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MIT의 대학원생이었던 케일럽 하퍼는 학교의 미디어 랩 4층 라운지에 토마토와 상추, 브로콜리를 기르는 완전히 네트워크화된 농장을 건설했다. 그의 목표는 데이터 공학을 통해 작물의 수확주기를 최적화시키고, 영양분의 밀도를 높이고, 기존 농법 대비 물 사용량을 98% 줄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이에 케일럽은 자신이 확보한 데이터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 했다. 하지만 그럴 방법이 없었다. 농업 혁신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의 성과에 관심을 갖지 않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 고심을 거듭한 그는 올 9월 전 세계의 농업 및 식량 분야 해커들을 위한 최초의 오픈소스 플랫폼인 ‘열린 농업 이니셔티브(OAI)’를 출범시켰다.
Q. 오픈소스 농업의 이점이 뭔가? 지금도 토마토를 기르는 방법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나?
기존 농업은 폐쇄적이고 우둔하다. 생산자 규모의 농업이 가능한 극소수만이 방법을 이해할 뿐이다. 인체가 상추의 영양분을 받아들이는 법에 대한 연구를 찾을 수도, 가나의 작물 수확에 대한 데이터를 구할 수도 없다. OAI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연구하고, 그 결과를 인터넷으로 공 유해 더 건강한 식량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Q. 현재 그런 유용한 정보들은 누가 갖고 있나?
세계 각지에서 붐을 이루고 있는 대형 실내 농장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보가 너무 소중한 나머지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는다. 일례로 네덜란드 플랜트랩(PlantLab)의 공장에는 작물별 최적화된 기후조건을 구현하는 작은 방들이 있다. 이 방에서 새로운 맛과 모양, 특화된 영양분을 가진 식물들을 만든다. 이들은 분명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라면 평생을 투자해야만 알아낼 수 있는 작물 생산공정을 찾아낸다. 문제는 그 엄청난 지식을 알아내고도 블랙박스 속에 밀봉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작 물 재배법을 개발, 위키피디아처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려 한다.
Q.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나?
우리가 현재 개발 중인 것 가운데 하나는 네트워크 센서와 최적의 식물 성장 환경을 갖춘 컨테이너 박스형 농장이다. 이 농장은 다른 연구기관에서 활용할 수도, 기업의 직원식당에 놓을 수도 있는데 모든 농장의 데이터가 상호 공유된다. 또 다른 아이디어는 9월에 테스트용 시제품이 개발된 ‘퍼스널 푸드 컴퓨터(PFC)’다. 60×60㎝ 크기의 이 장치에는 마이크로센서와 LED 조명, 급수 시스템이 탑재돼 있어 기온, 이산화탄소 농도, 물의 영양성분 함량 및 수온, 광물질 비료 등의 제어가 가능하다.
Q. 10년 전 오픈소스 프로젝트 ‘렙랩(RepRap)’에 의해 3D 프린팅 분야 해커들의 거대 커뮤니티가 생성됐던 상황과 유사해 보인다.
정확히 봤다. PFC는 메이커 운동 지지자 들이 커뮤니티를 이루게 하기 위한 오픈소스 바이오 로봇이자 푸드 로봇이라 할 수 있다.
Q. PFC로 정확히 뭘 할 수 있나?
사람들은 언제나 그런 질문을 하고, 대답을 원한다. 하지만 솔직히 나도 답을 모른다. 현 상황은 퍼스널 컴퓨터(PC)가 처음 생기던 1970년대와 비슷하다. 가능성은 무한하다. 바보가 되서 즐거움만 추구할 수도 있고, 토마토 재배법에 혁명을 일으킬 수도 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만큼 결과도 열려 있다.
마시는 음식
인간과 음식의 관계는 구식이다. 식재료를 구입해 음식으로 만드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또한 조리 과정에서 영양소가 파괴돼 영양적으로 불균형한 음식을 먹게 될 개연성도 많다. 현재 이 같은 문제가 없는 ‘마시는 음식’들이 개발돼 있다. 쉐이크 형태의 이 음식은 영양 효율이 최적화돼 있고,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식사라는 번잡한(?) 행위는 취미생활로 즐기면 된다.
소일런트
2013년 출시된 분말 형태의 소일런트(Soylent)는 한때 식사시간조차 아까운 실리콘 밸리의 프로그래머들 사이에 크게 유행했다. 현재는 편의성을 위해 410㏄짜리 음료병에 담겨 출시된다. 한 병의 열량이 400칼로리여서 건강한 성인은 하루에 최소 6~7병을 섭취해야 한다. 최신 버전은 콩을 기본 단백질원으로 삼고 있으며, 지방 함량의 절반을 해조류로 충당한다. 식감은 우유와 비슷하다.
암브로나이트
귀리, 쌀겨, 아마씨 등으로 만든 암브로나이트(Ambronite)는 소일런트의 유기농 버전쯤 된다. 원한다면 이것만 먹고 버틸 수도 있지만 이 제품은 음식 대체용 보다는 생산성 향상 도구에 가까워 보인다. 점심 미팅에 먹는 별식이나 마라톤 회의 때의 간식 같은 용도 말이다. 포장 1개에 30g의 단백질과 13종의 비타민, 그리고 섬유소가 들어 있다. 열량은 500칼로리다.
소일런트 DIY
소일런트에는 특허가 없다. 때문에 누구든 직접 자신에게 맞는 소일런트를 DIY 할 수 있으며, 그런 시도를 한 사람들의 제조법이 diy.soylent.com에 올라와 있다. 이곳에서 연령별, 성별, 체중별, 하루 활동량별 등 다양한 상황에 맞춤화된 제조법을 찾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10가지 재료로 하루 2,000칼로리를 공급할 수 있는 ‘독신자용 식사’ 제조법을 올려놓기도 했다.
OAI Open Agriculture Initiative.
메이커 운동 (Maker Movement)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을 직접 제조하려는 사람들의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