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4일 현 정부의 언론장악 음모를 규탄하는 부산집회를 강행한 데 맞서 여당은 이를 지역감정 선동행위라고 비난하고 장외투쟁 중단과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그러나 한나라당은 언론대책 문건의 청와대 보고와 그 실현 여부 전반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기국회 보이콧과 전국 순회 장외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은 이번주까지 한나라당이 국회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공동여당 단독으로 내년도 예산안과 각종 민생·개혁입법 심의 등 정기국회를 운영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혀 타협 가능성이 적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부산역 광장에서 이회창(李會昌) 총재 등 당지도부가 총출동한 가운데 「김대중(金大中)정권 언론자유 말살 규탄대회」를 열고 『독재의 길로 치닫는 김대중 정권에 맞서 민주화투쟁에 나서자』는 요지의 「시민들에게 드리는 글」을 채택한뒤 부산역 광장 일대에서 가두행진을 벌이며 여권을 성토했다.
규탄대회에서 李 총재는 격려사를 통해 『언론의 자유를 말살하고 도·감청으로 국민을 밀착 감시하는 등 이 나라는 민주주의의 위기와 인권말살의 위기로, 제2의 국가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우리당은 국민위에 군림하는 오만한 이 정권이 국민을 섬기는 정권이 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李 총재는 특히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언론자유 말살 획책 음모가 탄로났다』며 『이러한 언론장악 음모는 통치권 차원에서 대통령의 결단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金 대통령을 겨냥했다.
한나라당은 이어 오는 9일께 수원에서 2차 규탄대회를 열기로 하는 등 당분간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한 채 장외 투쟁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맞서 국민회의는 이날 오전 당사에서 이만섭(李萬燮) 총재권한대행 주재로 당무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한나라당의 국정조사는 언론대책 문건파문 등 특정사안이 아니라 현 정부의 언론정책 전반에 대한 조사를 하자는 것으로 사실상의 국정감사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국민회의 이영일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21세기 첫 해 예산안이기 때문에 여야가 빨리 심도있게 심의하고 민생·개혁법안, 정치개혁법안을 잘 처리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즉각 장외집회를 중지하고 국회 정상화에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여당은 단독국회 운영에 대비,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정회의를 열어 새해 예산안 논의에 착수했으며 2여의 정치개혁법안도 곧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양정록기자JRYANG@SED.CO.KR
장덕수기자DSJ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