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라고 모두 도로는 아니다. 최소한 건축법에서만은 그렇다는 얘기다.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반드시 도로와 접해야 한다. 이때 도로는 사람과 자동차의 통행이 가능한 도로를 뜻한다. 자동차만 다닐 수 있는 도로, 즉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는 대지에 접해 있어도 이는 건축법상의 도로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건축허가도 받을 수 없다.
반대로 사람만 다니는 도로는 어떨까. 계단식 도로나 막다른 도로는 자동차 통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주차장이 불필요한 소규모 건축물이나 인근에 따로 주차장을 확보할 조건으로 건물을 지을 경우엔 보행도로만으로도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다.
도시계획법이나 도로법·사도법 등에 의해 고시된 도로는 문제가 없지만 속칭 「현황도로」는 사정이 다르다. 도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건축허가나 신고때 허가권자가 도로로 지정·공고해야 한다. 이해관계자의 동의가 필요하고 도로로 지정되면 건축허가와 동시에 그 내용을 게시판을 통해 알려야 한다. 허가권자는 도로대장을 작성해 일반인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점. 동의를 요구할 때 과다한 대가를 요구하거나 고의적으로 동의를 기피하는 등 민원이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도저히 연락할 방법이 없거나 주민들이 장기간 통행로로 이용하고 있었던 사실상의 통로까지 동의를 요구해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5월9일 개정된 건축법을 통해 이같은 문제점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현실적으로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받을 수 없다고 허가권자가 인정하거나, 건축법상의 도로는 아니지만 주민이 통로로 사용하고 있는 복개천, 제방, 공원내 도로, 산속 도로나 골목길의 경우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이해관계자의 동의 없이도 도로로 지정·공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건축위원회의 심의에서 객관적인 증명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해관계자가 단순히 해외에 거주한다는 사실만으로 도로로 지정할 경우 사유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번 도로로 지정되면 이후에 그 도로를 이용해 건물을 짓는 다른 사람들은 별도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원님덕에 나팔 분다고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