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비도 거품 빼자(사설)

경기침체의 영향이 드디어 가계에까지 미치기 시작했다. 불황의 골이 깊어가고 또 장기화가 예고되면서 기업이 감량경영에 착수한데 이어 가계도 교양 오락 외식비 등 불요불급한 지출을 억제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통계청이 발표한 도시근로자가구의 3·4분기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가구당 소득이 지난해 동기보다 14.1% 증가했다. 반면 소비지출은 11.1% 증가에 그쳐 올들어 처음으로 소비지출증가율이 소득증가율보다 낮아졌다. 이는 소득이 월등히 늘어서라기 보다는 불경기 한파가 가계에 밀려들어 소비심리가 위축된데다가 앞날을 대비해 소비지출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기업에 불고있는 감량경영과 조기명퇴바람이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는데다가 성장둔화와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따른 실업증가 예고, 노사마찰 등이 겹쳐 수입이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비 씀씀이를 줄이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소비구조가 건전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호화 해외여행이 봇물을 이루고 여행가들의 씀씀이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국내 관광 오락시설은 만원 사례고 카드사용액은 분에 넘치다 못해 상환불능 투성이다. 사치성 소비재 수입은 폭증으로 못말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헤프게 쓰고 분수에 넘치는 소비가 이제는 몸에 배어 있는듯 하다. 그 결과 외채 1천억달러가 넘어선 세계최대 빚더미 나라가 되었다. 소득 1만달러에 선진국 진입이라는 허상에 휩쓸려 흥청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의 실질 소득수준은 미국의 40년대 밖에 되지 못한다. 일본엔 23년, 대만 홍콩보다 5년이상 뒤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구조 또한 서비스 지출비중이 선진국보다 높고 소비의 고급화로 교통 오락 통신 등에 대한 소비지출 비중이 선진국을 웃돌았다. 소득은 적으면서 소비는 선진국 흉내를 내고 있으니 가계나 국가나 빚을 지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소비가 미덕이라는 망상에서 깨어나 소비에서도 거품을 빼야 할 때다. 이번 불황이 기회다. 분수에 맞는 알뜰한 씀씀이가 불황을 이기는 지혜일뿐 아니라 불황의 끝을 앞당기게 된다. 그것은 곧 저성장시대에 대비하는 길이기도 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