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영국 총선에서 토니 블레어라는 젊은 정치지도자가 집권하자 우리나라에서도 영국 정치에서의 세대교체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었다. 뿐만 아니라 총선 후 영국 보수당에서는 30대 당수 시대가 개막됨으로써 영국 정치에서 세대교체의 바람은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그동안 보수당의 장기집권으로 정적인 인상을 주었던 영국 정치도 이제 역동적인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먼 나라 영국에서 불어온 세대교체의 바람은 우리 정치에도 세대교체의 문제를 화두로 등장시키고 있다. 물론 토니 블레어의 집권에 대해 각 정파들이 아전인수식의 해석을 내리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세대교체의 논리를 당당하게 펼 수 있는 정치인에게 고무적인 환경이 조성되는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물론 우리 정치에서 세대교체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른바 「3김 시대」로 불리는 정치구도가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면서 새로운 정치지도자가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봉쇄되어왔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기존 정치질서에 도전하려는 정치인들은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제기해왔고 역으로 세대교체의 문제는 우리 정치에서 금기시되는 의제로 남아 있어야 했다.
최근 집권여당의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에서도 세대교체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고 한다. 애당초의 예상을 깨고 가장 젊은 한 후보가 바람을 일으키며 일약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 언론들의 분석이다. 물론 이러한 세대교체의 바람이 일시적인 거품으로 끝날지, 아니면 정치적 이변(?)을 낳으며 세대교체의 강풍을 몰고 올지는 경선결과를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이제 우리 정치에서도 눈앞에 다가온 세대교체의 기운을 접하면서 그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정작 중요한 것은 아마 연령적 차이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세대교체 현상이라는 것이 노후된 정치질서로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얻게 되는 반사이익 같은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거기에는 「한국의 꿈」(Korean Dream)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리고 노후되었던 지난 시대의 정치에서는 담아낼 수 없었던 새롭고 원대한 비전이 담겨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노력과 도전 없이 단지 젊다는 이미지만을 갖고 만들어지는 세대교체의 논리는 오히려 국민들을 다시 한번 실망시킬 위험마저 있다. 구태로 얼룩진 지난 시대의 정치와는 정말로 다른 모습, 새로운 인물만이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의제(agenda)들을 국민 앞에 선명히 보이는 것만이 우리 정치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세대교체론자들의 책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