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MB, 박근혜 그리고 일자리


5년 전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함께 거창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집권기간에 연 7% 성장과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세계 7대 강국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이른바 ‘747 공약’이다. MB정부는 이를 통해 일자리 300만개를 만들어 내겠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현재 MB정부의 성적표는 어느 정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낙제점에 가깝다. 지난 5년 동안 평균 경제성장률은 3.1%로 당초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성장률이 떨어지니 국민소득도 늘어나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2,700달러에 그치면서 정부가 제시한 4만달러는 결국 공수표가 됐다.


사정은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의 취업자 수는 2,440만2,000명으로 MB정권 출범 직전인 2007년 말(2,343만3,000명)보다 96만9,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공약에서 제시했던 일자리 창출 목표의 고작 3분의1 정도만 달성한 셈이다.

MB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부진한 것은 정책의 바탕인 전제조건부터 뒤틀려버렸기 때문이다. 정부의 당초 구상은 고성장을 이뤄내고 이에 따른 낙수효과가 밑바닥까지 퍼지게 함으로써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재정위기가 연달아 터져나오면서 우리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출 기반이 흔들려버렸다. 여기에다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내수가 침체되면서 잠재성장률도 뚝 떨어졌다. 수출도 내수도 성장동력이 약해진 것이다.

요란한 구호만으로는 성과 못내


이 같은 현실을 무시하고 터무니없는 성장률에 매달려 일자리 정책을 펴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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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새 정부는 어떨까.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지난 정부가 성장률에 주안점을 뒀다면 새 정부는 고용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64%선에 그치고 있는 고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5년 동안 최소 2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MB정부의 목표보다 100만개 정도 낮춰 잡았지만 현실을 보면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세계경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재정위기에 따른 실물경제 침체 때문에 성장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내수 기반이 취약한 우리나라로서는 경제성장의 대부분을 수출을 통해 달성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앞길이 험난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2%에서 2.8%로 낮췄다.

박근혜 당선인은 이 같은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창조경제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 확대와 창업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 효과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새 정부는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도 신설할 계획이다.

관건은 정책과 현실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청년실업 문제도 해결한다는 구상이지만 구직자들의 생각은 다른 데 가 있는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한 구직자들은 여전히 대기업을 선호하는 반면 중소기업 취업은 꺼리고 있다.

현실 맞는 정교한 정책 수단 필요

이 때문에 대기업은 인력이 넘치고 중소기업은 모자라는 인력 미스매치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내부에서도 정작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직은 많지 않고 사무직 구직자만 넘쳐나고 있다. 이런 것들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중소기업을 배려한다고 하더라도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

일자리는 단순히 구호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정부의 의도가 좋더라도 정책수단들이 현실에 맞춰 정교해지지 않으면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새 정부가 일자리 부문에서 원하는 성과를 내기를 바란다면 지난 정부의 실패를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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