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유럽집행위원회(EC)는 "내년 1월1일부터 역내 모든 식당은 올리브유를 고객에게 제공할 때 현재와 같이 작은 종지에 담아줄 수 없으며 품질보증 라벨이 부착돼 있고 밀봉돼 재활용이 불가능한 용기에 담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EC는 "위생수준을 제고하고 남은 올리브유가 재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EC는 이탈리아ㆍ스페인ㆍ포르투갈 등 역내 경제위기국들이 올리브유를 주로 생산하는데 이번 조치로 올리브유 판매가 늘어나 관련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영국 등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이번 조치가 식당 운영자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도한 관료주의의 산물이고 올리브유 생산업자에게 돌아갈 이익은 미미한 반면 식당 운영자와 소비자, 영세 올리브유 생산업자는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영국 런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샘 클럭은 "이는 어떤 올리브유를 선택할지 결정할 선택의 자유를 앗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보수당의 마리나 야나코다키스 의원도 "EU 수뇌부가 이처럼 터무니없는 정책을 내놓으니 국민들이 EU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역내 경제위기는 올리브유가 아닌 유로화 때문이므로 수뇌부가 이를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독일 일간 수드도이체자이퉁도 "기묘한 결정"이라고 비꼬았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엔조 시카도 "인상된 식당의 경영비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수뇌부는 이처럼 멍청한 곳이 아니라 핵심적인 것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텔레그래프도 "결국 식당들이 싼 올리브유를 찾으면서 영세 올리브유 업자들에게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