발은 호텔신라의 운영 노하우를 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랜드는 세계적인 면세 사업자인 듀프리 Dufry와 손잡아 눈길을 끌었다. 듀프리는 매출 기준으로 세계 시장점유율 25%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톱 면세기업이다. 이랜드는 듀프리에 판매수수료 등을 일부 지급하는 조건으로 면세점 핵심 콘텐츠인 명품 및 화장품 브랜드 유치 지원을 약속 받았다. 이랜드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중국 최대 여행사인 완다그룹 여행사와도 협약을 맺었다. 완다그룹 여행사는 협약을 통해 연간 100만 명 이상의 중국인 VIP 고객을 이랜드면세점으로 보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상생’을 키워드로 면세사업 역량을 갖춘 중소·중견기업들과 합작법인 ‘현대DF’를 설립해 공모 경쟁에 나섰다.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다는 단점을 보완하고 또 중소기업 상생 점수를 염두에 둔 전략이었다. 합작에 참여한 기업들은 대부분 여행, 호텔, 면세, 패션업계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업체들이었다. 연간 15만 명 규모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모두투어네트워크, 국내 17개 호텔을 보유·운영 중인 앰배서더호텔그룹의 서한사, 인천 지역 공항·항만·시내면세점을 운영 중인 엔타스듀티프리, 개성공단과 크루즈선 면세점을 운영 중인 현대아산, 듀폰을 유통하는 패션·잡화 업체 에스제이듀코 등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세계 4위 규모를 자랑하는 초거대 면세기업 호텔롯데도 파트너를 구했다. 호텔롯데는 단독으로도 추가 서울 시내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역량을 갖춘 기업이지만, 독과점 논란의 정점에 서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껴 파트너 방식을 취했다는 해석이 많았다. 호텔롯데는 중소 면세업체인 중원면세점을 동반자로 정했다. 따로 합작법인을 설립하진 않되,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군에 각각 입찰해 어느 한 곳만 선정돼도 효과를 공유할 수 있는 다소 독특한 모델을 제시했다.
이들 기업 외에도 신세계DF, SK네트웍스, 한화갤러리아가 단독으로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 대기업 부문 입찰에 참여했다.
선정 주요 키워드는 ‘지역 안배’
시장에서는 이번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결과를 두고 ‘지역별 안배를 고려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많이 내리고 있다.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변수가 사실상 ‘면세점 부지’였다는 해석이다. 입찰에 참여한 대기업들이 면세사업장으로 택한곳을 열거해보면 ▲용산 아이파크몰(HDC신라면세점) ▲여의도 63빌딩(한화갤러리아) ▲동대문 피트인(호텔롯데)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신세계DF) ▲동대문 케레스타(SK네트웍스) ▲강남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현대DF) ▲홍대 서교자이갤러리(이랜드면세점) 등으로 정리된다. 관세청이 공개한 평가표에서 부지 점수로 해석할 수 있는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 항목은 전체 1,000점 만점 중 150점에 불과했지만, 다른 항목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크다는 측면에서 면세점 부지에 따른 플러스 효과가 더 있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입찰에 성공한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 SM면세점 등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부지 변수론’은 더욱 힘을 얻는다.
시장에 떠돌고 있는 ‘부지 변수론’은 가장 유력한 대기업 후보자였던 신세계DF가 탈락한 것에서 추론이 시작된다. 신세계그룹은 면세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명목 아래 지난 4월 면세점 별도법인 신세계DF를 설립했다. 신세계DF의 첫 번째 프로젝트였던 이번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신세계그룹은 통 큰 배팅으로 주목을 받았다. 회현동에 위치한 85년 역사의 신세계백화점 본점명품관 전체를 통째 면세점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내놓아 화제가 됐다. 이곳은 신세계그룹의 발상지와도 같은 곳으로, 국내 백화점 1호라는 상징성이 큰 곳이었다. 이 밖에도 신세계그룹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제일지점 건물을 고객 서비스 시설로 확충하겠다는 계획안을 덧붙여 이번 면세점 입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쟁사 입장에선 기가 질릴 정도였다.
때문에 겉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경쟁사들 사이엔 ‘신세계DF가 한 자리를 가져가지 않겠느냐’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이번 면세점 입찰 판이 이렇게까지 커진 데에는 신세계가 처음부터 워낙 많이 벌려놨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신세계 한 자리를 빼고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6개 기업이 경쟁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HDC신라면세점이 원래는 국내 최대면세점(1만 2,000㎡)만을 표방했었는데, 신세계DF가 본관 본점(1만 8,180㎡)에다가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제일지점까지 배팅해버리니까 (HDC신라면세점이 원래 계획을 수정해) ‘세계 최대 도심형 면세점(2만 7,400㎡)’으로 규모를 키운 것이라는 이야기가 정설로 통하고 있습니다.”
시내 면세점 확정 발표 전 HDC신라면세점과 신세계 DF를 유력 후보로 꼽았던 이선애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지난해 7월 김낙회 관세청장이 취임하면서 시내면세점 추가 계획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 적이 있었어요. 당시만 해도 중소·중견기업 친화적인 면세점 정책이 많이 나올 때였는데, 김 청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많이 강조하더라고요. 그래서 대규모 개발이나 투자를 할 수 있는 기업들이 선정되지 않을까 예상했었죠. 특히 신세계 같은 경우는 의욕은 물론, 투자 내용도 상당했잖아요. 의외로 (대기업 가운데) 매장 규모가 작은 축에 속했던 한화갤러리아(9,900㎡)가 선정돼 조금 의아한 면이 있었습니다. 당일 프레젠테이션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들었는데, 공개된 게 없어서 내용은 모르겠습니다. 어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만 할 뿐입니다.”.
김지효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덧붙인다. “한화갤러리아와 신세계DF 둘 중 특별히 어디가 뛰어나고 어디가 부족했기 때문에 지금의 결과가 나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둘 다 2~3년 전부터 면세점 운영 경험을 쌓아온데다가 선정돼도 독과점에 대한 부담이 덜한 기업들이었거든요. 이번 결과는 중소기업과 부지 문제가 엮이면서 나타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중소기업 부문에서 SM면세점이 낙점됐는데 SM면세점이 택한 위치(인사동)가 신세계DF의 면세점 예정지인 회현동과 너무 가까웠어요. 신세계DF의 탈락은 지역 안배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만약 중소기업 부문에서 한화갤러리아와 동일한 지역(여의도)을 택한 유진기업이 선정됐더라면, 신세계DF가 선정되고 한화갤러리가 탈락하는 쪽으로 (결과가 반대로) 바뀌었을 확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선정 기업들 미래는 장밋빛?
신규로 지정된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들은 6개월 안에 약속한 지역에서 면세점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 부족한 준비 기간과 비교적 생소한 영업환경 때문에 일각에선 ‘향후 얼마 동안 이들 기업이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방황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기존에 6곳이던 서울 시내면세점이 9개로 늘어난 만큼, 경쟁 심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업자가 늘면 이전부터 장사를 해왔던 곳보다 신규로 진입한 업체들이 더 불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엔저와 메르스 여파로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하지만 시장관계자들 대부분은 이들 기업의 향후 성장성을 아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재 시장에 나온 증권사 보고서들도 대부분 이들 기업의 장밋빛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단기 악재는 지나가기 마련이고, 서울에 9개 시내면세점이 운영되더라도 여전히 수요가 더 많다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이번에 선정된 기업들의 개별 역량 역시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지효 연구원은 말한다. “적어도 매출 증가는 확정적이라고 봅니다. 물론 사업자가 더 늘어나다 보니 경쟁 격화로 인한 프로모션 비용 지출 확대 우려가 일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선정된 기업들이 면세점 사업지로 택한 곳을 보면 임대료 구조가 이들 기업에 굉장히 유리한 구조로 짜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화 갤러리아가 위치할 63빌딩이 같은 계열사인 대한생명 소유이고, HDC신라면세점이 위치할 용산 아이파크몰도 현대산업개발 것이잖아요. 판촉비 비용 부담이 커진다고 해도 임대료 부분에서 절감하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명품 브랜드 소싱 등 시내면세점 운영 노하우에 있어서도 이들 대기업 두 곳은 이미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김지효 연구원은 덧붙인다.
“호텔신라는 올해 2월 명품 브랜드 소싱에 탁월한 역량을 갖춘 디패스라는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가면 갈수록 브랜드 소싱 비용이 낮아질 수밖에 없죠. 한화갤러리아도 생각한 것 이상으로 면세점 운영 능력이 탁월한 것 같습니다. 지난해 4월 입점한 제주공항 공항면세점에서 벌써 이익을 내고 있거든요. 이건 정말 대단한 운영 능력이라고밖에 설명을 할 수 없습니다. 63빌딩에 들어갈 면세점 영업면적이 3,000평 정도로 (다른 대기업 시내면세점에 비해) 작다고는 하나 제주공항점에 비해선 훨씬 크기 때문에 확실히 이익을 크게 볼 것으로 예상합니다.”
SM면세점은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상품 비중을 위 두 기업보다 훨씬 많이 채우는 조건으로 입찰을 받았기 때문에 수익성 문제가 일부 남아있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상품 구성 내용과 운영 방법에 따라선 오히려 새로운 수익 모델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선애 연구원은 말한다. “명품 브랜드들은 중간 유통 마진율이 5% 정도에 불과합니다. 일반 상품이 20~40%인 것과 비교하면 아주 짜죠. (개당 판매 단가가 높아) 면세점에선 고급 브랜드 유치가 중요하다곤 하지만, 조금만 콘셉트를 달리해 접근하면 명품 이외의 상품 비중이 높아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진열대를 명품으로 채우는 것만이 답은 아니거든요. 국산 제품을 많이 올리는 게 곧 마이너스가 아니란 얘기죠. 중국인 관광객의 국산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많으니, 어떤 물건을 어떻게 구성해 채울 것이냐에 따라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내면세점이 뜨거운 감자인 이유
면세점은 크게 공항면세점, 항만면세점, 시내면세점 등으로 나뉜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보통 시내면세점이 공항면세점이나 항만면세점보다 더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43개 전체 면세점에서 올린 매출은 8조 3,077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17개 시내면세점에서 올린 매출은 5조 3,893억 원이었다. 전체 면세점에서 시내면세점이 차지하는 점포 수 비율은 39.5%였지만, 전체 면세점 매출에서 시내면세점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64.8%나 됐다는 얘기다. 시내면세점은 영업이익률도 더 좋게 나타나고 있다. 공항면세점이나 항만면세점의 경우 입점 기간 내내 고가의 부지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매출총이익에서 판매·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국내 시내면세점의 역사
국내 시내면세점 1호는 1974년 서울 남대문에서 문을 연 남문면세점이었다. 초기 면세점들은 규모가 200평 정도로 작고 토산품 위주의 상품을 주로 취급해 현재와는 매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국내에서 시내면세점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건 1979년 제23차 관세법 개정에서 보세판매장 제도가 개정되면서부터다. 당시 개정으로 시내면세점 관련한 각종 규제가 완화되고 특허 사업자 면허가 추가로 나오면서 대형면세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979년과 1980년에 동화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이 서울종로구와 중구에 각각 문을 열면서 비로소 현재와 비슷한 형태의 시내면세점 업체들이 나타났다. 두 면세점의 등장은 소규모 잡화점 수준이었던 국내 시내면세점이 백화점식 대형 면세점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매장을 구획화한 명품 부티크 개념을 세계 최초로 도입해 세계 면세점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냈다. 이전까지만 해도 세계 면세점 업체들은 브랜드별 판매가 아닌 품목별 판매 방식을 사용해왔다.
그 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외국인 관광객 쇼핑 활성화 추진’ 정책으로 1980년대 많은 시내면세점이 문을 열었다. 1986년에만 5개의 시내면세점이 문을 열 정도였다. 그 결과 1989년에는 국내 시내면세점 수가 29개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사업자가 경쟁하면서 1990년대 들어 시내면세점 폐점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일본 버블경제의 붕괴로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든 것도 한 이유였다. 1995년에만 10개의 시내면세점이 문을 닫았다.
1989년 해외여행 완전 자유화 조치로 외국인 전용이었던 면세점이 출국 내국인에게도 개방되면서, 또 2000년대 들어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급증하면서, 시내면세점 사업은 다시 한번 황금기를 맞는다. 이후 매년 수십 %씩 고속 성장을 지속해온 결과, 지난해에는 전국 17개 시내면세점에서 총 5조 3,893억 원이라는 기록적인 매출을 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