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업의지 불투명·기반시설 구축 전무/업계 이해관계대립 공동출자사 가닥 못잡아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형항공기사업이 뚜렷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한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중형항공기사업의 성사를 위해 다각적인 대안을 모색해 왔던 삼성항공 등 항공4사들은 정부의 사업의지가 불투명한데다 기반시설이 전혀 구축돼있지 않는 등의 국내여건으로 미뤄볼때 이 사업이 현정부에서는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기업체들은 지난달말까지 중형항공기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공동출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했으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아직까지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도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해 중형항공기사업은 국내여건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항공 변동선 상무는 3일 『항공기개발에는 장시간의 개발기간, 대규모의 개발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수요는 제한돼 있고 국제경쟁이 치열해 단기간에 이익을 내기는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강력한 육성의지와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몇몇 항공제작업체들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현재의 시장환경에서 중형항공기를 개발해 신규진입하고자 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제한된 시장에 신규진입한데 따른 기존 제작사의 견제와 시장확보면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우중공업의 한 관계자도 『현재 항공기를 개발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관련업체에 직간접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항공기개발에 필요한 각종 기자재의 관세감면 등을 비롯해 기술도입비에 대한 세제지원, 특별감가상각제도 등 세제상의 지원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현대우주항공의 관계자 역시 『국내의 대다수 공항이 군공항인 관계로 운항횟수가 제한받고 있고 현재 운항중인 노선에 대형여객기가 취항하고 있어 항공여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항공관제도 어려운 실정이어서 기존 국내선항로에 직접운영비와 공항관제수요를 증가시킬 1백인승급 이하 규모의 중형항공기 취항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형항공기사업의 수익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또 중형항공기급은 기존노선보다는 경부고속전철, 고속도로확충 등으로 항공수요를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며 관광지주변의 공항시설부족으로 부정기노선의 수요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현 정부는 항공제작산업의 기반을 전혀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구체적인 방안도 없이 국산 중형기 개발만을 공약으로 내걸다 부도를 낼 지경에 이른 셈이다.
이에대해 통상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산업의 21세기형 구조재편을 위해서는 항공기제작산업에서 손을 뗄 수 없는 실정』이라고 전제, 『올해안에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마련하는 한편 관련업계와 적극적으로 추진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인 자동차와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를 비롯한 중화학산업이 성숙단계여서 2000년대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주자로 항공우주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강조했다.<김희중·한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