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변두리의 9,000만원짜리 전세방에 살고 있는 70대 노부부는 소득이라고는 기초노령연금 15만4,900원이 전부다. 2인 가구 최저생계비(97만4,231원)에 한참 못 미치는 돈으로 살다 보니 끼니는 거르기 일쑤고 말 그대로 간신히 숨만 쉬고 있다. 전세금을 빼 어디로 갈 형편도 못돼 주변 도움의 손길이 시급하지만 연락도 안 되는 아들이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지정에서 탈락해 아무런 법적 지원을 못 받고 있다. 그러나 7월부터는 서울시 기초보장제가 시작돼 이들 부부도 월 35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서울시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지만 법적 요건이 맞지 않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빈곤층의 생계 지원에 나선다.
서울시는 24일 7월부터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수입이 최저생계비의 60% 이하인 시민 가운데 생활형편이 곤란한 4만명에게 매달 최대 35만원(2인가구 기준)의 생계급여를 지원한다.
시는 지원 대상을 내년 8만명 등 연차적으로 늘려 2018년에는 모두 19만명에게 생계급여를 제공할 계획이다. 올해 소요 예산은 274억원, 2018년은 2,000억원(추정)이다.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지원 대상은 서울 주민등록 기간이 6개월 이상인 가구 중 ▦월 소득 최저생계비의 60%(2인 가구 기준 58만4,539원) 이하 ▦재산 1억원 이하(금융재산 500만원 이하) ▦부양의무자(2인 가구 기준) 월 소득 457만원, 재산 5억원 이하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기존 수급자는 제외된다.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 선정기준과 달리 신청 대상자의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지 않고 부양의무자의 기준도 크게 완화했다. 또 부양자가 있을 때 부양자로부터 받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간주부양비도 소득 기준에서 제외시켰다.
이 제도의 대상자로 선정되면 2인 가구는 소득에 따라 매월 11만~35만원의 생계급여와 교육급여ㆍ해산급여 등을 지원 받는다.
시는 기초보장제도 실시로 인한 복지담당공무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력 배치와 업무 분장 방법을 새로 만들어 모든 자치구에서 시행하고 올해 300명의 공무원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대상자 조사 업무를 담당할 임시 보조인력 475명도 올 6~8월 3개월간 자치구에 지원된다.
제도의 허점을 노리고 재산을 감추거나 부양자의 도움으로 넉넉한 생활을 하는 사람까지 대상자로 지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는 담당 공무원을 통한 현장 조사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김경호 서울시 복지건강실장은 "수급자로 지정이 안 됐지만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조사돼 기초보장제도를 서둘러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