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법안이 논란을 야기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려 하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경우 2세대(2G) 단말기에 한해서만 보조금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가이드라인 형태로 보조금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다수 선진국은 시장 자율적으로 단말기 보조금 공시가 이뤄지고 소비자는 이를 기준으로 상품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통신서비스 가입시 단말기 할인이나 요금 할인을 선택함으로써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두 가지 부작용 측면에서 정부의 규제 명분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국내 휴대폰 산업의 생태계가 크게 위협 받아 결국 수출한국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휴대폰 산업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하나는 정부가 불법 보조금 규제를 강화하겠다며 이동통신사에 영업정지 제재를 가하면 소비자만 구입부담이 느는 피해를 볼 뿐 왜곡된 유통시장 정립이라는 정책 목표는 전혀 실현되지 않는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는 점이다.
지나친 정부 규제로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경쟁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보조금 단속 후 국내시장 규모는 30%가량 축소된 것으로 추산된다. 월평균 200만대 수준이었던 공급량이 150만대 이하로 낮아졌고 올 한해 국내 전체 휴대폰 판매규모도 세계 4위에서 10위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제조사에 대한 조사와 제재는 공정거래법과 중복돼 중복 규제인데다 제조와 수익에 대한 영업비밀이 공개될 경우 해외 이동통신사와의 협상에서 2차 피해까지 우려된다는 것이 휴대폰 제조업계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현실성 없는 보조금 제한도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문송천 KAIST 교수는 "법정 보조금 한도 27만원은 2009년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단말기 가격이 저렴할 때 정해진 기준"이라며 "무조건 사업자를 처벌할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게 휴대폰 보조금 상한선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단속과 규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온라인 휴대폰 유통시장을 통한 불법 보조금 규모가 줄지 않는 것도 정부로서는 고민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는 형편이라 규제를 강화할 명분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약정할인과 할부지원, 각종 위약금 등 이미 복잡한 제도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규제가 추가되면 오히려 소비자 혼란과 시장 혼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규 한양대 교수는 "정부의 상시개입은 휴대폰 시장을 더욱 왜곡시키고 소비자의 불편만 키울 뿐"이라며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