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비난“「이사철」에 「삼재」 겹쳤다”/증시부양책 요구“이제 대통령이 나서야”/역술인들 주장“환란과 고통 내년까지”주식시장이 공황상태로 치달으면서 깡통계좌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정부 및 정치권이 증시를 무책임하게 방관하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비난의 강도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줄잡아 2백만명에 달하는 개인투자가들 뿐 아니라 2만여명의 증권업계 종사자들이 정부 및 정치권에 퍼붓는 비난 강도는 투자손실이 늘어날수록 거세지고 있다.
주가폭락으로 개인파산지경에 내몰린 투자자들이 쏟아내는 원성과 비난 등 증권가의 백태를 소개한다.
○…투자자들은 주가 폭락의 도화선 역할을 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비자금파문과 관련해서도 비난의 톤을 높이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과거에 기업들에서 정치자금을 받지 않은 정치인이 과연 누가 있었겠느냐. 새삼스레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은 기업들의 정치자금이 야당으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일 것』이라며 『정당의 이해 때문에 국가경제를 망쳤으니 정치권이 일반투자자들의 투자손실액을 모두 배상해야 한다』고 힐난.
특히 비자금 파문을 몰고온 신한국당 강삼재 사무총장와 강경 일변도의 이사철 대변인을 빚대어 『이사철에 삼재가 들었으니 그 집안이 온전하겠느냐』고 비아냥.
○…강경식 부총리 등 현 경제팀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증폭되면서 증권가에서는 증시붕락을 막기 위해서는 김영삼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
일부 투자자들은 『정부의 증시정책 내용이 부실할 뿐만 아니라 실기로 인해 주가 붕락을 가속화 시켰다』며 『증시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다 확고히 천명하기 위해서 이제 김대통령이 증시대책 회의를 주관하고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증시안정책을 발표해야 분노로 이성을 잃은 투자자들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 이라며 『이제는 대통령이 나서야할 때』라고 강조.
○…주식투자자들사이에서도 강경식 재경원장관겸 부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주식시장침체의 근본적인 원인이 기아사태의 장기화에서 비롯된 만큼 책임자들이 물러나야 증시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
특히 일부 투자자들은 기아의 「기」자만 들어도 지겹다며 삼성그룹이든 대우그룹이든 인수능력이 있는 곳에 기아자동차 등을 넘겨 기아사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증시공황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수요창출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
증권업계에서는 이와 관련, 『정부가 위기상황이라고 판단하면 한국은행 특융 등 국고지원을 통해 주식매입자금을 기관투자가에게 빌려주든가 지하자금을 양성화해 자금유동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무기명 SOC채권발행 등과 같은 전격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
증권업계의 이같은 주장은 정부가 설사 기아사태를 수습한다 해도 이미 주가폭락 및 환율급등과 같은 금융불안 심리가 쉽게 진정되기 어렵다는 분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중론.
○…최근 바로크가구의 흑자도산과 관련, 증권가에서는 「신용대란」이 본격화된 것이 아니냐고 우려.
실제로 바로크가구의 신용잔고비율은 1백%에 육박해 바로크가구의 부도사태로 엄청난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할 것은 자명한 사실.
특히 모증권사에서는 바로크가구를 집중매입해 1백억원가량의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루머도 나돌고 있는 실정.
증권사 관계자들은 『바로크가구뿐 아니라 중소형주의 신용잔고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주가하락이 더 지속된다면 신용피해가 급증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
○…기업부도, 증시붕락 등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역술인들의 부정적 예언까지 나돌아 투자심리를 더욱 흉흉하게 만들고 있다.
최모 역술인은 내년도 한국경제와 관련, 『98년은 목극토해로 환란과 고통이 따르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예언.
올해의 재벌 부도 도미노가 끝나지 않고 98년까지 이어져 재벌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
내년 상반기에는 목계통의 주력 기업이 번영하고 토, 금계통의 기업 중 3개사가 부도로 쓰러져 패가망신할 것이라고 예언. 하반기에는 토계통의 기업이 번성하는 반면 수계통의 기업이 망한다는 것.
증권전문가들은 『역술인들의 이같은 예언에 현혹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이처럼 투자심리를 흉흉하게 만드는 말이 나도는 것은 정부의 경제정책이 제대로 서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정부를 비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