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떠오르는 정부조달시장/김은상 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시론)

세계 어느나라를 막론하고 그 나라 최대의 바이어는 정부다.각국 정부의 조달시장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0∼15%를 차지하고 있어 전세계적으로 3조달러 내외에 달하는 초대형 시장으로 추산된다. 종이, 연필과 같은 문방구류에서 전기, 전자, 기계, 무기류는 물론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와 같은 서비스 분야까지 포괄하고 있는 이 거대시장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WTO(세계무역기구) 정부조달협정 가입국(24개)의 개방된 시장이며 또다른 하나는 개도국을 중심으로 한 아직 자유화되지 않은 시장으로서, 양시장의 규모는 각각 1조5천억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해외 정부조달시장 진출은 자유화가 되지 않은 개도국 시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특히 건설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진출해 왔는데 리비아의 대수로 공사, 사우디 아라비아의 주바일 항만 공사, 인도의 코르바 화력 발전소 건설공사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우리나라가 선진조달시장에 진출 하지 못했던 것은 1979년 동경라운드의 결과로 탄생했던 정부조달협정에 참여하지 않았고 이 협정이 가입국간에만 적용되는 복수국가간 협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루과이라운드(UR)의 결과로 새로 태어난 정부조달협정에 우리나라가 가입하고 올해부터 가입효력이 나타남에 따라 선진국 조달시장은 우리에게 더 이상 닫혀있지 않은 거대한 기회의 시장으로 다가오고 있다. 더욱이 구협정은 자유화대상을 중앙정부기관의 물품구매에 한정한데 반해 신협정은 그 적용대상으로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지방정부기관과 정부영향력하의 공공기관까지 포함하고 있고 구매대상도 물품뿐만 아니라 서비스 및 건설구매에까지 적용하고 있어서 협정국간 진출기회가 크게 확대되었다. 현재 협정가입국들의 중앙정부 조달규모만도 7천억달러, 지방자치단체와 정부투자기관까지 합칠 경우 1조5천억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향후 회원국의 수와 개방범위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의 한 전선업체는 협정가입국인 이스라엘 전력공사와 8천3백만달러의 초고압선 공급계약을, 그리고 한 전자업체는 미국 텍사스주 정부와 6백만달러의 컴퓨터 모니터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데, 이는 새로이 열리기 시작하는 선진 조달시장에 대한 우리 기업의 진출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따라서 공신력을 인정받은 기존 거래선과의 거래를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어 신규진입이 어렵지만 일단 거래가 이루어지면 후속거래가 계속되는 속성이 있다. 선진국간 거래나 대기업들의 납품이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정부를 상대로 하는 만큼 민간거래에서 흔히 발생하는 부도나 클레임으로 인한 대금회수문제 등의 리스크도 거의 없는 매우 안정된 시장으로서 일회 계약규모가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이 시장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신속한 사전정보와 철저한 준비, 그리고 인내가 요구되는 시장이기도 하다. 중앙집중조달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과 각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필요로 할 경우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어 기관별 구매제도를 파악하고 구매정보를 신속히 입수하는 것이 성공의 중요한 관건이 된다. 또한 아직도 자국산 구매성향이 높고 거래패턴이 보수적인데다 자국인 에이전트를 통한 구매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이러한 특성을 갖는 정부조달시장에서 우리업체의 진출을 돕기 위해 「열리는 해외조달시장」과 「해외조달시장 성공사례집」을 발간한데 이어 곧 「정부조달 주요 에이전트 디렉토리」를 발간할 예정이다. 예산의 합리적인 절감과 효율적인 지출이 경쟁력강화로 직결되는 무한 경쟁의 시대에서 정부구매행위도 예외일 수 없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정부조달시장의 개방확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전력회사들이 2001년까지 에너지 가격을 20% 인하하여 산업경쟁력을 제고할 목적으로 해외조달(OutSourcing)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를 활용하여 우리업체들이 지난해 처음으로 20억엔에 달하는 전선, 변압기, 배전판 등의 기자재 수주에 성공한 것도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신흥거대시장 못지않게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를 가져다 줄 거대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정부조달시장 개척에 우리모두 합심해서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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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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