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10명이 간신히 끼어 앉을 수 있는 작은 방. 청소년부터 노인, 농부부터 법조인까지. 나이도, 밥벌이 수단도 다른 '다양한 사람'은 이곳을 찾아 대화하고, 밥을 먹고, 때론 술(청소년은 당연히 대상자가 아니다)을 마신다.
문 열기 전부터 시금치를 무치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밥을 준비하는 이곳의 '주모'는 책의 저자인 인권연구소 '창'의 유일한 상근 활동가인 류은숙. 밤이면 문을 여는 '인권이 있는 심야식당'은 사실 창의 작은 세미나실이다. 바빠서, 빠듯한 주머니 사정 때문에 빈속으로 연구소 세미나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위해 저자가 준비했던 밥과 뒤풀이 술상이 '심야인권식당'의 시작이었다. '인권으로 지은 밥, 연대로 빚은 술을 나누다'라는 부제처럼 저자가 음식과 술을 대접한 사람들, 그들과 나눈 이야기를 풀어내며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자세하게 보여준다. 저자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권리의 목록을 나열하는 인권운동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인권이 무엇을 보장해야 하는지 알게 해준다. 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