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로존 볕드는데 프랑스만 한겨울

노동개혁 부진에 경쟁력 저하<br>기업투자 축소·감원 이어져 복합<br>PMI 46개월만에 최저치<br>노동장관도 "완전 파산 상태"

미셸 사팽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지만 유독 프랑스만 이같은 흐름에 동참하지 못한 채 '외딴 섬'으로 고립되고 있다. 독일을 비롯해 남유럽 위기국 경제까지 개선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유로존 2위의 경제대국인 프랑스만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프랑스는 완전한 파산(totally bankrupt) 상태'라는 파격적인 발언이 장관의 입에서 나왔다.

미셸 사팽(사진) 프랑스 노동장관은 28일(현지시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계획을 본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긴축정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게 원래 발언의도지만 정부 최고위층 인사가 프랑스의 처참한 상황을 인정한 셈이다.


주요 지표를 보면 다른 유로존 국가들에 볕이 들고 있는 반면 프랑스만 홀로 추운 겨울을 보내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최근 정보조사 업체 마킷이 조사한 1월 복합 구매자관리지수(PMI) 예비치에서 프랑스는 42.7을 기록해 46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반면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프랑스와 동고동락하던 독일은 이번에 53.6으로 1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유로존 전체 수치도 10개월 만의 최고치인 48.2로 프랑스를 웃돌았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이를 넘으면 경기확장을, 하회하면 경기수축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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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프랑스경제의 위기는 다른 유로존 국가와 달리 노동개혁이 지지부진한 탓이다. 유로존 통계청 격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 2012년 3ㆍ4분기 현재 프랑스의 단위노동비는 115.4로 유로존 평균(108.5)은 물론 스페인(105.9), 이탈리아(104.3), 그리스(94.7)보다도 높다. 단위노동비는 임금을 노동생산성으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노동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11일 프랑스 노사는 경직된 노동유연성을 풀기 위해 기업의 노동자 해고절차를 간소화하고 실업수당을 늘리는 데 합의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랑스로서는) 매우 드문 일로 추가 개혁을 기대할 수 있는 중대한 진전"이라면서도 "경쟁력을 갖추는 데는 수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프랑스의 뒤처진 노동개혁은 기업 투자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프랑스 르노자동차는 오는 2016년까지 프랑스 내에서만 총 7,5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인건비가 너무 비싸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으로 이는 전체 인원의 16%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신 르노는 지난해 10월 임금이 싼 스페인에서 1,300명을 신규 고용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스페인은 지난해 말부터 포드ㆍ폭스바겐 등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의 투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도 문제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에 대한 소득세율 75% 과세, 금융소득세 상향 등의 증세정책을 내놓았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으며 지지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상태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아프리카 말리내전에 개입했으나 자국 군인 다수가 사망하고 전쟁 또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며 역풍을 맞고 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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