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대주주 허용” 보호막 완전철폐/국내기업 남미 등 진출도 가속화될듯세계무역기구(WTO) 기본통신협상이 협상 시작 2년10개월만에 타결됨으로써 세계 통신시장에는 자유화를 위한 다자간 협정이라는 틀이 구축됐다.
세계 통신시장은 그동안 각국이 통신시장 보호를 위해 외국인 대주주 금지 등 높은 장벽을 쳐 놓았던 보호무역의 장막이 걷히고 앞으로 외국기업의 영업·서비스제한을 전면 철폐할 수 밖에 없는 자유화, 무한경쟁이라는 패러다임을 새로 갖추게 됐다.
이번 협상에는 1백30개 WTO회원국중 세계 통신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67개국이 양허안을 제출했다. 따라서 기본통신개방 다자간 협정은 사실상 세계 통신시장의 무역질서를 지배하는 규범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기본통신협상에 참여한 국가들은 각기 양허안에 따라 올해중 관련 법령을 개정한 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하게 된다.
국내 통신시장은 이번 협상타결로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우리정부가 제출한 양허안 내용중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외국인 대주주를 허용한 점이다.
이에 따라 오는 99년부터 외국인이 주인이 되는 통신업체가 등장할 수 있게 된다. 이동전화·무선호출·개인휴대통신(PCS)과 같은 무선분야의 경우 외국인은 동일인 지분한도 33% 이내의 범위에서 국내 통신사업자의 주인자리를 얼마든지 차지할 수 있다.
외국기업들은 지금까지 무선분야에 한해 지분참여라는 소극적 방식으로 국내 통신시장에 진출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업인수합병(M&A)을 비롯, 전략적 제휴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략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신세기통신의 주주인 미 에어터치사의 경우 한국시장에서 독자적인 이동통신사업을 모색할 정도로 외국기업들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국기업의 집중적인 진출이 예상되는 분야는 최근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 활발한 이동통신분야와 회선재판매사업, 인터넷폰, 콜백서비스 등이다.
미국의 AT&T, 영국의 BT 등 거대 통신회사들이 앞선 기술과 마케팅,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합작회사를 새로 설립하거나 국내사업자와 전략적 제휴 형태로 진입할 경우 국내업체들이 얼마나 시장을 고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이들은 이윤추구를 위해 노른자위 사업만 하는 이른바 「크림스키밍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신시장의 개방은 긍정적인 효과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국내외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효과로 국민들은 보다 품질좋고 저렴한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기업들은 통신비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또 세계 통신시장의 개방은 국내기업들의 외국진출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기업들이 활발히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남미시장의 경우 대부분 국가가 50% 이상의 외국인 투자를 허용키로 함에 따라 우리기업의 진입이 대폭 확대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90년대 들어 무선호출, 이동전화, 국제전화, 시외전화 등 기존 통신서비스분야에서 경쟁을 확대하고 PCS 등 신규통신분야도 사업자들을 선정해 통신시장 개방에 대한 내부면역력이 강화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따라서 시장개방이 가져올 효과를 극대화해 나가면서 외국기업에 의한 시장잠식을 적절한 수준에서 방어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 나가야할 것이다.<이재권>