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주연한 영화 ‘인턴’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70세로 은퇴 이후의 삶을 즐기고 있는 주인공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가 ‘어바웃 더 핏’이라는 인터넷 쇼핑몰에 시니어 인턴으로 취직한 후 벌어지는 일화를 다룬 영화다. 휘태커는 원래 전화번호부를 생산하는 회사의 부사장이었지만 퇴직 후 무료한 자신의 나날을 새롭게 하기 위해 인턴 면접에 응한다. 어바웃 더 핏의 직원들은 그의 자기소개서가 담긴 영상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특히 ‘뮤지션에게 퇴직이란 없다. 음악이 멈추면 그때 무대에서 내려갈 뿐’이라는 멋진 멘트는 직원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인턴에 선발된 휘태커는 젊은 CEO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의 전속 비서로 배치된다. 휘태커는 술을 마신 운전기사를 대신해 오스틴을 집까지 바래다주는가 하면 어린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 등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 하지만 정작 오스틴은 이런 휘태커를 ‘오지랖이 넓다’며 탐탁지 않게 여겨 다른 업무로 내치기 까지 한다.
그래도 진심은 결국 통하는 법. 오스틴은 휘태커를 소중한 파트너로 받아들이게 된다. 오스틴이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의해 회사를 전문 경영인에게 넘기라는 요구를 받을 때에도 휘태커는 ‘1년 반 동안 이 회사를 220명 규모의 업체로까지 성장시킨 사람이 누구인지 잊지 말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이만한 멘토가 또 어디 있겠는가. 세상에, 잡무에서부터 회사의 전략에 이르기까지 없어서는 안 되는 ‘인턴’이 휘태커였던 것이다! 물론 그가 과거에 큰 회사에서 부사장까지 역임했던 커리어와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상적인 인품 덕이겠지만. 영화는 주요인물 사이에 눈여겨 볼만하게 큰 갈등도, 반전도 없이 지극히 평범한 일화들 위주로 엮여있지만 ‘왜 경험은 늙지 않는지’를 설득력 있게 펼쳐 보여준다.
영화를 보며 생각했다. 60세 정년은 너무 젊다는 것을. 의학의 발달에 힘입어 사람들의 건강보건 수준이 크게 향상되면서 60세 이후를 ‘건강하지만 무료하게’ 보내는 노년층이 많아졌다. 영화 속 휘태커는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사회경험이 풍부해 퇴직 이후 여건이 유리한 편이다. 그러나 휘태커에 비해 여건이 열악한 현실 속의 대다수 노년층은 퇴직한 뒤 어떻게 생계를 이어갈지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 아직 대학생인 자녀를 둔 경우도 많고 자녀 결혼에 대한 걱정도 태산 같다.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40년이 되면 한국의 평균연령이 50세가 된단다. 더욱이 국민연금이나 개인연금 등이 충분한 사회 안전망 노릇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처지다. 60세 이상 인구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지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론 ‘과연 휘태커 같은 멘토가 우리 사회에서도 등장할 수 있는가’도 생각했다. 과거에 회사에서 임원의 자리에까지 올랐었는데, 순순히 인턴과 같은 ‘잡무’를 맡으며 겸손하게 조직 구성원의 자리로 돌아갈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미 포스코, CJ, 유한킴벌리 같은 대기업들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시니어 인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아라리오갤러리가 ‘시니오 도슨트’(전시 해설가) 도입에 나섰다. 하지만 시니어들이 직장에서 권위주의적 관리자로 군림하고 후배들로부터는 ‘직장 꼰대’라는 비아냥이나 듣는 우리네 직장 풍속도를 감안하면 ‘휘태커 같은 멘토’는 아무래도 여전히 먼 나라 얘기인듯 싶다.
영화 ‘인턴’이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라는 세간의 평가를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국 사회도 노년층과 청장년층이 서로 소통하고 열린 자세를 갖추기만 하면 커뮤니티에서 진정한 의미의 ‘멘토’를 만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리라. 건강한 사회와 조직의 발전을 바란다면 지금부터라도 세대간 소통을 위한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