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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로운 미생물 유익한 미생물

인간은 지금껏 가정과 건물에서 살아가는 미생물들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이 미생물들이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BY RINKU PATEL

“이거 멋지군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의 미생물학자인 조나단 아이젠 박사는 필자의 주방 조리대에 앉아 이렇게 말하며 작은 알루미늄 장난감을 집어 들었다. 큰 눈과 앞 발이 정밀하게 재현된 곤충 모형이었다. 그 순간 눈앞으로 초파리 한 마리가 날아가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그 녀석 의 비행궤적을 쫓았다.

“저기 보세요. 드로소필라(초파리의 학명) 예요.” ‘배설물 미생물 이식에 대해 물어보세요!’라고 적힌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있던 그는 사람의 건강이 미생물에 달려 있다고 굳게 믿는 학자였다. 인간이 생활하고 일하는 환경, 그리고 장(腸) 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 말이다. 그에 따르면 매번 현관문을 열 때마다 주변 나무들을 스쳐 지나온 바람에 실려 미생물들이 집안으로 들어온다. 택배 상자와 애완동물, 진흙범벅이 된 신발을 집안에 들일 때도 마찬가지다.


그 순간 특정시간이 되면 가동되도록 설정해 놓은 난방시스템이 켜지자 아이젠 박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밀폐된 집안에 뜨겁고 건조한 공기를 뿜으면 미생물들이 죽 는다고 알려줬다.

사실 필자의 집은 그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 작년 여름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항균 붙박이장과 항균 바닥재, 항균 벽지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요즘 리모델링 공사의 기본 사양이었지만 아이젠 박사는 이런 관행이 의학계의 항생제 남용과도 같은 우려스런 일이라고 성토했다. 인간에게 유익한 미생물까지 전멸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살아남은 미생물은 해로운 것들 일색이죠.” 인체 내에서 살아가는 미생물들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얼마 전부터는 자연환경에서 살고 있는 미생물들을 목록화하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생활의 거의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실내의 미생물 생태계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이에 아이젠 박사는 최근 ‘건물환경 미생물학 네트워크(MBEN)’를 설립, 뜻을 함께하는 과학자들과 함께 그 실체 규명에 돌입한 상태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에서도 국가가 주도하는 연구정책 수립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인간이 어떤 미생물들과 함께 살고 있는지 파악한다면 이들을 어떻게 이용할 지도 알 수 있다. 또한 세균으로부터 인간을 방호하던 행위를 멈추고, 인간에게서 세균을 지켜내야 하는지 여부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아이젠 박사를 데리고 항균 페인트가 듬뿍 칠해진 계단을 올라 서재로 들어갔다. 서재에도 얼룩 및 악취 방지처리가 된 카펫이 깔려 있었다. 재차 얼굴이 찌푸려진 그가 이렇게 말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건 좋지 않아요. 알겠어요? ” 우리는 화장실도 살펴봤다. 그는 탱크 없는 변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안도감이 느껴지는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자고 권했다.

찰스다윈은 저서 ‘종의 기원’에서 ‘생명의 나무(tree of life)’라는 그림을 이용해 진화의 계보를 설명했다. 그 나무의 줄기와 뿌리를 보면 어떤 종이 번성하고, 어떤 종이 멸종한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런데 다윈의 생명의 나무에는 미생물이 포함돼 있지 않다. 미생물은 지구상의 바이오매스 중 약 60%의 비중을 차지하며, 한 티스푼의 흙 속에만 전 세계 인구수보다 많은 개체가 살고 있을 만큼 가장 성공적으로 번성한 생물인데도 말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인간조차 포유류보다는 미생물에 더 가까운 존재다. 인체에는 인체세포보다도 10배나 많은 수십조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미생물 군집microbiome)의 총중량은 뇌 중량의 최대 두 배에 이른다. 특히 이 미생물들은 인간의 6번째 장기(臟器) 역할도 하고 있다. 음식의 소화와 감염 방지에 관여하고 있음은 물론 감정이나 기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최근 들어 인체 미생물 군집의 새롭고, 중요한 역할을 규명한 연구들이 거의 매일 같이 발표되고 있다.

한낱 미생물이 어떻게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된 걸까.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생물 군집은 인간과 함께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번영을 위해 놀라운 수준으로 자신의 쓰임새를 높여왔고, 인간은 이들이 제공하는 비타민과 소화효소, 대사산물(metabolite)을 얻고자 기꺼이 체내에 자리를 내줬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도시 거주자가 보유한 미생물 군집의 생물학적 다양성이 오지의 정글에 사는 원주민보다 최대 40%적다는 연구결과는 학계를 걱정시키기에 충분했다. 과학계는 도시민의 경우 수십 년 이상 산업화된 식품을 섭취하면서 식단의 가짓수가 줄어들었고, 항생제 사용으로 미생물의 수명단축을 이끈 것이 핵심 원인이라 분석한다. 아이젠 박사의 경우 조금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체내 미생물 군집은 체외 미생물 군집과에 의존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무균 쥐를 본 적이 있나요? 알고 보면 심각하게 망가진 동물이에요.”

그에 의하면 제왕절개로 태어나 무균실에서 생활하는 무균 쥐는 천식과 대장염 등의 질환을 달고 산다. 또 면역체계가 쉽게 망가지며, 기이한 사회적 행동을 보인다. 덧붙여 미국 뉴욕대학의 미생물학자로 토착 미생물 군집을 연구 중인 마리아 글로리아 도밍게스-벨로 박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은 무균실 같은 공간에서 살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인간은 방에 갇힌 채로 진화하지 않았습니다. 자연속에서 진화했어요.” 과거 대가족 사회에선 가족 전체가 농장에서 생활했다. 가축들은 모두 방목으로 키웠다. 집의 지붕에서는 비가 새고, 하수도는 넘쳤으며, 창문은 열려 있었다. 그러나 근대화가 되면서 우리는 밀폐공간 속에 스스로를 가뒀다. 우리와 함께 진화해 온 미생물과 결별한 것이다.

아이젠 박사는 인체 내외를 불문하고 미생물 군집은 열대우림과 다를 바 없는 복잡다단한 생태계로서 기능한다고 주장한다.

“미생물에 의해 병들거나 숨지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아니에요. 그렇지만 호랑이가 무섭다고 열대우림을 모두 없애는건 인간에게도, 환경에게도 바보 같은 짓이죠.” 사실 그는 작년까지 ‘미생물 위협 포럼’의 회원으로 활동했었다. 하지만 인간에게 이로운 미생물의 숫자를 실제보다 너무 적게 표현하는데 실망해 탈퇴했다고 한다.

“미 국립과학원(NAS)의 주도로 창설된 그 포럼의 지배적 분위기는 미생물이 공중보건의 적이며, 인간은 지금 미생물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돌이켜보면 그런 대처방식은 역효과를 낳았다. 미생물들은 자신을 살상키 위해 투입된 약물에 하나씩 적응해 나갔고, 동료들과 유전자를 교환해 항생제 내성을 키워가며 슈퍼박테리아로 변이했다. 그나마 긍정적인 사실은 많은 과학자들이 이로 인해 인간 미생물 군집의 중요성에 대해 자각하기 시작했고, 미생물과의 전쟁이 초래할 단점을 생각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에 더해 아이젠 박사는 우리가 ‘병원균’이라는 단어를 버려야한다고 말 한다.

“미생물은 어떤 때는 유익하고, 어떤 때는 해로운 것이지 항상 유익하거나 항상 해로운 미생물은 없습니다.” 미생물 진화 연구에 20여년을 바친 그는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 중 한명이다. 그래서 2007년 미생물의 게놈 백과사전’ 출시를 도왔다. 이 백과사전의 최대 특징은 모든 페이지가 백지라는 것. 인간들이 미생물에 대해 그만큼 아는 것이 없다는 상징적 의미였다.

물론 그런 몇몇 계몽적 시도만으로 아이젠 박사가 말하는 이른바 ‘미생물 배척자’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의류, 도마등 수천 종류 이상의 항균 제품들이 시중에 출시돼 있다는게 그 방증이다. 시장분석 보고서는 전 세계 항 균 코팅 시장 규모가 현재 19억 달러에 달하며, 2020년경 지금의 두 배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애리조나주립대의 공학자인 롤프 할렌 박사의 표현을 빌면 이 같은 항균시장은 소비자의 공포심리를 먹고 자란다.

“우리가 제대로 된 판단 없이 너무 많은 항균제품을 사용한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습니다.” 예컨대 비누 등에 쓰이는 흔한 항균제인 트리클로산(triclosan)이 하수구로 흘러들 경우 그곳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이 이 성분에 내성을 갖게 된다. 또한 트리클로산이 오히려 포도상구균을 플라스틱이나 유리의 표면에 들러붙게 만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다양한 항균제들이 인간에게 이로울 수도 있는 미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인공 구조물 내의 미생물 생태계가 완전히 제거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의 J. 크레이그 벤터연구소는 이를 파악하고자 4년 전부터 세상에서 가장 완벽히 소독돼 있는 인공 구조물을 연구하고 있다. 바로 국제우주정거장(ISS) 이다.

연구팀의 수장인 에르난 로렌치 박사는 ISS가 우주비행사들을 집어삼킨 초대형 항생제와도 같다고 말한다. 실제로 ISS는 실내의 모든 표면이 항균 처리돼 있으며, 고성능 헤파 필터가 공기 중의 미생물을 걸러낸다. 물 역시 요오드와 은나노 항균필터로 미생물을 제거한 뒤 사용한다.

“한마디로 말해 사람만 빼고 모든 것이 철저히 멸균 처리됩니다.” 그로 인해 ISS 내부의 미생물 생태계는 거의 대부분 우주비행사들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미생물들로 이뤄져 있다. 택배가 올 일도, 흙에 뒹군 애완동물이 들어올 일도 없어 외부의 미생물이 내부에 영향 을 미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이에 로렌치 박사팀은 현재 우주비행사들의 미생물 군집 표본을 채취, ISS 체류 후 이 미생물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파악하고 있다.

“장내 미생물의 생물학적 다양성이 상실되면 여러 질병의 발병 위험이 생깁니다. 또한 장내 미생물 군집이 줄어들면 면역체계가 휴면기에 돌입합니다. 이는 화성 유인탐사와 같은 장기 우 주임무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어요.”

지구의 병원에서도 ISS와 유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철저한 살균 소독으로 인해 병원 내의 미생물 배출원은 사람뿐이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병원 내 감염에 의해 숨지는 사람이 매년 7만5,000여명 이상이다. 우리나라 또한 중환자실에서만 연간 3,500여건 이상의 병원 내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2013년 ‘병원 미생물군집 프로젝트(HMP)’가 개시됐다.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ANL) 잭 길버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시카고의 한 병원을 선정해 1년간 그 병원의 모든 표면과 공기, 환자, 직원들의 미생물 샘플을 채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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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어느 곳보다 살균이 잘 이뤄진 장소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곳에서 병원균이 사람을 공격합니다.” 꽤 소름끼치는 말이지만 사실 사람은 누구나 병원균을 갖고 있다. 유아의 66%에게서 설사, 패혈증 등을 일으키는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C. difficile)이 별견되며 성인의 20%가 황색포도상구균 보균자다. 완벽히 건강해 보이는 사람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보균자일 수 있다.

이 미생물들은 다른 유기체에 의해 억제될 경우 큰 해를 끼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균과 경쟁 중일 때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길버트 박사팀의 연구에서도 평상시 무해하던 미생물들이 약 물치료 후 장내 미생물 군집이 대폭 줄어든 4명의 중환자실 환자에 한해 위해를 가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병실의 철저한 살균이 미생물을 강력한 병원균으로 진화시켰고, 경쟁 박테리아가 없는 환경에서 이들이 손쉽게 군집을 이룰 수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멀리 나갔어요. 위생은 좋지만 멸균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필자는 아들이 태어난 얼마 뒤 한 파티의 초대장을 받았다. 초대장의 제목은 ‘아이에게 키스하지 마세요’였다. 또한 초대장 속에는 손님들이 지켜야할 지침들이 적혀 있었다. 파티장 도착 후 손을 씻어야 하며, 어떤 경우에도 아이에게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은 타당해 보였다. 부모가 되면 본능적으로 청결에 강박증을 갖게 되는데, 필자라고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항상 식물성 손 소독제를 내놓았고, 신발을 벗고 실내에 들어오도록 했다. 하지만 그렇게 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아이는 온갖 알레르기에 시달렸다. 몇몇 음식과 먼지, 꽃가루, 고양이털에 접촉하는 순간 온몸에 두드러기가 일어났다. 눈은 부어서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였고, 엉덩이도 빨갛게 부어올랐다. 의사로부터 아이가 평생 중증 면역장애를 달고 살 수 있다는 경고까지 들었다.

그런데 여기에 엄청난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아이젠 박사는 현대 전염병이라 불리는 어린이들의 염증 질환 대부분이 병원균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진정한 원인은 따로 있어요. 인간의 면역력은 어렸을 적 미생물에 노출되면서 발달하는데, 무균실 같은 요즘의 생활환경이 이를 막기 때문에 염증성 피부질환이 생기는 겁니다. 위생 상태가 떨어지는 후진국에서는 선진국처럼 알레르기나 아토피가 흔하지 않아요.”

특히 인간은 세상과 접촉하는 방식에 따라 인체에 둥지를 트는 미생물도 달라진다. 예컨대 아기는 태어날 때 산도(産道)를 지나면서 락토바실러스균에 노출된다. 이 미생물 덕분에 엄마의 젖을 소화할 수 있고, 장내 수소이온농도(pH) 를 정상치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반면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는 이 미생물을 얻지 못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런 아이들은 포도상구균 등 인간의 피부, 심지어 모친이 아닌 다른 사람의 피부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미생물에 먼저 노출되기도 한다. 한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서는 항생제와 소독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가 발견된 적도 있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들이 비만, 알레르기, 천식 등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도 이런 비정상적 미생물 군집 형성의 결과일지 모른다.

한 이론에 의하면 어떤 환경에 노출되는지에 따라 출생 이후의 성장이 달라진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수잔 린치 박사팀의 최근 연구결과도 그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연구팀이 집안에서 양육되는 104명의 신생아를 조사한 결과, 만 1세가 되기 전 집먼지에 노출돼 미생물 군집의 생물학적 다양성이 뛰어난 아이들은 만 3세가 됐을 때 천식에 걸릴 확률이 가장 낮았던 것. 이와 달리 젖먹이 시절 박테리아 노출이 극히 적은 아이는 극도의 알레르기성 천식에 고통 받는 사례가 많았다.

린치 박사는 쥐나 바퀴벌레로부터 떨어진 미생물을 포함해 집먼지에는 건강한 사람의 장내에서 볼 수 있는 미생물 들이 대량 서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박테리아의 다양성이 매우 낮은 가정에서는 천식과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균류가 매우 많이 발견됐어요. 결국 박테리아가 풍부한 가정이 건강에 더 좋다는 게 저희 결론입니다.”

린치 박사팀은 또 애완동물이 아이들의 알레르기성질환 예방에 좋다는 일련의 연구결과를 쥐 실험을 통해 검증하기도 했다.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는 강아지의 집에 넣어뒀던 음식을 어린 쥐에게 먹였더니 그렇지 않은 쥐와 비교해 한층 알레르기에 강한 개체로 성장했다. 또한 이 쥐들의 장내 미생물에서 락토바실러스 존 슨니(L. johnsonii) 균을 분리, 다른 쥐에게 주입하자 그 쥐들로 알레르기 발생률이 낮아졌다.

“이를 볼 때 락토바실러스 존슨니균이 체내에 거주하는 미생물의 종류와 그들의 행동방식을 결정, 각 개인의 인체면역반응을 이끌어내는 핵심이라 판단됩니다.”

필자는 린치 박사와 구면이다. 아들의 천식 증세가 심해져갈 때쯤 그녀가 진료소견서 작성을 도와 준 적이 있다. “요즘 자제분은 좀 어떠신가요?” 필자는 아이를 위해 오클랜드로 이사를 갔으며 먼지와 강아지, 닭, 텃밭 작물 같은 비과학적 처방으로 아이의 ‘알레르기성 장’에 맞서왔다고 알려줬다.

“덕분에 지금은 알레르기의 대부분이 사라졌습니다. 학교를 마치면 콩나무 천막(bean teepee)으로 향해 예전에는 알레르기 때문에 먹지 못했던 딸기를 직접 키우기까지 해요. 입 주면에 과자부스러기 대신 흙이 묻어서 들어오는 날이 훨씬 많죠.”

린치 박사는 너무 놀라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사례 연구를 위한 완벽한 대상이네요. 아이가 어떻게 변했는지 표본을 채취해도 될까요? 제 생각에는 미생물 군집이 정상에 가까워진 것 같아요.”



캘리포니아주 북부의 오지. 떡갈나무들이 즐비한 가파른 경사지에서 윌버 온천의 황(S) 성분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아이젠 박사는 이곳이야말로 ‘생명의 나무’에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 다시 말해 아직 우리가 정확히 정체를 규명하지 못한 많은 미생물들을 조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말한다. 그는 이런 미생물을 ‘미생물계의 암흑물질’이라 칭하는데 깊은 탄광이나 지하 대수층, 개발되지 않은 노천온천처럼 고립된 지역에서 다수 발견된다.

“미 에너지부(DOE) 산하 합동게놈연구소(JGI)팀과 이곳에서 미생물을 찾고 있습니다. 수개월 전 시료를 채취해 JGI에서 분석 중에 있어요. 미생물이 발견되면 그 DNA를 10억 배 증폭해서 정체를 규명할 계획입니다.”

아이젠 박사는 이곳을 미생물의 생물학적 다양성에 대한 자신의 마지막 사례연구 장소로 낙점했다. 그에게 이곳 미생물계의 암흑물질은 정말 특별하기 때문이다.

사실 2009년까지 과학자들이 DNA 서열분석을 완료한 미생물은 의학적 가치가 있거나 뚜렷한 활용도를 가진 1,000여종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은 주로 생명의 나무가 가진 단 3개의 나뭇가지에서 유래됐다. 이에 JGI와 아이젠 박사는 그동안 방치됐던 1,000종의 DNA 서열을 추가 분석할 예정이다. 그렇게 미생물의 진화 방식과 각 종들의 진화론적 계통을 더욱 명확히 밝혀내려 한다. 그리고 이 지식들을 토대로 인공적 환경 내에서 살아가는 미생물을 포함,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미생물에 대한 현장지침서가 만들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에서 발견된 미생물들의 DNA는 상호 연관성이 적습니다. 게다가 많은 미생물들의 유전자는 그 기능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아요. 하지만 저희 연구를 통해 서로 다른 나뭇가지에 속한 미생물들에게서 유사한 유전자가 발견된다면 그 기능을 알아낼 수 있을 지도 몰라요. 이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환경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줄 미생물의 선별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와 관련 시카고대학의 전염병학자인 에밀리 랜든 교수는 인간에게 유익한 미생물을 주입한 생균 페인트가 지금의 항균 페인트를 대체할 날을 꿈꾸고 있다. 그녀는 이를 인공환경을 위한 미생물 이식이라 부른다.

“한마디로 말 우리가 사는 공간에 해로운 박테리아들을 물리쳐줄 이로운 박테리아들을 채워 넣는 거예요.” 윌버 온천에 들어가 미생물 탐색에 돌입한 아이젠 박사는 바위 하나를 가리키며 물을 헤쳐 나갔다. 그 바위에는 붉은색과 자 주색 얼룩들이 보였다.

“정말 멋지지 않나요? 이리 와서 한번 만져보세요.” 그가 바위 위에 입혀진 광합성 박테리아를 살펴보는 동안 그의 발목 높이에서는 작은 곤충들이 떼를 지어 날아다녔다. 그 곤충들도 온천물을 마시고 있는 듯 했다. “이 온천물을 마시는 순간, 저 작은 곤충들도 자기 몸에서 자신들만의 미생물을 진화시킬 기회를 가질 수 있어요. 우리 인간들처럼 말이에요.”



▲ 사무실의 미생물 군집
파퓰러사이언스는 지난 3월 미국 사무실의 미생군 군집 파악을 위해 사무실 이곳저곳을 면봉으로 닦아내 웨일 코넬 의대 실험실로 보냈다.

세곳의 표본 채취지역에서 발견된 모든 박테리아를 원으로 표시했다. 원이 클수록 발견된 숫자가 많다는 뜻이다. 또한 각 박테리아의 계통관계를 문(門, 중앙)에서 과(科, 가장자리)까지 트리구조로 나타냈다.

MBEN Microniology of the Built Environment Network.
HMP Hospital Microniome Project.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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