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검은 유혹'에 노출된 가출청소년

유흥업소 취업정보 사이트 성인인증 절차 없어 쉽게 접근

서울·수도권 가출청소년 18% "성매매 경험 있다" 고백

올해 초 친구와 가출한 이모(18)양은 집을 나온 지 며칠 만에 소위 '빈털터리'가 됐다. 식비·유흥비 등으로 돈을 탕진한 탓이다. 이양은 결국 인터넷 유흥업소 구직 사이트를 통해 '키스방'에 취업했다. 숙식·급여를 제공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양의 이런 생활은 업주가 경찰에 검거되면서 끝났다. 현재 이양은 적발된 청소년 세 명과 함께 상담센터로 보내져 보호조치를 받고 있다.

키스방·룸살롱 등 유흥업소 취업정보가 성인인증 절차도 없이 인터넷상에서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알바·◇◇알바 등 여성을 뜻하는 사이트명의 유흥업소 취업 사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이들은 카카오톡·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광고 글을 게재하고 이를 보고 찾아온 구직자와 해당 업소를 연결해준다. 관련 사이트에 구직정보를 올린 유흥업소들은 '하루 50만~100만원에 가까운 높은 급여를 보장한다'거나 '원할 경우 성형수술까지 해준다'는 광고 글로 유흥업소 구직자를 모집하고 있다.

문제는 적지 않은 유흥업소 취업정보 사이트들이 성인인증 절차 없이 해당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해마다 늘고 있는 가출 청소년들이 유흥업소 취업 광고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자칫 '검은 유혹'에 빠질 위험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조사 결과 서울·수도권 지역 여성 가출 청소년 가운데 18.3%가 성매매 경험이 있으며 조건만남(85%)은 물론 노래방 도우미(10%)를 하거나 단란주점과 룸살롱 등에서 일하다(7.5%) 경험한 사례 등으로 나타났다. 성매매 이유는 세 명 가운데 두 명이 '돈이 필요해서'로 꼽았고 '잘 곳이 없어서' '배고파서' 등의 순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이들 유흥업소 취업 사이트에서 쏟아지는 정보는 돈이 필요한 가출 청소년들을 자연스럽게 유혹한다"며 "유흥업소 취업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에 성인인증 등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3년 성매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관련 검색어를 통해 확인된 성매매 조장 또는 협의가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717개로 이들 가운데 성인인증을 요구하는 애플리케이션은 단 35.2%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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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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